3중일기- 성형수술로도 바꿀 수 없었던 것

'사람의 마음이란... 어렵고도 어렵구나'

by 기역

누구나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노력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어때 보일까.

이런 옷을 입으면 어떻게 보일까, 이상할까.

이런 메이크업을 해보면 어떻게 보일까,

여길 이렇게 고쳐보면 어떨까.

나 역시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를 써봤다.

인생에서 많은 시간동안 그런 노력들을 해왔다.


가족, 어렸을 때부터 친한 친구들, 예전 남자친구 외에 아무에게도 밝힌 적이 없는데,

20대 초반에 나는 코 성형수술을 받았다.

코는 내 오랜 컴플렉스였다.

코가 낮아서 높이고 싶었던 건 아니다.

매부리로 인해 콧망울이 내려간 코라 사람들이 '화살코'라고 부르는 코였다.

중고등학생 때 같은 반 애들은 내 코를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놀려대기 좋아했다.

주로 코와 관련해서 남자 연예인,외국인 또는 동물 등 내가 닮기 싫은 뭔가를 닮았다는 얘기였다.

나는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며 듣기 싫은 말들에 시달렸다.


내가 괴로웠던 것은 내가 그냥 태어난 대로 생겼을 뿐인데

사람들이 입방아를 찧어댄다는 것이었다.

당장 바꿀 수 없는데 왜 자꾸 뭐라고 하는 걸까.

가면이라도 쓰고 싶었다.

그럼 외모와 관련된 얘기를 안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사람이 싫었다. 사람에게 기대면서도 사람이 염증나게 싫었다.

그들 각자는 한 두마디였을지 몰라도 나한텐 백마디, 천마디로 다가왔다.

사람들의 말에 나는 의연하지 못했고 그 말들 때문에 내가 틀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학생이 되면 꼭 코수술을 받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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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수술을 받고 나서 친한 친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비슷한데? 뭐가 달라진지 잘 모르겠는데?"

"오~ 성형하길 잘 한 거 같아."


둘 중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반응은 전자의 반응이었다.

내가 보기엔 형태가 많이 변했는데 별로 변한지 모르겠다니... ?


생각을 해봤다. 나를 좋아해주던 사람들이 내 코를 흠잡고 놀렸던 적이 있었나?

아무말이나 뱉던 애들은 애초에 나를 별로 안 좋아하던 애들뿐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를 좋아해주던 친구들은 내게 상처를 주고 싶어하지 않았을테고,

친구들은 내 코에 대해 신경 써본 적도 없었던 거다.

반면에, 나를 시달리게 했던 애들은 애초에 나와 맞지도 않는 애들이었고

졸업하면 볼 일 없는 사이였다.

그냥 내가 맘에 안드니까 코 가지고 뭐라고 해댔던 거다.


허탈했다.

성형수술로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바꿀 수는 없었다.

어차피 그 애들은 무슨 트집을 잡아서든 날 싫어할 사람들이었을텐데,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말에 휘둘려 성형을 했던건가.

애초에 내 기준을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둘 필요가 없었다는 걸 알았다.



네가 너인 것에 다른 사람을 납득시킬 필요 없어.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

'이태원 클라쓰'에서 새로이는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이 알려져 숨으려는 현이에게 말한다.

너 자신인 것에 다른 사람의 납득은 필요하지 않다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어렵다.

어떤 상황이든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할 수는 없다.

인정하기 싫지만, 앞으로도 날 알게되는 누군가는 날 싫어하고 깎아내리고 싶어할 거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 맘에 굳이 들어가려고 애쓰지 말자.

내가 잘못한 게 없고 심지어 호의와 정성을 보였을 때

걷어차는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지 말자.

사람의 뇌는 위협요소에 민감하고, 타인의 적의를 위협으로 생각한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솔직히 쉽지 않다.

그렇지만 나를 싫어하는 사람의 말이 내게 침투하도록 놔두지 말자.

나를 위한 말이 아닌 흠집내는 공격성의 말은 되도록 흘려듣도록 하자.

내가 나인 것에 타인의 납득은 필요하지 않다는 말을 떠올리자.




그린이-기역

글쓴이-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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