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히스토리 프로젝트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빅뱅은 대략 100억~150억 년 전쯤에 일어났다고 배웠던 것 같습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상당히 넓은 범위로 예측하고 있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아주 오래전 일을 추정하는 것이니 오차범위가 넓은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빅뱅은 138억 년 전에 발생했다고 했다가 최근에 137억 년 7~8천만 년 정도라는 상당히 정확한, 그래서 더 의심이 되는 숫자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 숫자는 여러 관측에 따라 몇천만 년 단위로 왔다 갔다 하며 대략 137억 년 후반, 138억 년이라고 하면 대충 합의된 숫자인 듯합니다. 저는 차라리 100억~150억 년 전이라고 말할 때가 오히려 더 신뢰가 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어떻게 저렇게 정확한 시간을 제시하는 것일까요?
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은 그림처럼 상당히 구체적으로 우주의 역사까지 그리고 있습니다. 나이는 어떻게 알아낸다 쳐도, 저런 상황을 모두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은 더욱 믿기가 어렵습니다. 성서의 창세기보다도 더 구체적으로 우주의 탄생과 진화 과정을 적어냅니다. 과학자보다는 신학자나 소설가가 맞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저는 사실 오늘 점심에 무엇을 먹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짧은 기억력을 가지고 있지만 분명 높은 확률로 점심을 먹었을 것입니다. 제가 기억하지 못해도 점심을 거의 늘 먹는다는 것은 추론할 수 있죠. 일 년 중에 점심을 안 먹는 날이 거의 없기 때문에, 오 년 전 오늘도 점심을 먹었다는 것 역시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거의 확실한 사실일 것입니다. 이렇듯 생활 루틴은 늘 이루어지고 있고, 변화되는 일이 극히 드뭅니다.
하지만 인간은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늘 있는 루틴도 깨질 수 있습니다. 하필 오 년 전에 제가 다이어트를 하고 있어서 오늘 점심을 안 먹었을 수도 있겠죠. 인간의 의지라는 것이 존재하는지는 저의 또 하나의 큰 관심사지만 이를 제외하고 생각해보면, 제가 가지고 있는 법칙은 언제든 제 의지로 깰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법칙은 다릅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기 시작한 후부터 한 순간이라도 돌지 않는 경우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지금 우리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중력이 존재하기에 늘 땅에 붙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는 것을 삼차원적으로 생각해보면 위아래로, 위아래라는 개념도 모호하지만, 힘의 평형을 이루고 있기에 우주 공간에 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법칙이 모두 맞다고 가정하고, 모든 물질과 에너지를 컴퓨터에 구현하여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를 통해 과거를 추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최소한 지금까지 우리 주변에 발생하는 거의 대부분의 현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법칙과 일치합니다.
천문학자들이 거대한 우주 전체를 계산할 때에는 세세하게 지구 같은 존재를 계산에 넣지는 않습니다. 최소한 은하 정도의 규모의 관측된 Data를 점으로 표현하여 물성치를 넣고 좋은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돌립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운동의 법칙을 적용하면 과거는 물론, 미래까지도 예측이 가능합니다. 좀 더 많은 관측 자료와 좀 더 세밀한 값을 넣으면 더 정확해지겠죠. 예를 들어 별 하나하나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면 더 정확한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고 관측 기술이 더 발달하면 지구 같은 행성 규모까지도 시뮬레이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이 자신 있게 우주의 시작을 정확하게 말하는 것이 완전하게 설명되지는 않는 느낌입니다. 아직까지 시뮬레이션이 정확하다고 장담할 수도 없고, 모든 것이 관측된다고 말할 수도 없을 테니까요. 사실 저 시뮬레이션은 우주의 나이를 계산하는 목적이라기보다는 우주의 역사를 추측하기 위한 쪽에 더 의미가 있고, 우주의 나이는 여러 다른 방식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결과를 끌고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허블 상수와 우주 배경 복사가 있죠. 전에 한번 언급한 적이 있던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는 실제로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을 때 지금의 관측 결과와 너무나도 크게 난 오차를 매우기 위해 만들어진 측면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후에 약간만 더 설명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니, 일단은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우주의 과거를 알 수 있는 만큼, 우주의 미래 역시 예측할 수 있습니다. 태양은 거의 백 프로에 가까운 확률로 적색 거성이 되어 지구를 잡아먹을 것이고, 인류 역시 아주 높은 확률로 그보다 훨씬 이전에 멸종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은 설명하지 않았지만 우주의 엔트로피는 점점 높아지다가 결국 모든 것이 멈추게 될 것입니다. 과학자들이 가장 유망하게 꼽은 우주의 최후는 열사망이 되어 아무 작용도 없는 고요한 우주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우주의 종말을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을 정도로 짧은 삶을 사는 인간이지만, 그럼에도 우주의 종말을 생각하며 인생에 대해 생각을 할 수도 있는 존재가 인간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