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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직장인 Feb 13. 2022

412 비밀인데, 사실은 4원소설이 진리임

분자 생물학에 대한 개략적이고 러프한 설명

물 35L, 탄소 20kg, 암모니아 4L, 석회 1.5kg, 인 800g, 염분 250g, 질산칼륨 100g, 황 80g, 불소 7.5g, 철 5g, 규소 3g, 그 외 소량의 15가지 원소. 일반적인 성인 한 사람으로 계산했을 경우의 인체 구성 물질이다. 
- 강철의 연금술사 중




저 숫자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본 만화의 치밀한 조사 성향을 고려하면 꽤나 신뢰도가 높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의학/생물학 분야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용어가 너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과학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죠. 소크라테스부터 내려오는 절대적인 진리를 찾는 서양 철학의 전통에 저도 영향을 받으며 근본적인 원리에 대한 의문을 계속 갖다 보니, 경험과 임상에 의존하는 의학/생물학은 실용적이기는 해도 좀 찜찜한 느낌의 학문이었습니다.




왓슨과 크릭에게 노벨상을 준 역대급 가성비의 논문

어느새 DNA라는 용어는 BTS의 노래 제목으로 나올 정도로 유명해졌으며, 그 의미도 대략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이중 나선 구조 그림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 머릿속에 그려져 있죠. 왓슨과 크릭이 1953년에 DNA가 이중 나선 구조로 되어있다는 가성비 좋은 한 장 짜리 논문을 낸 후, 생물학은 제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방향으로 급속히 발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말한 인간의 구성 성분을 본 후, 어떻게 저런 단순한 성분들이 이렇게 복잡한 조합을 통해 인간을 이루었는지가 정말 궁금했는데 DNA는 이를 설명해 줍니다. DNA는 인체의 설계도이며, 이 설계도에 따라 인간이 만들어지고 유지된다고 말입니다. 우리 몸의 구성물질들은 단지 설계도에 지시에 따라 로봇처럼 일을 할 뿐이죠. 이런 설계도는 어떻게 그려지게 된 것일까요? 완벽한 답은 아니지만 진화론에서 나름 대답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는 다른 편에서 다루도록 하죠.




예전에 인간 지놈 프로젝트에 대한 글을 썼었습니다.

https://brunch.co.kr/@gjchaos0709/189

인간의 유전자는 4진법을 쓰며, 예상보다 빠르게 그 구조가 해독이 되었습니다. 요즘은 건강검진 프로그램에 유전자 분석이 옵션으로 들어올 정도로 점점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컴퓨터와 인간은 많이 비슷합니다. 컴퓨터는 2진법의 코드를 해석해서 구현해내고, 인간은 4진법의 DNA를 해석해서 구현해내죠. 컴퓨터는 인풋을 키보드로 받아서 코드에 따라 아웃풋을 내고, 인간은 환경의 인풋을 받아 유전적 요소에 따라 아웃풋을 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또한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유전과 환경의 인풋으로 구성되는 아웃풋이라고 할 수도 있을까요?




진화론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과거의 일이기 때문에 그것을 증명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예전에 진화의 증거가 되는 뼈가 발견되었다고 진화를 완전히 증명할 수 없고, 내가 경험하지 않은 과거의 일을 확실하다고 말하기에 과학은 너무 엄밀합니다. 하지만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는 4진법으로 구성되어있다는 사실은 모든 종이 하나의 조상으로부터 생겼다는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물론 다르게 발생한 조상도 우연히 4진법으로 탄생하여서 자손을 만들었을 수도 있지만, 우연히 생명이 탄생할 확률을 생각해보면 가능성이 높지는 않습니다. 과학자들은 우리의 1대 조상에게 LUCA(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라는 이름을 붙이고 진화의 과정을 여러 과학적인 방법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4는 죽음을 의미하지만, 서양에서는 무언가 특별한 의미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을 2천 년간 믿어왔고, 플라톤도 4 주덕을 주장하며 자신의 도덕관과 맵핑을 시켰으며, 인체의 구성 원소도 C, H, O, N의 4가지가 주를 이루고 있으니까요. 물론 이건 단순 끼워 맞춰 본 것일 뿐 큰 의미는 없지만 흥미롭기는 합니다. 과학적이지는 않지만 이것저것 끼워 맞춰 여러 가지 상상을 해보는 것은 창작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인간이 강철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말처럼 평범한 원소들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이런 신비한 구조를 만드는 것은 설계도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런 놀라운 설계도를 처음 만든 것을 과학에서는 확률적으로 우연히 만들어져서 우연히 진화하였다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우연이 가능한 이유는 상상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시간 속에 상상하기 힘든 숫자의 반응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그럼에도 창조론자들이 신이 만들었다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신비로운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가 신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우연히 만들어졌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최소한 우리는 의도적으로 새로운 생명체의 창조주가 될 수는 있습니다. DNA는 방사능 노출 등의 이유로 의도치 않게 코딩이 바뀔 수도 있으나, 크리스퍼 캐스 9이라는 유전자 가위를 통해 인위적으로 유전자 코딩을 바꿀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이 기술은 짧은 시간에 발전을 거듭하여 현재는 3세대 기술까지 나왔다고 하네요. 아직 DNA를 만드는 기술까지는 없지만, 발생한 생명체를 바꾸는 것 정도는 가능합니다. 이미 식물계에서는 GMO라는 이름으로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고, 중국에서 유전자 조작된 인간도 탄생시켜서 국제적인 비난을 받기도 했죠. 심지어 유전자 진법을 4진법에서 다른 진법으로 바꾸는 실험도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지구 생명체의 새로운 조상의 탄생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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