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범한 직장인 Mar 13. 2022

415 아인슈타인, 패배하다

과학은 진리일까?

벨기에의 기업가 에르네스트 솔베이는 망언으로 오너 리스크라는 말을 만들어낸 여느 한국의 기업가들과는 다르게 번 돈으로 세계적인 석학들을 초빙하여 회의를 개최합니다. 이 분이 세운 기업은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으며, 솔베이 회의라 불리며 3년마다 개최하며 최고의 국제 물리학, 화학 학회로서 명성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상 최강의 정모로 유명한 사진을 보면 등장한 인물 전원이 과학 역사상 큰 업적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노벨상 수상자만 17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사진의 정체가 바로 5차 솔베이 회의의 기념사진입니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모여서 논의한 주제는 바로 양자역학의 해석이었습니다. 이 회의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렸기 때문에 코펜하겐 해석이라고 불리는데, 세기의 천재 과학자들이 모여 해석한 만큼 아직까지도 정설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https://brunch.co.kr/@gjchaos0709/268

일전에 "빛은 입자이자 파동이다"로 결론을 주입했습니다. 이에 기반하여 하이젠베르크는 입자에 초점을 맞추어 수식을 풀었고, 슈뢰딩거는 파동에 초점을 맞추어 풀었는데, 이 두 가지 결론이 같은 것으로 나면서 양자 역학의 수식이 확정되었습니다. 그 과정을 보여드리고 싶지만 너무 길고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예전에 대충 풀이를 이해했다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다시 보니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두 풀이 모두 외계어 같지만 미적분을 사용한 슈뢰딩거의 방식이 행렬을 사용한 하이젠베르크의 방식보다 훨씬 쉽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입니다. 혹시 관심이 있으시다면 지브레인 출판사의 '수학으로 배우는 양자역학의 법칙'을 추천드립니다.


이후에 이중 슬릿 실험을 통해 모든 물질 역시 입자이자 파동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고, 그 과정에서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는 추후에 별도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당시 과학계의 최고 스타는 아인슈타인이었고, 보어, 슈뢰딩거, 하이젠베르크는 젊은 축에 속하는 과학자들이었는데, 양자역학의  시작 이후 아인슈타인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극혐 했기 때문이죠. 양자역학의 입장에서는 계속 딴지를 거는 빌런이라고 말할 수 있죠.




솔베이 5차 정모는 양자 역학을 끊임없이 부정하는 아인슈타인파와 주장하는 보어파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본인이 기반을 만드는데 일조한, 게다가 그것으로 노벨상을 받았음에도 계속해서 양자역학을 공격하였고, 보어파의 반론이 이어졌습니다. 이 논쟁은 솔베이 6차 회의까지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아인슈타인파는 패배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 코펜하겐 해석이 대세로 자리 잡게 되죠.


과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이 결과를 두고 아인슈타인도 결국 사람이고, 늙어서 고집을 피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창의력 대장이었던, 누구보다도 혁신적인 주장을 하였던 아인슈타인조차 꼰머가 되는 것을 보며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어쩔 수 없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논쟁을 보면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도 당대, 아니 전 세기를 통틀어 거의 첫 손에 꼽히는 대 과학자가 당시 신생 과학자들과 오로지 실험 결과와 논리로만 토론을 하였고, 끝까지 반론을 펼치다 결국 패배를 시인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물론 아인슈타인은 전부터 양자역학을 극혐 했기에, 떠오르는 신예 과학자의 양자역학 논문을 극렬히 비난하여 시무룩하게 만들기도 하였고 결국 죽을 때까지 양자역학을 부정하였지만 어쨌든 현재 자신의 지식과 논리로는 반박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입니다. 당대 최고의 과학자가 패배를 시인하였기에 양자역학이 더 높은 신뢰를 얻게 됩니다. 이미지와 다르게 과학계 역시 정치, 사회 분야처럼 명성, 돈에 많이 좌우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가장 객관적인 학문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새파란 애송이 과학자도 당대, 아니 전 세기를 통틀어 최고의 과학자의 말에 반박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일 것입니다.




누구나 논문을 쓸 수는 있으나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탁월한 연구 성과와 함께 상호 검증이 필요합니다. 상호 검증은 같은 분야의 경쟁자가 하게 되어 있으므로 봐주지 않습니다. 경쟁자가 일단 이 논문의 논리에 오류는 없어 보인다고 인정하게 되면 저널에 실리게 되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그 연구 성과가 핫하면 핫할수록 많은 과학자들의 집중 검증을 받게 됩니다. 현재까지 살아있는 과학 이론이 전부 맞고 진리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 혹독한 검증을 뚫고 반박되지 않았기에 아직까지는 맞다고는 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이 과학의 신뢰도를 높여주는 것이죠.


아인슈타인을 단순히 꼰머가 되었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 이유는 다음번에 적어보겠습니다. 그 유명한 솔베이 전쟁의 대표적인 이야기를 보면 양자역학에 대해 조금 더 심도 있는 이해가 가능할 것입니다.

이전 15화 414 빛의 속도로 차여본 적이 있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