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의 초대
일상으로의 초대는 그때그때 생각을 적어보는 글입니다. 특별한 체계도 없고 형식도 없고 발행 주기도 없습니다. 분량도 제멋대로이고 다소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정돈되지 않았더라도 날것의 저를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해봅니다.
"둥.. 둥.."
나무젓가락같이 생긴 끝에 동그란 형상의 머리가 붙어 있습니다. 건반을 하나하나 누를 때마다 머리는 쇠로 된 줄에 부딪히며 소리가 나옵니다. 피아노 조율사는 소리를 듣고 스패너 같은 장비로 줄을 풀고 조이고를 반복합니다.
어린 시절 정기적으로 집에 피아노 조율사가 왔습니다. 조율사가 오면 어김없이 조율하는 과정을 신기하게 바라보곤 했습니다. 가끔은 조율사가 가고 다시 뚜껑을 열어서 속을 보면서 피아노를 눌러보기도 했습니다. 페달을 밟으면 천이 머리와 쇠줄 사이에 끼어들면서 번지는 소리가 난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장면을 보았기 때문에 초등학교 시험 시간에 너무나도 당연히 피아노를 현악기라고 써서 틀리기도 했습니다.
제 세대의 사람들에게는 뒤가 볼록한 브라운관 텔레비전이 익숙할 것입니다. TV나 모니터는 화면 길이만큼이나 묵직한 뒤태를 가지고 있었고, 무게도 상당했었습니다. tv 안에서는 마치 극장의 영사기처럼 뒤에서 영상을 쏴서 화면이 나온다고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과 같이 뒤가 아예 없는 화면은 상상할 수 없었죠. 그러고 보니 요즘에는 극장에서도 영사기를 보기 힘들게 되었네요.
요즘에 모든 전자 제품들은 세련되고 가볍습니다. 촌스럽고 거추장스러운 예전 장비하고는 비교할 수가 없죠. 이렇게 모든 제품의 구동 부분을 볼 수 없게 되어버리자 문득 제가 어린 시절 가지던 호기심을 요즘 아이들은 가지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마트폰 화면을 성인이 되어 처음 접한 모든 사람들은 신기해했지만, 요즘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너무 당연히 존재할 뿐입니다. 요즘 전자 제품들의 원리를 탐구하려면 양자 역학을 이해하여야 하는데, 그건 어린 나이에 호기심을 갖기는 많이 어렵습니다. 화면은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소리 역시 아주 작은 장비만 있으면 만들어지는 것이니 조금도 호기심의 대상이 아닐 것입니다.
초등학교 때 컴퓨터 학원을 다녔는데, BASIC, C 같은 언어를 배우고, 어셈블리나 기계어 같은 것이 어떤 원리로 구동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밤새 프로그래밍을 하기도 했는데, 아마도 내가 규칙에 따라 코딩을 하면 어떤 것이든 창조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했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컴퓨터를 잘 다루지만 기본 원리를 모르다보니 오류가 나면 전혀 대응을 못하는 것을 가끔 보게 됩니다. 심지어 프로그래머조차 잘 구현되어있는 모듈을 조합하기만 하기에 근본적 알고리즘은 이해를 못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작곡 역시 많은 사람들이 잘 만들어놓은 샘플링을 조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죠. 심지어 예전에는 많은 악기 모듈을 사야 했었지만, 지금은 모두 소프트웨어로 구현이 되고, 컴퓨터 한 대로 작곡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어렵고 반복적인 부분을 블랙박스 처리하면서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달하게 되었고 깊은 이해 없이도 사용할 수 있게 된 세상입니다.
이러한 세상의 발전은 매우 멋집니다. 게다가 디지털화된 기술 역시 많은 원리를 알아야 하고 호기심을 가질 부분이 많습니다. 아무리 쉬워졌다고 해도 그럴듯하게 포토샾을 사용하여 사진을 꾸미기 위해서는 많은 지식과 노하우가 있어야 하며, 동영상 편집 툴이 아무리 편한 기능을 제공해준다 해도 전문가의 편집 기술을 가지기 위해서는 많이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제가 어린 시절에 느꼈던 부분과는 결이 달라진 것뿐이죠. 하지만 조금 촌스럽더라도 거대하고 정밀하게 돌아가는 실제 부품을 가끔은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