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의 초대는 그때그때 생각을 적어보는 글입니다. 특별한 체계도 없고 형식도 없고 발행 주기도 없습니다. 분량도 제멋대로이고 다소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정돈되지 않았더라도 날것의 저를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해봅니다.
저는 법정 스님처럼 무소유를 실현하며 살지는 않지만, 필요 없는 물건을 혹해서 사는 일이 상당히 적습니다. 노트북은 필요하기 때문에 고장 나면 망설임 없이 사지만, 정말 탐나는 스펙과 디자인의 노트북이 나왔다고 사는 일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물건에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소위 아이쇼핑을 많이 합니다. 컴퓨터의 스펙과 디자인의 발달을 흥미롭게 주시하며, 각종 명품 브랜드의 제품을 자주찾아보고 있으며, 브랜드에 얽힌 스토리가 담긴 유튜브를 자주 시청합니다. 모순적이게도 물건을 사고 싶다는 생각은 크게 안 들지만 관심은 참 많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는 것들은 많은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브랜드이지만, 그런 브랜드를 선호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많이 들을 수 있습니다. 뉴스에는 명품 오픈런을 하는 모습을 상당히 비판적인 어조로 보도를 하고 있으며, 소득에 비해 비싼 명품을 사는 사람들을 주제넘다고 혀를 차며 조롱하기도 합니다.
예전에 저의 회사 동료가 포르쉐 박스터를 구매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차가 출고되어 회사로 왔다고 하여 나가서 구경을 해보고 앉아서 잠시나마 느껴보기도 했었습니다. 사실 포르쉐는 가성비로 치면 아주 형편없다고 할 수 있으며, 특히 일반 회사원이 그 성능을 느낄만한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틀리지 않습니다. 사실 2인승에 자리도 좁아서 그렇게 편안하지도 않았습니다. 시동을 켜면 가슴을 울리는 어마어마한 엔진 소리가 나기는 하지만, 그 소리만 들어도 연비가 안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저는 억대의 돈을 들여 그 차를 살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차의 구석구석을 유심히 보니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디테일이 보였습니다. 소위 갬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미묘하게 신경 쓴 듯한 느낌과 색깔, 구석구석을 볼수록 뿌듯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포르쉐를 구매할 때는 이런 디테일 하나하나를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고를 때마다 추가 금액이 들어가지만... 열린 마음으로 잠시 본 것만으로도충분히 사고 싶어 할 만하다는 생각했습니다.
갤럭시 폰 유저와 아이폰 유저 간의 대결은 꽤 오랜 기간 지속되는 것 같습니다. 갤럭시 유저들은 아이폰의 낮은 스펙과 갬성 타령을 조롱합니다. 하드웨어나 편의성, 디자인은 갤럭시가 더 앞서거나 비슷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갤럭시는 포르쉐나 샤넬 못지않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명품으로 인정받을만합니다. 사실 이제 제조업은 우리나라를 따라올 수 있는 나라가 몇 없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젊은 세대에게 아이폰이 훨씬 더 먹히고 있습니다. 저도 갤럭시를 불편함 없이 충분히 잘 쓰고 있지만, 아이폰을 만져보고 생각해보니 그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삼성 제품의 하드웨어나 디자인은 분명 명품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의 연계성은 짝퉁을 보는 듯합니다. 여기저기 좋은 기능을 개별적으로 덕지덕지 개발해놓고, 연동이 되지 않아 사용하지 않다가 폐기하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안드로이드라는 외부 OS를 쓰는 한계가 분명 있지만, 딱 떨어지며 연동되는 삼성만의 감성을 전혀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여기저기서 볼 수 있습니다. 저희 회사도 시스템 경영을 강조하며 큰돈을 들여 각종 시스템을 만들고 있지만, 서로 연동이 안되고 많은 문제들이 있어서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있습니다. 각 부서 간의 이해관계와 윗사람들의 시스템 이해 부족으로 이러한 현상은 전혀 고쳐지지 않고 직원들만 불만을 삭히며 수작업 노가다를 하고 있습니다. 은행 어플은 잠시 안 보고 있으면 작동이 되지 않고 다른 어플로 바꾸는 것도 IT를 문외한 윗사람들이 무작정 인터넷 은행을 따라 하려다 보니 생기는 부작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삼성전자에 결정권을 가진 임원 중에 폰 덕후가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입니다. 세밀한 조율과 연동 작업의 디테일한 맵을 그리지 못하고 말도 안되게 짧은 시간과 적은인력으로 단순히 기능만을 빨리 만드는데 급급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안타깝습니다. 최고의 명품이 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만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 같으니 말입니다. 어린 세대일수록 아이폰 선호가 높다는 말은, 길게 보면 갤럭시는 점점 저물 수밖에 없다는 뜻이 됩니다. 게다가 그 이유는 너무나도 분명해 보이고, 개선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습니다. 다른 모든 면이 앞서있기 때문에 이것만극복한다면 최고의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고 감성을 구현할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물론 삼성전자의 수많은 직원과 전문가들이 저보다 더 잘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고, 말로는 쉽지만 어려운 작업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자리를 지키는데 급급해 당장의 성과에만 연연하는 결정권자들 때문에 막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기우가 들기도 합니다. 설마 결정권자 분들께서 갬성 타령하는 세대들을 어리석게 보며 혀를 차고 있지는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