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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에 시달리며 출근을 왜 할까

501 자유롭다는 착각

by 평범한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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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늦은 아침, 간신히 몸을 일으켜 간단한 식사를 합니다. 사실 일어난 지는 한참 되었지만 침대에서 빈둥거리며 핸드폰으로 각종 영상을 보다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배의 신호 때문에 몸을 일으키고, 나른하게 브런치를 먹으면 정신이 조금 차려집니다. 집에만 있으면 한없이 빈둥거리며 소중한 주말을 날려버릴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대충 옷을 입고 동네 근처 카페를 향합니다. 바깥을 볼 수 있는 자리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커피 한 모금 들이켜 정신을 차립니다. 컴퓨터를 켜고 머릿속의 생각을 잠시 정리한 후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누리는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특별날 것 없는 평범한 직장인인 제가 누리는 주말의 호사를 생각하면 말입니다. 가까운 과거인 조선 시대에 태어났다고 생각하면 평민이나 기껏해야 하급 양반 정도의 위치가 아닐까 싶은데, 그 위치에서 이런 자유를 누리는 것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물론 중세 귀족이나 왕으로 태어나서 아무런 노동을 하지 않는 삶을 살았을 수도 있지만,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의 비율은 극소수였을 것이며, 대부분의 과거 사람들은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이 누리는 만큼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였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유를 누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름의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지금 역사상 가장 넓고 많은 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말이 이보다 더 좋은 세상이 없다는 말은 아니니까요. 인터넷을 보면 각자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때때로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의 심한 욕과 희롱도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남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해한다는 것은 상당히 상식적이지만, 이런 도가 지나친 의견 표출은 실제로 남의 자유를 많이 침해하기도 합니다. 유명인의 행동에 제약을 걸려고 하고, 심지어 때때로 자살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에 대해 조금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저 개인은 브런치 외에 다른 곳에 글을 쓰는 일이 극히 드물기 때문에 나름대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합리적으로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득 그저께 일이 생각나네요. 전날 술을 많이 먹어 극도로 하기 싫은 출근길을 가까스로 사수하던 아침이 말입니다. 게다가 전날 술 역시 원해서 마신 것이 아닌, 회사의 강요 아닌 강요 속에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출근을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일주일 동안 꽤 많은 시간을 노동하여야 비로소 주말의 자유를 얻을 수 있으며, 그나마도 가끔은 그 자유마저 빼앗깁니다. 업무가 많을 때 저의 노동 시간과 강도를 생각하면, 모르긴 몰라도 조선시대 노비도 혀를 내두르지 않을까 하는 마음까지 듭니다. 얼마든지 자유로운 사회에서 왜 저는 이렇게 자유롭지 못하는 걸까요? 답은 뻔합니다.




현대 사회는 개개인이 무한한 자유를 누림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를 돈이라는 매개물을 이용해 통제하기 때문입니다. 이 방식은 상당히 효율적이고 안정적입니다. 과거 역사를 보면 자유를 누리기 위한 많은 투쟁이 있어 왔지만, 지금 그런 투쟁은 일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전히 권력자들이 자유를 통제를 하려는 시도가 있기는 하지만 과거처럼 많이, 노골적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돈이 효율적으로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일요일의 저처럼 자유를 누린다고 생각하며, 돈에 의한 통제로 인해 자유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 사회 현상을 관찰하다 보면 우리가 자유롭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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