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사실 많은 사회 문제를 쉽게 해결해 줍니다
503 쩐의 전쟁
점심시간 식사를 위해 동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핸드폰 주식 어플을 클릭합니다. 살벌하게 파란색으로 도배된 주식 차트를 보면서 한숨을 쉬고 밥이나 먹자 하네요. 코인과 주식 열풍의 시대 때 많은 평범한 직장인들이 흥분되는 시간을 가졌었죠. 중고등학생들의 장래희망 순위는 매번 변하지만, 돈을 많이 버는 직종이 높은 순위에 항상 오르는 것만큼은 변하지 않습니다. 서점을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코너는 주식과 재테크 분야입니다. 월드컵을 비롯한 행사를 치르면 항상 따라붙는 말이 어떻게 추산되었는지 모를 경제효과입니다. 세상 모든 것의 중심은 돈이 된 지는 꽤 되었고, 이는 빠른 속도로 더 정교화되고 있어 보입니다.
나는 몇 등급?돈은 사실상 사람들의 계급을 나누고 있습니다. 중세 봉건 제도, 혹은 훨씬 더 세밀하게 계급을 나누었던 인도 카스트 제도*보다 훨씬 더 촘촘하게, 사실상 모든 사람들의 등급을 정할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전 인류의 계급을 실시간으로 알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차별받는 것은 싫어하지만 차별스럽고 싶은 모순적인 인간의 마음에 상당히 잘 부합합니다. 누구나 돈을 더 벌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계급을 바꿀 수 있으며, 돈 이외의 수단으로 상위 계급이 하위 계급을 차별하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죠. 카스트 제도를 후진적이라 비웃으면서, 자신의 신용 등급을 매기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은 이 때문일 것입니다.
만수르 트위터에 쏟아지는 구걸 댓글현대 사회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차별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평등하다고 믿고 있고, 모순된 세상에 불만이 많음에도 세상을 뒤집으려고 행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은 바로 돈 이외의 수단으로 차별을 하지 못하게 한 제도 때문일 것입니다.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돈을 적게 가진 사람에게 발바닥을 핥으라고 하면 돈을 적게 가진 사람은 큰 모욕감을 느끼며 차별을 받고 있다 생각할 것입니다. 흥분해서 돈 많은 사람을 때릴 수도 있고, 고소를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만수르의 트위터에는 자발적으로 발바닥을 핥겠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의 무지막지한 재산의 아주 작은 부분, 그럼에도 보통 사람이 느끼기에는 아주 큰 부분, 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에 그러는 것이겠죠. 만수르가 1억을 줄 테니 발바닥을 핥으라고 하면 아마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할 것입니다. 물론 평등과 자유가 있는 세상이기 때문에 이를 거부할 수 있겠죠. 거부하는 사람에게 만수르가 10억을 주겠다고 한다면 거부하는 사람은 더욱 줄어들 것입니다. 100억을 준다면 거부하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겠죠. 만수르는 돈이라는 유인으로 모든 사람을 노예와 비슷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계급으로 강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자발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왕=신이라는 사상도 필요 없고, 학습을 통한 세뇌도 필요가 없죠. "보이지 않는 손"**은 정말 많은 문제를 해결해 줍니다.
돈은 많은 문제를 심플하게 해결시켜 주었지만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것이 돈을 기준으로 굴러가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소득이 적은 지역에 제대로 된 병원이 없는 것 같이 알려진 문제들은 정부의 기능으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것 말고 조금 더 근본적인 문제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카스트 제도 : 인도의 세습적 계급 제도. 전통적인 법률서와 보편적인 용법 속에서 카스트는 대체로 4개의 계급으로 분류되지만 현재는 2,500종 이상의 카스트와 부카스트로 나뉜다. 많은 카스트 개혁 운동이 일어나고 있고 불가촉천민에 대한 박해가 현재 법으로 금지되고 있지만, 카스트 동맹은 여전히 인도에서 강력한 정치적·사회적 세력으로 남아 있고 또한 새로운 카스트가 계속 형성되고 있다. [다음백과 발췌]
** 보이지 않는 손 : 18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저서 [국부론]에서 언급한 유명한 비유로, 이기적인 개인의 사사로운 영리 활동이 사회 전체의 공적 이익을 증진시킨다는 의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