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의 초대
일상으로의 초대는 그때그때 생각을 적어보는 글입니다. 특별한 체계도 없고 형식도 없고 발행 주기도 없습니다. 분량도 제멋대로이고 다소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정돈되지 않았더라도 날것의 저를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해봅니다.
바둑으로 AI 열풍을 일으킨 구글에서 이번에는 조용하게 양자 컴퓨터의 성공을 알리는 논문을 개제하여 또 다른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양자 컴퓨터에 대해 설명하자면 양자 역학에 대하여 설명해야 하다 보니 다소 난해한 부분이 있습니다. 원리를 조금 왜곡하더라도 후려쳐서 설명하자면, 동시에 여러 계산을 한다는 의미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우리가 쓰는 컴퓨터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하지만, 사실은 한 번에 한 개의 계산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지 그 계산 속도가 엄청 빠르다 보니, 마치 한 번에 여러 기능을 소화해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중 슬릿 실험이나 결 어긋남 같은 설명을 하여야 제대로 이해를 할 수 있겠지만, 완전히 후려쳐서 알아둬야 할 개념을 조금 더 설명하겠습니다. 우리가 물질이라 부르는 입자로 구성되어 있는 모든 것은 사실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 있다고 합니다. 유명한 슈뢰딩거 고양이의 사고 실험 역시, 고양이가 입자가 아닌 결정되지 않은 파동의 상태일 수도 있다는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게 진짜 인 것 같다고 과학자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물질이 있는 이유는 바로 관측, 다른 말로 상호 작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물질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관측을 당하는 순간 입자로 결정이 됩니다. 제대로 쉽게 설명하자면 너무 긴 설명을 해야 하는데 여백이 부족하여..... 가 아니고 저보다 훨씬 제대로 설명할 전문가 분들이 많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과학적 지식을 설명하고 싶은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양자 역학에 흥미가 많았던 저로서, 양자 컴퓨터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나도 놀랐습니다. 이상해 보이는 양자 역학이 사실이라는 증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양자 역학을 재미있게 공부하면서 이것이 사실인지에 대해 많은 의문이 생겼었습니다. 또한 사실 완전히 과학적 증명이 되었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이상한 현상을 이용하여 말도 안 되는 계산 속도의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사실 양자 역학은 그동안 완전한 증거가 없었지만, 그 수식만큼은 완전하게 들어맞았습니다. 때문에 어쩌면 양자 역학의 수식은 진리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 해석만큼은 다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양자역학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해석이 코펜하겐 해석이라고 불리는데, 20세기 천재들이 정모를 한 사진으로 유명한 솔베이 회의에서 코펜하겐 파의 승리로 결론이 나면서 정설이 되어버린 해석입니다.
하지만 코펜하겐 해석을 생각하다 보면 여러 가지 의문이 생기게 됩니다. 저만 그런 줄 알았더니 많은 과학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는지, 코펜하겐 해석 외의 다른 해석을 지지하는 과학자들도 많다고 합니다. 저는 인간이 양자 역학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지만, 아직 제대로 된 해석을 하지는 못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양자 컴퓨터에서 50개의 큐비트(컴퓨터의 비트와 비슷한 개념, 0과 1 중 하나를 쓸 수 있는 칸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를 상호작용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관측을 하면, 실제는 조금 더 복잡하지만 쉽게 말해 2의 50승, 대략 천조 번의 연산을 한 번에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상호작용을 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장난이 아니게 힘들기 때문에, 무한히 늘릴 수 없고, 이러한 컴퓨터가 가정용으로 보급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지금 상태만으로도 매우 경이롭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말이 안 되지만 언젠가 관찰이 없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생각지도 못했던 쉬운 기술이 나올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물론 가정용이 아니더라도, 클라우드 서버로 사용하여 복잡한 계산을 양자 컴퓨터를 통해 하고 서버에서 내려받는 방식을 쓰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성과가 될 것입니다.
양자 컴퓨터의 원리를 보다 보니, 혹시 이러한 방식이 우주가 세상을 계산하는 방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양자 역학의 신기한 결과에 따르면, 이 우주는 컴퓨터 게임처럼 계산에 의해 펼쳐지는 화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주의 픽셀은 플랑크 길이라는 매우 작은 단위로 이루어져 있고, 플랑크 시간이라는 매우 작은 프레임을 기본 단위로 계산되고 있습니다. 플랑크 길이와 시간은 매우 작기 때문에, 이러한 고화질의 우주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말도 안 되게 빠른 연산 속도가 필요합니다. 때문에 우주는 상호작용이 없는 부분은 스타 크래프트 미니맵의 검은 화면처럼 계산을 하지 않고, 상호 작용이 있는 부분만 계산을 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연산 속도로는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연산을 하게 되어있는데, 양자 컴퓨터의 방식이라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우주는 엄청 큰 숫자의 큐비트로 계산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인간이 우주의 계산 방식을 알아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혼자 해보게 됩니다.
글을 다 쓰고 보니, 이런 분야에 지식이 없는 분들께는 너무 어렵고, 황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니 글이 너무 길어지고, 이미 많은 전문가 분들이 쉽게 설명하고 있기에 말하고 싶은 내용을 적었는데, 황당하게 느끼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양자 컴퓨터에 대한 연구는 엄청나게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금방 너무 당연하게 사용하는 기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어린 세대들은 저장 버튼에 네모난 디스켓 모양으로 되어있는 이유를 모른다고 합니다. 써본 적이 없으니까요. 이와 마찬가지로 예전에는 양자 컴퓨터가 아닌 이상한 컴퓨터를 썼다고 말하는 시대가 생각보다 가까이 와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