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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 [철학] 행복해야 하는가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는 기계일까

by 평범한 직장인

왜 사냐고 물었을 때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대답이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마약 같은 행복한 감정에 빠져있는 동안에는 분명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영원히 행복하다면 이런 정신 나간 생각을 할 겨를도 이유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행복하게 살다가 죽는다면 의미 있는 삶이 될까요?




행복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저는 단연 영화 매트릭스에서 던진 화두가 생각납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모두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꿈이 있다면 그 세계에서 나는 가장 완벽하게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세상을 벗어나야 한다는 욕구가 이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세상도 완벽하지 않은 행복을 가질 뿐인 꿈일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매트릭스 속 세계는 어찌 보면 내가 느낄 수 있는 모든 행복을 가질 수 있는 완벽한 세상인데 말입니다. 아니, 완벽한 세상의 정의는 논쟁의 여지가 많을 수 있기 때문에 그냥 지금 세상보다 나은 세상이라 생각해도 굳이 그 세계를 거부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현실로 나온 네오는 더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된 것일까요?




불교에서는 이에 대한 대답으로 삶은 의미 없고 고통스럽기 때문에 이런 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리려고 한 것 같습니다. 색다르고 매력적이지만, 과연 이 삶의 고리를 끊고 나면 무엇이 있을까요?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이 아무것도 없는 것이라면 삶은 더욱 허무해지는 느낌입니다. 우리는 없어지기 위해 아등바등 사는 것일까요?


만약 해탈 이후의 삶이 다른 종교에서 말하는 일종의 천국 같은 삶으로 존재한다고 한다면, 그 삶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런 삶을 원한다면 네오는 굳이 힘든 선택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해탈하지 않아도 이미 천국 같은 삶을 살 수 있으니 말입니다.


어떤 사람은 지금 이 순간이 영원히 반복되기 때문에 이 순간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지금 이 행복에 대한 글을 쓰는 순간이 무한이 반복되고 고칠 수 없다 하지만, 그것 역시 삶의 의미를 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영원히 반복된다면 닥터 스트레인지에 당하는 도르마무 마냥 영원히 똑같은 삶을 사는 지루한 삶이 연상됩니다.




한 가지 생각해 볼만 한 것은, 우리가 느끼는 행복이 단지 뇌와 몸의 신경을 잘 조작하는 것만으로 이룰 수 있냐는 것입니다. 단지 여러 가지 시작 조건을 맞춰놓으면 우리는 같은 행동을 할까요? 나의 뇌를 그대로 컴퓨터에 넣는다면 그것은 나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단지 정해진 틀 속에 동물과 다를 바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부속품 같은 존재일 것입니다. 마치 생각을 한다고 착각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정해진 알고리즘을 따르면서 말입니다. 물론 그 알고리즘이 매우 복잡해서 지금의 지능으로 이해할 수는 없을 수는 있을 테지만.


이런 생각을 하면 삶은 더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네오가 매트릭스에서 나오는 행동 조차 기계적인 알고리즘의 결과였을 테니 말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신체의 작용과 별개로 우리의 의식이 존재한다면, 삶의 의미와 행복에 대해 좀 더 생각을 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삶의 의미를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다 보면 답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이런 모순적인 상황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잘 살아가고 있고, 생각보다 강한 삶에 대한 의지가 있습니다. 인간은 의미 없는 삶을 잊기 위해 계속하여 행복을 찾는 것 같습니다. 또한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행복함을 느끼려 노력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의식에 대한 사유는 너무도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여기에 쓰기도 벅차고 확증도 없지만, 현재까지는 정말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무언가 다른 개념의 의식이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뒤에서 나오겠지만 의식의 존재 여부에 대한 결론은 수십 년 내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의 삶이 우주에 의미 없이 던져진 조금 복잡해 보이는 기계에 불과하다면 왠지 슬픈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행복을 추구하는 조금 특이한 기계에 불과할까요?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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