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가 절대 존재하지 않을 수는 절대 없다
삶의 의미를 찾는 데 있어서, 절대라는 것이 존재하면 편할 것 같습니다. 절대 선이 있다면 선한 것을 실천하려 살면 되고, 절대 악이 있다면 악을 피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 될 것 같습니다. 절대적인 가치를 충실히 따라서 죽을 때 정말 잘 살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과연 “절대”라는 것이 존재할까요? 영원히 고정될 것 같은 우주도 소멸이 예정되어 있다 하고, 존재한다고 생각한 우리의 몸도 원자보다 작은 세계로 들어가면 빈 공간이나 다름없다고 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인지, 생각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불분명합니다. 어릴 적에 절대적인 선의 존재를 놓고 생각을 많이 해보았습니다. 한계를 찾고 싶어서 한 일종의 사고 실험이었습니다. 우리가 “절대” 지켜야 한다는 관념들을 놓고 다양한 생각을 해보면, 사실 절대적이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는 관념은 초등학생의 짧은 생각에도 이상했습니다. 수많은 전쟁을 할 때는 사람을 죽이는 것이 미화되고 있고, 전쟁영화를 보면 심지어 나, 내 남편만 살게 해달라고 울면서 기도를 합니다. 수많은 동물들을 희생시키며 사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왜 살인을 금할까요? 등등… 물론 이러한 생각도 여러 가지 측면으로 반박이 가능하지만,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는 생각은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절대적인 것을 찾아 생각해 보았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절대 적인 것이 없다는 말만이 절대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허무주의의 출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절대라는 것이 없다는 것이 진리가 아닐까 생각해보지만, 사실 그것도 알 수 없습니다. 아직까지 찾지 못한 것이라고 없다고 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또한 절대라는 것이 없다는 절대적인 말 또한 모순이 됩니다. 믿을만한 종교에 의지해버리면 쉽겠지만, 그것은 진리인지 아닌지 따지지 않고 믿을 뿐입니다.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불가지론이 설득력 있게 느껴집니다. 현대 과학에도 절대적인 것이 없다는 말은 아니지만, 알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이론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인간 자체의 모순과 한계로 알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것 역시 단정 지을 수 없으니 문제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이 지금도 무언가 절대적인 것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크라테스부터 시작된 서양 학문은 절대적인 개념을 찾으면서 시작되었으며, 이에 대해 반발하는 학파와 항상 엎치락뒤치락하며 진행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이 정도로 깊게 논증하지 않고 각자 사람들은 자신만의 절대적인 삶의 의미를 찾는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기대하는 부모님 때문에, 자신만 바라보는 자식 때문에, 명예, 돈 등등 수많은 목적과 이유를 만들어서 추구하며 살고 잇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본인의 개념에 확신이 생기기 때문에, 아니 확신이 없다면 살아가기가 힘들기 때문에 그것이 논리적이건 아니건 일단 어느 정도까지 생각한 후 자신의 개념을 그대로 믿고 밀고 나갑니다. 이러한 개념은 외부에서 아무리 논리적인 반박을 하여도 쉽게 무너지지 않기 때문에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신념이 아주 강한 사람은 그 신념이 무너질 때 자신의 삶이 부정당하는 느낌까지 가지게 됩니다. 본인이 믿고 있던 삶의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겠죠.
철학적 담론을 시작하고 계속 알 수 없음 만을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삶도, 죽음도, 절대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을 알라며 아테네 젊은이들을 괴롭힌 소크라테스 시대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한 만약 그것을 알더라도 말로 표현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내 생각과 다른 글이 나와 고치고, 표현이 맘에 들지 않아 고치고 있습니다. 이 글이 내 생각과 완전히 일치하는지 물어보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표현하는 것은 더 어렵고, 우리가 생각을 언어로 하기 때문에 언어가 가지는 한계가 있다면 그것을 넘는 생각을 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여러모로 지금까지 제기한 근원적인 질문에 답을 하기는 어렵다고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탐구를 계속하려 합니다. 계속하여 제 생각을 정리해보고 모순을 찾고, 학습을 하는 과정 중에 무언가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찾기 어려울 뿐이지 찾지 못한다는 절대적인 법칙은 없으니까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같이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저와 완전히 다른 사고 구조를 가진 사람들의 생각을 많이 접하고 이해하다 보면 언젠가 작은 결론이라도 하나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오늘도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