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학
요즘 구독 경제가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데, 방식은 다르지만 제가 어렸을 때도 신문, 우유 그리고 잡지도 구독할 수 있었습니다. 다달 학습, 이달 학습 같은 월간 학습 잡지부터, 여러 추천 도서를 모아 놓은 독서평설, 아이큐 점프, 소년 챔프, 보물섬 같은 만화 잡지, 학생과학, 뉴턴과 같은 과학 잡지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가장 구독하고 싶은 잡지는 만화 잡지였지만, 사실 그 시절에 부모님의 눈초리를 이겨내며 만화 잡지를 정기 구독할 수 있는 학생은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가장 오래 구독하고 기억에 남는 잡지는 학생과학이었습니다.
학생과학은 당시 가장 오래된 학생 교양 과학지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찾아보니 1965년 11월 창간하여 1995년 1월호를 끝으로 폐간을 했습니다. 저는 기억상 80년대 후반쯤에 3~4년을 구독한 것 같습니다. 이후 뭔가 수준 높아 보이는 뉴턴으로 갈아탔는데, 뉴턴은 생생한 사진이 많고 세련된 느낌이었지만 읽기가 썩 좋지 않아서 기억에 크게 남지는 않았습니다.
매달 학생과학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서점에 잡지가 출간되면 표지에 있는 기사 제목들을 보면서 궁금해하고, 잡지가 도착해서 바로 읽으며 궁금증을 해소하는 기분은 최고였습니다. 당연히 잡지가 도착하면 실려있는 정기 연재 중인 만화를 먼저 봤습니다. 6~7개 정도의 과학과 연관이 있는(?) 만화가 연재되었는데, 지금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잡지를 기다리는 가장 큰 요소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시 저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빠져 있던 시기라 별책부록인 컴퓨터 랜드를 매우 좋아했습니다. 당시로서는 각종 첨단 기술 등이 나와있었고, 새로운 소프트웨어 소개 등을 보고 여기저기서 프로그램을 구해서 플로피 디스켓에 담아 집에서 실행시켜보곤 했습니다. 게임 리뷰도 있었는데 당시 엄청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2D 디스켓 8장을 써야 하는 원숭이 섬의 비밀 같은 게임도 소개했는데, 너무 고용량에 구하기도 힘들어서 잡지 내용만 보며 상상만 했었습니다. 프로그래밍 소스 코드를 보내어 실리면 선물을 주곤 했었는데, 저도 도스 쉘 프로그램을 밤새 만들어 보내서 선물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잠이 많던 제가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처음으로 밤을 새본 것 같네요.
제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은 막 가정용 컴퓨터가 보급되던 시절이었습니다. AT 컴퓨터를 80만 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에 제공한다던 삼성전자 알라딘 광고가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저는 한 반에 한두 명 정도가 컴퓨터를 안다고 말하던 시절에 운 좋게 컴퓨터 학원을 다녔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코딩에 상당히 빠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프로그래밍은 지금처럼 객체화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화려한 프로그래밍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만큼 기본적인 논리 구조에 대한 학습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상황에 대해 벌어질 수 있는 카테고리를 생각하고 단순화해서 대처를 하는 식의 사고방식은 이때 키워졌고, 알게 모르게 삶에 매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각종 과학 기사를 읽으면서, 또 UFO/미스터리 관련 기사도 풍부하게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외계인과 미스터리에 대한 관심이 시작된 것 같고 지금도 상당히 좋아합니다. 과학 잡지인 만큼 광고도 과학 관련된 내용이 많았습니다. 특히 당시 기껏 모터가 들어간 3천~5천 원짜리 RC카를 가지고 놀던 저에게 조종할 수 있는 자동차부터 미니 헬기, 지금으로 치면 드론이라 할 수 있는 상품들이 광고로 나왔습니다. 가지고 싶었지만 너무 고가라서 저런 제품도 있구나 생각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지만, 진짜 저렇게 날아다닐 수 있는 물건을 살 수 있나 하는 의문은 항상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스마트폰도 없고 TV도 많이 보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더 열심히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고품질의 과학 잡지였고 지금도 계속 과학에 흥미를 가지고 보는 것은 이때의 경험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발명가가 꿈이었는데, 학생과학에는 학생들의 발명 아이디어를 공모하여 매달 게재하고 상품을 주는 코너도 있었습니다.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저도 응모를 해서 실린 적이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소극적이던 저였지만, 학생 과학에는 여러 가지 응모를 했었던 것 같고, 성취의 기쁨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제가 구독을 끊고 몇 년 후에 학생과학 잡지가 폐간된 것 같습니다. 구독하는 기간 동안에도 잡지사 사정이 어렵다는 등의 이야기를 편집자 코너 등에서 본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이후 관심에서 멀어져 잊고 있다가 이제야 언제 폐간이 되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을 좋아했고, 그래서 발명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과학도 좋아했지만 과학자는 왠지 실험만 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어 싫었고, 무언가 실용적인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하는 일은 발명가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루틴 한 업무가 있는 제조업이 아닌 늘 새로움이 있는 프로젝트 업무를 하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입사할 때에도 새로운 일을 좋아한다고 했다가 너무 새롭고 체계 없는 부서에 처음 들어가 고생을 했던 기억도 나네요. 어린 시절 저의 새로운 것을 좋아하던 성향은 지금도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새로운 글도 쓰게 되었고, 늘 새로운 정보를 보고 생각하려 하는 하게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