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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태화 Apr 15. 2021

1. 숨 가쁜 사회, 우리의 갈림길

2) 숨 가쁜, 그리고 공허한

 우리 사회는 점차 숨 가쁘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마이카 시대’가 열렸다며 환호하고 설레 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새로 출시된 자동차들은 길을 안내하고, 사고를 예방해주고, 스스로 주차하며, 사람과 대화하기까지 합니다. 스마트폰이 처음 출시되며, 컴퓨터와 디지털카메라, MP3 플레이어 등 기존의 기기들이 차지하고 있는 시장을 스마트폰이 쉽게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새 스마트폰은 우리 삶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제는 냉장고, 세탁기, 자동차, 심지어는 집안 전체를 관리하는 시스템마저 스마트폰 하나로 조정하고 활용합니다. 한때 와이파이 찾기가 수맥 찾기만큼 어려웠다던 우리는 어느새 한라산 정상에 서서 가족들에게 온라인 메시지를 보내는 삶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사회의 발전은 눈부시면서도 따라가기엔 조금 벅차기도 합니다.


 기술의 발전이 매우 빠릅니다. 그리고 발전된 기술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넘어 간편하고 간단한 삶으로 우리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발전된 기술이 우리 인류를 저노동 시대를 넘어 무노동 시대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것입니다. 인간이 과학과 기술을 진보시킴으로써 시대를 진보시키던 시간을 뛰어넘어 이제는 과학과 기술이 시대를 진보시키는 시간이 우리 앞에 다가왔습니다. 인간이 시대를 주도하던 때는 까마득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왜인지 모르게 더욱 숨 가쁘고 더욱 외롭기만 합니다. 분명 간단해지고 편안해졌으며, 빨라졌건만 우리의 일상은 버겁기만 합니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난 뒤 지친 직장 업무 끝에 찾아온 휴식시간은 왜인지 모르게 짧기만 합니다. 사무실에서 보내는 업무의 시간은 숨 가쁘지만 흘러가지 않는 시간이었다면, 그 이후에서야 찾아오는 달콤한 휴식시간은 채 피로가 회복되기도 전에 끝나버리곤 하는 것이죠. 온전히 자유로운 그 시간이 아쉬워서 잠조차 줄여가며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거나 책을 읽는 것에 사용하면서, 잠이 부족한 날들은 계속 이어집니다. 피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데 몇 달 전부터 기다려오던 연휴는 아직도 까마득합니다. 


 SNS 속에 비춘 지인들의 일상은 화려하고 즐거운데, 그것을 들여다보고 있는 나의 삶은 어딘지 초라한 탓에 괜스레 심술도 나고, 자조감도 찾아오곤 합니다. 미디어 속에 비추어진 연예인들의 화려한 삶을 바라보며 동경하기도, 질투하기도 합니다. 버스 창가에 비춘 아름다운 커플들의 모습을 보면 어느새 포기해버린 나의 삶들이 떠올라 울적해지곤 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지나치게 숨 가쁘게 살면서도 지나치게 공허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빠르고 편리하기에 숨 가쁜 사회, 연결되어있기에 공허한 사회가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한 단면은 아닐까요? 발맞춰 걸어가기엔 너무나 빠르게 걸어가는 사람들, 마음을 터놓고 자신을 나누기엔 너무 화려하고 차가운 사람들이 우리들의 세상 밖 어떤 이가 우리를 바라보며 내리는 평가는 아닐까요? 숨 가쁜 일상 속에서 공허함을 느끼지 않기 위해 잠을 줄여가며 발버둥 치는 모습이 바로 우리 삶의 슬픈 단면이죠. 조금 천천히 걸으라는 다독임, 잘하고 있다는 격려 조차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공동체,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만들어 놓은 '숨 가쁜 사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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