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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베이터 Apr 26. 2020

연속성을 유지하라

매일 하는 일이 몰입을 만든다. 



나는 주로 업무 외 시간에는 강연을 준비하거나 글을 쓴다. 이는 사실 최근에 만들어진 루틴이다. 기억해보면, 이런 루틴을 시작할 때는 계획한 일을 진행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했고, 그 일을 마치고 나면 쉽게 지쳤다. 하지만 그 일들이 루틴이 됐을 때 그 일은 점차 쉬워졌다. 몸과 마음에 부담도 덜 했고, 그 일을 마치고 나서도 크게 지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그 루틴 중 글 쓰는 일이 무너졌다.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해야 하는 환경적 변화로, 강연 준비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쓰지 못하고 넘어가는 날이 늘어났다. 그렇게 글 쓰는 행위의 연속성이 깨지고 나니 글 쓰는 일은 다시 가까이 다가가기에는 부담스러운 친구처럼 느껴졌다.  


글을 매일 쓸 때는 다양한 글감이 머릿속에서 손을 들고 있다. 자기를 뽑아달라고 “픽 미, 픽 미(Pick me, pick me)라고 외치는 듯했다(언제 적 픽 미인가.. 옛날 사람인가 보다).. 그러나 글 쓰는 일의 연속성이 사라지면서 내 머릿속은 무서울 정도로 잠잠해졌다. 글에 대한 아이디어는 깊은 잠에서 깨어날 줄 모르고, 문서 프로그램의 하얀 백지 앞에 서는 일이 두려웠다. 


매일 하는 일이 몰입을 만든다.


어떤 일을 지속하거나 나름의 성과를 얻기 원한다면, 매일 해야 한다.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 ‘왜 매일 해야 할까?’ 그 이유는 보통 우리가 알고 있듯이 매일 해야 쉬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 보면, 매일 하는 일은 '몰입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 원리를 서울대학교 황농문 교수는 시냅스 연결을 통해 잘 설명했다. 그는 ‘몰입’을 다룬 여러 저서에서 몰입의 조건을 설명했다 그는 몰입의 조건에 대해 다양한 이론과 설명을 이야기했는데, 그중 내가 절실하게 공감한 내용은 바로 '시냅스 연결'에 관한 내용이다.

 

인간이 특정 생각과 행동을 하고, 감정을 느끼는 모든 일은 뇌신경 세포의 시냅스 연결을 통해 이뤄진다. 뇌신경세포를 뉴런(neuron)이라고 한다. 이 뉴런은 홀로 존재해서는 아무런 일을 할 수 없다. 뇌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뉴런끼리 서로 연결 활동이 필요하다. 뉴런과 같은 신경세포에는 가지 모양으로 생긴 수상돌기가 존재하고 이 수상돌기를 통해 뉴런은 신호를 수신한다. 수상돌기 끝에는 시냅스(synapse)가 존재하는데 이 시냅스의 역할을 신호나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뇌는 이런 시냅스 연결을 통해 자극과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활성화’된다고 표현할 수 있다. 강한 자극이 주어지거나 반복된 활동이 이 연결을 활성화시킨다. 활성화라는 표현이 구체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비유해 보자면, 길을 만드는 작업이다.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는 장소에는 길이 형성된다. 인도가 생기고, 도로가 포장되며, 고속도로가 세워진다. 뇌 내 환경도 이와 같다. 어떤 문제를 반복해서 생각하고 특정한 행동을 반복하면 길이 생긴다. 그 길은 발전을 거듭하며 어느 순간 고속도로가 된다. 고도로 발달된 기술도 이와 같다. 김연아 선수가 트리플 악셀(공중에서 세 바퀴 반을 돌아 착지하는 동작)을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수많은 연습을 통해, 뇌의 명령과 몸의 기억이 조화를 이룬다. 뇌에서는 점프와 착지의 시간적 타이밍을 계산하고, 공간을 정확하게 인식하며, 균형을 유지하는 명령을 내린다. 이러한 명령이 반복되면 몸에 있는 근육들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완벽한 동작을 만들어낸다. 김연아의 트리플악셀에 대한 시냅스 연결은 일반인과는 완전 다르다. 그걸 증명해 보고 싶다면 여러분도 스케이트를 신고 트리플 악셀을 시도해보라. 일단 스케이트를 신고 얼음 위에 서있는 연습부터 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생각이나 행동이 반복되면 뇌에서는 특정한 길이 형성된다. 황농문 교수는 단순히 그 행동이 쉬워지는 것을 넘어 몰입하는 단계에 들어가려면, 시간적 가중과 공간적 가중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먼저 공간적 가중은 뉴런이 서로 연결된 연합체의 크기가 커지면 그 연합체가 다른 뉴런과 연결하려는 속성이 더욱 강해진다는 의미이다. 주변에 존재하는 덕후(덕후는 일본어 ‘오타쿠’에서 비롯된 신조어로, 하나의 일에 미칠 정도로 빠져있는 사람을 의미)를 보면 이러한 이론이 쉽게 증명된다. 남들은 기초적인 내용도 기억해 내기 어려운데 덕후들은 매우 디테일하고 사소한 내용도 기억해서 술술 이야기한다. 놀라운 일이다. 이들은 타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하나의 주제에 대해 시냅스의 공간적 가중이 형성된 것이다. 연합된 정보가 많기에 다른 정보가 쉽게 그 시냅스 연합체에 갖다 붙는다. 


시간적 가중은 시냅스 연결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질수록 이후의 연결이 활성화됨을 의미한다. 이 또한 일상에서 쉽게 증명된다. 여러분이 드라마에 빠져 시청하던 중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겨,  시청하던 드라마를 한동안 보지 못한 경험을 생각해 보자. 어느 순간 그 드라마에 대한 흥미가 떨어져 그 드라마를 끝까지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 드라마의 결말을 친구의 입이나 포털사이트 연예 기사를 통해 강제로 알게 됐을 것이다.

 

시간적 가중은 우리가 목표로 둔 일을 위해 그 일을 매일 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매일 하면 머리에 잘 포장된 길이 생기고, 그 길로 다니는 일은 쉬워진다. 처음 시작하는 일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일처럼 버겁게 느껴지다가 매일 반복해서 연속성을 만들고 나면, 집 앞에 있는 편의점에 가는 일처럼 느껴진다.  



연속성을 만드는 전략 



그렇다면 매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계획에 실패하는 일은 실패를 계획하는 일이다.’라는 말이 있다. 계획을 잘못하는 일은 결국 실패로 귀결된다는 의미이다. 매우 탁월한 표현이다. 단순하지만 매우 중요한 사실, 바로 계획에 성공해야 한다. 계획에 성공하려면 시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시간을 잘 조망할 필요가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추천하듯, 나도 일주일 단위로 시간을 계획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주로 주말을 이용해 주중에 연속적으로 매일 해야 하는 일을 구글 캘린더에 블록화 시킨다. 그렇게 블록으로 박아두면, 그 계획과 할 일은 일상이 된다. 뇌는 어느덧 일상이라고 인식하고 부담감을 덜고 몸에서 힘을 빼도록 명령한다. 그렇게 되면 그 일을 하는 일이 쉬워진다. 


안정적 환경을 마련하는 일도 좋은 전략이다. 시간과 환경, 사용하는 도구를 일정하게 가져가는 일이다. 물론 가끔은 환기를 위해 다른 환경적 요소를 만들 필요도 있지만 일정 기간은 환경이나 상황을 동일하게 맞추는 것이 좋다. 글 쓰는 일을 예로 든다면, 저녁 8시, 집 앞 카페, 같은 노트와 같은 필기구를 맞추고 한글, 워드, 구글 문서, 브런치 페이지 등 글을 작성하는 환경도 동일하게 가져가는 것이다. 


이렇게 조건을 만들면, 뇌는 이러한 요소를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한다. 이는 심리학 용어인 청킹(chunking, 여러 정보를 하나의 의미 있는 덩어리로 인식)을 만드는 일이다. 이렇게 여러 조건들을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면, 뇌는 이 중 하나의 조건만 인식해도 그 요소가 트리거로 작용해 내가 의도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한다. 동일한 요소를 통해 행동의 안정적 조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매일 매 순간 주먹 불끈 쥐고 목표를 큰 소리로 외치고, 의욕을 끌어올리고, 스스로를 다그치면서 일을 진행하는 일은 어렵다. 그렇게 접근하는 것보다 연속성을 유지하는 일이 훨씬 수월하고 효율적이다. 앞서 설명했듯, 연속성을 만들면 뇌신경세포의 시냅스 연결을 활성화시키고 이를 통해 해당 일이 훨씬 수월해지고 나아가 몰입을 유도하다. 사실 길게 설명했지만, 결론은 단순하다. 목표로 한 일에 성과를 얻고자 한다면, “ 그 일을 매일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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