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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베이터 Sep 11. 2021

줄을 타는 듯한 균형감


줄타기. 줄타기를 생각하면 영화 왕의 남자에서 이준기가 분한 공길이가 생각난다. 공길이는 얇은 줄 위에서 미세한 움직임으로 줄을 타며, 하늘로 몸을 띄웠다가 가느다란 줄로 사뿐히 착지한다. 전문가 대역의 도움으로 촬영했겠지만, 신기함에 입이 벌어졌다. 광대가 줄을 타듯 가는 줄 위에서 움직이려면 신기에 가까운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고도로 훈련되지 않고는 위에 올라서 있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러한 균형 감각은  우리에게도 요구된다.  






일을 시작하고, 그 일을 지속하려면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우리 주변에는 동기부여를 잘하는 이들이 있다. 어떻게 해야 자신을 움직이게 만들고, 지속적으로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아는 이들이다. 이러한 이들이 갖고 있는 능력 중 하나는 균형감각이다. 이들은 짧은 시간 안에 정신을 집중해 자신의 균형점을 찾고, 줄을 탄다. 


동기부여의 달인들은 '결핍과 채움의 줄'을 탄다. 인간은 결핍에 민감하다. 정서적으로 결핍이 생기면 긴장이 형성된다. 결핍을 채우려는 긴장이다. 사람은 결핍이 일어난 자리에 본능적으로 시선이 머문다. 만화 미생을 그린 윤태호 작가는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단연코 ‘결핍’이라 했다. 마음에 뚫린 빈 공간을 메우기 위해 미치도록 만화를 그렸고, 결국 그 힘을 통해 미생이라는 작품을 세상에 선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을 움직이고 에너지를 얻으려면, 결핍만으로는 안된다. 결핍만 가득한 삶은 불행하다. 미약한 결과에도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작은 변화, 성장에도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미세하게 성장하고 달라졌어도 어린아이처럼 마냥 즐거워할 수 있어야 한다. 결핍으로 절실함의 에너지를 얻는 동시에, 만족함으로 채움을누릴 수 있어야 한다. 



고수들은 '긴장과 이완의 줄'을 탈 줄 안다. 팽팽하게 조여진 줄을 느슨하게 풀 줄 알고, 늘어진 줄을 조여 당길 줄 안다. 고도의 집중을 발휘하는 비밀은 '긴장과 이완의 조화'에 있다. 지나치게 긴장한 상태에선 높은 집중력이 유지될 수 없다. 몸도 머리도 굳어버리기 때문이다. 지나친 긴장은 현재 순간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만들며, 오히여 실수를 유발한다. 긴장에 시달리는 몸과 마음엔 이완이 필요하다. 


반면 너무 이완된 상태에서도 집중은 그 효율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지나치게 풀어지고 늘어진 상태에서는 정신을 선명하게 하고, 명료하게 사고할 수 없다.  마음을 다잡을 수 없다. 눈앞에 놓인 일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없다. 이완만 작동할 때는 일하는 도중 예리한 눈으로 부족함과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다. 문제가 보여도 예리하게 문제의 원인을 파악할 수 없다. 부족한 부분을 고치고 깔끔하게 일을 매듭지을 수 있는 꼼꼼함을 발휘할 수 없다. 


적당한 긴장감이 정신을 일깨우고, 에너지와 활기를 공급한다. 풀어지고 늘어졌다 싶으면 긴장의 끈을 당겨 탄성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긴장과 이완의 적절한 균형점에 서 있을 때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 



자신을 움직이는 법을 아는 이들은 불안과 긍정의 줄을 탄다. 양치질에 진심이 될 때는 '치과 치료'를 받은 직후다. '제대로 관리 못하면 또 치과에 가야 해'라는 생각이 스스로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건강에 관한 염려와 불안이 건강을 챙기도록 만든다. 건강을 챙기는 일만이 아니다.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면, ‘이대로 하면 아무것도 안돼’, ‘뭔가 대책이 필요해’ 이런 생각이 공부에 더 집중하게 돕고, 유혹을 피할 자세를 만든다. 새로운 학습 전략을 찾게 되고, 보다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불안에 장시간 노출되어 만성화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아주 작고 사소한 일에도 불안의 경고등을 켜는 오류가 발생한다. 불안을 잠재우고, 컨트롤하려면 긍정의 생각이 있어야 한다. '결국 원하는 대로 흘러갈거야.'.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새로운 걸 배웠어', '성공으로 가는 길에 실패는 필수 코스야' 이런 긍정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동기부여의 고수들은 서두름과 여유의 줄을 탄다. 마감 효과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우리가 이룬 일의 대부분은 마감이 있기에 가능했다. 언제까지 끝내야겠다는 계획이 없는 일은 늘어질 대로 늘어진다. ‘이때까지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알람이 울릴 때, 우리는 내적 외적 자원을 다 동원해 그 일을 기간 내에 해낸다. 마감을 인식하고 서두를 때 일을 내팽개치고 외출하거나 종일 누워 유튜브를 보는 유혹을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서두르기만 해선 일을 망친다. 서두르면 아이디어가 탄생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정해진 절차를 무시하게 된다. 부족한 부분을 챙기는 꼼꼼함을 발휘하지 못하고, 엉망인 채로 일을 마무리한다. 서두르지만 여유를 가져야 한다. 마감일을 의식하며 내달리는 마음을 달래고 속도를 늦출 줄 알아야 한다. 충분하게 생각하고, 두루 상황을 살피고, 차분하게 필요한 자원을 모아야 한다. 이러한 능력은 축구에도 요구된다. 축구 감독은 선수에게 수비가 붙기 전에 서둘러 패스하라고 한다. 수비의 압박이 형성되기 전에 우리 편 선수에게 공을 전달하라는 메시지다. 하지만 서두르기만 해서는 공은 엉뚱한 곳으로 가고, 공을 빼앗기게 된다. 감독은 실수를 연발하는 선수에게 '제발 침착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러라는 건지 저러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요구를 정확하게 플레이하는 선수들이 있다. 수비가 붙기 전에 서둘러 패스하지만, 공간과 같은 편 선수의 위치를 충분히 살피고 적절한 타이밍과 장소에 볼을 보낸다. 


일을 제대로 해내려면 정해진 시간 안에 압축된 에너지를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여유롭게 서두를 줄(?) 알아야 한다. 반드시 기간 내에 최선의 결과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지만, 의도적으로 생각과 행동의 속도를 늦출 줄 알아야 한다. 








하려는 일에 지속적으로 의욕과 열정을 갖기란 어렵다. 마음은 늘 변하고 감정은 쉽게 요동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변덕스러운 마음을 다루려면, 줄을 타는 기술이 필요하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양쪽 간의 균형을 유지하며 줄을 타는 기술 말이다. 이러한 균형은 머리로 계산될 수 없다. 경험을 통해 몸으로 익혀진다. 경험이 겹겹이 쌓일 때 감각이 몸에 달라 붙는다. 긴장하지만 이완할 줄 알고, 결핍으로 몸부림치지만 채움의 만족을 누리고, 절박함으로 매달리면서도 여유를 감각을 찾는 감각을 찾는다.


줄을 타는 듯한 균형을 배울 때 희미해지는 열정을 다시 지필 수 있다. 균형 감각이 지속성을 만든다. 스스로를 동기부여해서 지속적인 의욕과 열정을 회복하려면, 줄을 타는 기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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