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의 재발견

민간요법

by 도이

소파에서 자고있는 딸아이의 저녁준비를 서둘렀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냉동실 구석에 내 기억에서 사라졌던 고등어 한마리가 보인다. 저 고등어로 저녁 반찬을 해주면 되겠다 싶은 생각에 고등어를 밖에 꺼내놓고 물에 씻어놓고 밀가루를 꺼내 앞뒤로 뿌려놓았다.

그리고 작은 스텐레스 후라이팬을 불에 쎄게 달구었다. 뜨겁게 달군 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길을 낸다음 고등어를 구우려고 하니 후라이팬이 고등어크기에 비해서 작다. 할 수 없이 휴지로 부은 식용유를 닦에내려고 허둥지둥 하다가 팔을 데이고말았다. 저녁약속이 있어서 조금 서두른다는 것이 이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그래서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나오나보다. 바쁘더라도 침착하게 일을 처리하라는 말일 것이다. 서두르다보면 실수를 저지르고 결국은 일을 그르치거나 오히려 늦어지는 일이 생기는 경우가 있기에 그런 말이 있나보다.

다시 커다란 후라이팬에 고등어를 굽고, 저녁을 그렇게 준비를 하고 자고있는 딸아이를 깨워서 밥을 먹으라고 하고 약속장소로 갔다.

계속 팔이 후끈거리고 아프다. 그래서 찬 물병에 팔을 대고 있다가 떼기를 무한반복하고 있으니, 모임에 같이 있던 치과의사가 술병이 차다고 하며 소주병을 건네준다. 소주병을 한 손으로 끌어안고 발갛게 데인 팔을 식히기를 반복했다. 어찌된 일인지 팔을 계속 화끈거리고 아프다. 소주병이 이제 미지근해질 무렵 이번엔 맥주병이 동원이 되었다. 맥주병이 냉기를 잃어가니 이번엔 다시 물컵을 끌어안고 있으니 식당 아주머니께서 극약처방을 내리신다.

그 극약처방이 '치약'이다. 그분께서 요리를 하시다 데면 항상 치약을 바르신다며 나의 팔에 그 치약을 듬뿍 발라주신다. 속으로 이게 효과가 있을 리가 있나? 하는 반신반의 기분으로 팔을 대고 있으니 '어? 괜찮다.' 화끈거림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치약이 내 옷에 묻을까봐 물티슈 한장을 꺼내서 팔을 그렇게 감싸고 묶었다. 그 이후로 나는 차가운 맥주병,소주병, 물병을 찾지 않고 편히 저녁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치약의 효과를 몸소 체험하고나니 내가 이 좋은 치료약을 왜 몰랐지? 싶을 정도다. 내가 치약의 효과에 대해 신기해하고 있으니 다른 분들이 어릴적 겪은 여러가지 민간요법 이야기들이 나온다. 갑오징어 뼈이야기를 비롯해서 돌나물까지....

내게도 아주 잊지못할 민간요법이 하나 있다. 초등학교 6학년 겨울에 등교를 하는데 친구의 가방이 열리지 않는 거였다. 내가 도와준다는 것이 손톱으로 용을 쓰다가 오른쪽 두번째 손가락의 손톱이 떨어지며 뒤집어져버렸다. 그 상태로 집에 오니 아버지는 내게 생손앓는다고 하시며 내 손에 특이한 치료를 해주셨다. 그 치료법이라는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웃을 수도 없는 것이다.

엄마는 소독을 해야 한다며, 부글부글 끓는 된장에 손가락을 담궈야 한다 하셨고, 아버지는 겨울의 김장김치 이파리를 엄마께 가져오라 하셔서 그것으로 나의 손가락을 둘둘 말아주셨다. 그리곤 그 위를 하얀 천으로 다시 돌돌말았다. 나는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그리 했다.

그 상태로 나는 한참을 학교를 갔다. 키가 작았던 나는 제일 앞자리에서 수업을 들었고, 쉰 김치는 나의 체온으로 인하여 더 익어갔고, 그 김치냄새는 틀림없이 내 짝궁을 비롯하여 앞에서 수업하고 있던 선생님의 코에도 들어갔을 것이다. 다행히 그 누구도 내게서 나는 그 정체모를 김치냄새에 의문을 품거나 불쾌감을 표했던 기억이 없다. 있었는데 내가 기억을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병원이나 약국을 이용해본 적이 없다. 그렇게 가끔 요상스런 부모님의 민간요법으로 나는 병을 치유했고 병원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내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이 아프면 꼭 병원을 가기는 간다. 그리고 약국에 가서 약은 꼭 사놓는다. 그러나 약을 먹이는 것은 자제를 하는 편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그 병을 이길 수 있으면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이들이 열이 나면 체온을 재어보고 크게 높은 열이 아니면 해열제를 먹이지 않고 머리위에 젖은 수건을 얹어놓고 지켜본다. 수건이 따뜻해지면 다시 시원하게 해서 올려놓고 몸은 따뜻하게 이불을 덮어주는 것으로 나는 병간호를 했었다. 그렇게 하면 아이들이 밤새 잠을 푹 자고 다음날 아침이면 많이 나아있었다. 오히려 열이 오를 때 해열제를 먹이면 열이 금새 내렸다가 약효가 떨어질 때면 다시 열이오르길 반복하던 것을 보았다.

한의원과 일반병원의 의사의 열에 대한 대처방안이 참 다른 듯 하다. 일반병원은 열이 나면 우선 해열제를 먹이고 아이의 옷을 벗기고 겨드랑이 등을 미지근한 수건으로 닦아내서 열을 식히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한의원의 의사는 그 반대다. 열이 나게 되면 아이는 추위를 느끼기 때문에 몸을 따뜻하게 해주어 열을 내게 만들고, 머리는 열이 나면 뇌가 익어 위험하기 때문에 머리는 차게 식혀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성장할 때는 어떤 시기에 이르러 성장에 따른 열이 난다고 했다. 그 열은 반드시 필요한 열이며, 열을 내주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다. 또다른 인도의 자연치유관련 책을 본 적이 있다. 인간의 몸은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작은 의사이며, 아플 때 나타나는 대부분의 현상은 몸이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서 생기는 것으로, 열은 내 몸이 몸속에 있는 병균과 싸움을 치르는 중이라 몸속 전쟁이 일어나는 중이며, 이 열은 필요한 열이며, 이 열을 내지 않게 되면 몸속의 백혈구가 제역할을 잘 못해 싸움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것이며, 기침또한 몸속에 이물질이 들어왔을 경우 그것을 몸밖으로 배출해내기 위한 자연현상으로 필요한 기침이며, 가래또한 그런 것이며, 식욕이 없다는 것은 몸이 음식물을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되었기에 억지로 먹는 것을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는 등의 내용이 그 책에 있었다. 그렇게 몸에 나타나는 여러가지 현상들은 내 몸의 의사가 활동을 하는 것이고 그 현상들을 잘 관찰하고 막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두면 스스로 치유가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심한 병이 아니면 한의원이나 내 손의 기운을 믿거나 자연치유의 힘을 믿어왔다. 다행히 아이들은 크게 병을 앓은 적이 없었고 지금까지 잘 자라왔다. 그러나 예전 나의 아버지나 어머니처럼 김치를 사용해본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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