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손톱깎이(2020.8.31)

by 도이

어제는 고등학교 삼학년 딸아이로부터 문자가 왔다.


"엄마 혹시 11시쯤에 학교 데리러 와줄 수 있어?"

"그래"

"갈께"

"학교 주차장"

"와우 빠르넹"


아침 6시쯤 일어나서 7시가 되기 전 집을 나선다. 그리고 사무실에 도착하는 시간이 7시 50분 전후가 된다. 가끔 피곤하여 점심을 먹고 나면 차안에서 10분 정도 눈을 붙인다. 잠을 자든 안자든 그렇게 잠시 휴식시간을 가져야 오후가 덜 나른하고 잠이 오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오후 시간은 잠과의 싸움을 벌여야 한다.

퇴근하는 길에 배가 고파서 차 안에서 아침에 준비한 달걀 두 개를 먹었다. 그리고 포도도 한송이 주워 먹었다. 집에 오면서 반찬가게에 들러 볶음밥을 사서 집에 도착하니 대학 1학년인 첫째 딸아이가 소파에 드러누워있다.


"볶음밥 사 왔는데 먹을래?"

"엉? 볶음밥? 오늘 나 친구랑 떡볶이 먹으러 가기로 약속했는데...."


떡볶이 사 먹으러 가기로 한 딸아이가 볶음밥에는 끌렸는지 나와서 사온 볶음밥을 먹더니 맛있다며 잘 먹는다. 그래도 많이는 먹지 않는다. 나는 배가 부른데도 계속 많이 먹고 조금 남겼다. 혹시 둘째가 밤늦게 와서 배가 고프면 조금이라도 먹으면 좋겠다 싶었다. 포만감을 느끼니 잠이 쏟아진다. 씻지도 않고 양치만 겨우 하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잠을 깊이 자면 안되는데........ 벨리댄스 배우러 가야 하는데.......' 어느새 잠이 들었다. 깜짝 눈이 떠졌다. 시간이 7시 9분이다. 다시 눈을 감으면 댄스학원을 못 갈 것 같아 일어나서 거울을 본다. 얼굴이 부스스하다. 그 상태로 흰색 스포츠 브라를 챙겨 입고, 요가 바지를 주워 입었다. 그리고 거울 속의 내 몸매를 들여다본다. 톡 튀어나온 참외배꼽이 있는 내 배는 저녁을 많이 먹은 탓에 토실토실하다. 허리라인이 쏙 들어가야 하는데 반대로 소심한 D라인을 그리고 있다. 나는 용감무쌍하게 그 상태로 나의 부끄러운 배를 베이지색 기다란 숄로 가려 걸쳐 입고 두 손으로 옷자락을 부여잡고 마스크를 쓰고 댄스학원으로 향했다.

학원에는 낯선 학원생이 한 명이 보인다. 보통 네 명 혹은 다섯 명 정도인데 오늘은 새로운 학원생이 늘어서 다섯 명이 있는데도 학원이 꽉 찬 느낌이다. 열심히 하다 보니 하얀 마스크 위의 내 얼굴이 어느새 달아오른 용광로처럼 시뻘겋고 땀으로 젖는다.

시선이 새로 온 학원생의 뒷모습에 간다. 쫙 붙는 타이즈를 입고 붙는 상의를 입었는데 몸매가 참 예쁘다. 움직일 때마다 허리와 다리라인이 쭉 뻗어있고 허리를 유연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젊고 예쁘다. 타인이 부러워할 몸매다. 처음 하는데도 곧 잘 따라 한다. 마친 시간이 저녁 9시경쯤 된다.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쉬자니 둘째로부터 호출 메시지가 온다. 둘째는 늘 나에게 무언가 요청할 때 조심스럽게 묻는다. "~ 해 줄 수 있어?" " ~ 에 와줄 수 있어?" 그리 묻는다.

오늘도 그렇다.

"엄마 혹시 11시쯤에 학교 데리러 와줄 수 있어?"

집에서 샤워 후에 잠이 또 온다. 침대에 누우면 잠이 들어버릴 것만 같아 밖으로 나가 차를 몰고 딸아이 학교 운동장 주차장에 미리 갔다. 딸아이가 나오려면 삼십 분쯤을 기다려야 한다.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달콤하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나? 밖에 인기척이 들리고 아이들이 조잘대며 지나가는 소리 신발을 질질 끄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고 밖을 보니 흰색 셔츠에 체크무늬 짧은 교복 치마를 입은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잠시 눈을 감고 더 있으니 차 문이 열린다. 단발머리 딸아이가 차를 탄다. 매일 보지만 보는 시간이 너무 짧다. 무릎에 얹어놓은 딸아이의 한쪽 손을 잡아끌고 만지작거리며 운전을 시작했다. 손바닥, 손가락, 손등, 손톱 등을 만지작만지작거린다. 왼쪽 손가락에 반지가 껴있다. 손은 작고 보드랍고 따스하고 손끝이 뾰족하다. 그런데 더 뾰족한 것이 손톱이다.


"너 구미호 되려고 하냐?"

"손톱을 깎기가 귀찮아."


손톱이 어찌나 긴지 한 오미리도 넘는 것 같다.


"은결아! 화장실 가서 똥 닦고 손톱 밑에 끼면 어쩌냐?"

"아이 엄마는 그런 더러운 소리를 해"


딸아이가 갓난아이때는 작은 손톱가위로 오려주다가, 손톱이 조금 탄탄해진 후에는 손톱깎이로 깎아주었었는데, 조금 자란 뒤에는 자기가 직접 손톱을 깎는다며 손톱깎이를 가지고 직접 손톱을 깎기 시작했다.

딸아이는 호기심이 많아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을 참 좋아했다. 손톱을 깎는 것이 그때는 은결이의 새로운 시도였나 보다. 아침저녁으로 깎아댔다. 손톱이 자라길 오매불망 기다리다가 손톱이 조금이라도 자란다 싶으면 손톱깎이로 열심히 손톱을 깎아댔다. 그러다 보니 손톱이 자라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렇게 손톱깎이 호기심 충족이 된 이후로는 손톱을 잘 깍지 않았다. 손톱뿐만 아니라 발톱도 깍지 않았다. 흡사 손톱만큼 길게 자라는 발톱은 찢어지기도 했다. 아주 가끔은 내가 깎아주기도 한다. 그러면 내가 너무 짧게 깎는다며 거부를 한다.

이제는 손톱 발톱 깎는 게 재미가 없는지 그렇게 긴 채로 생활을 한다. 언젠가 손톱. 발톱에 보석을 붙이고 알록달록 치장하고 싶은 때가 오면 다시 단정해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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