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요일 스마트정보실 근무를 하게되었다.
스마트정보실에는 스무대 정도의 컴퓨터가 비치되어 있고, 다양한 DVD가 있고 DVD를 볼 수 있는 방이 세 개 있다. 또한 프린트를 할 수 있는 복사기가 비치되 있으며 여러 종류의 잡지책이 비치되어 있다.
하루 종일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은 십여명 정도 된다.
이곳 도서관의 이용객중 많은 분들은 거의 매일 출근을 하다시피 한다. 그중 몇 분은 첫눈에도 오갈 곳이 별로 없어 보이시는 분도 있다.
한 분은 키가 크신데 혼자 중얼중얼거리며 복도를 왔다 갔다 하다가 창밖을 보며 때론 큰 소리로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치기도 하고, 혼자 히죽히죽 웃는다. 그 모습을 보고 어린 여자 아이들이나 다른 이용객들이 불편할 것 같다. 다만 그분은 다른 사람과 시비를 붙지 않아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아 지켜보고 있다.
다른 한 분은 언제 오는지도 모르게 항상 출근하면 도서관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도서관 어느 실로 가서 하루를 보낸다. 또 한 분은 도서관 삼층 휴게실에서 아크릴로 그림을 그리신다. 잘은 모르겠는데 퇴직한 공무원인 듯 하다.
다행히 이곳 스마트정보실에는 혼자 소리를 질러대는 그분도 오지 않고, 혼자 그림 그리는 그 분도 오지 않고, 문제를 일으키는 분이 별로 없으신데, 그럼에도 여기는 민원인이 있다.
아무도 모르게 민원인 1호, 민원인 2호로 호칭하며 조심하고 있다.
나는 스마트 정보실 근무가 올 해 들어 두 번째인데 기본적인 것은 알아도 소소한 것은 잘 모르는 처지라 무슨 일이 생기면 다른 곳에서 근무하는 분의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처지다.
오늘 오후에 민원인 1호로 호칭되는 분이 내게 오셨다. 나이가 지긋하신 남자분이신데 컴퓨터 사용시간이 다 되었는지 연장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셨다. 나는 그분이 민원인 1호로 호칭되는 분인지 잘 모르고 방법을 연구하다 열람실에 있는 직원을 부르러 가서 도움을 받아 겨우 해결해줄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 분이 오셔서 내게 컴퓨터 시간연장을 부탁했을 때는 기존 하던 것을 보아온 대로 누구의 부탁없이 해줄 수 있었다.
다른 기관과 달리 이곳 도서관은 항상 조용히 말을 해야 하고, 떠들면 안된다. 일부 민원인은 복도에서 걸어다니는 발자국 소리가 신경에 거슬린다며 슬리퍼를 신지 말 것을 요구하며 관장실을 찾아가기도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 환경이다보니 이곳에서의 근무는 소리를 죽여서 작게 말해야 한다는 것이 내겐 조금 힘이 든다. 나는 가끔 폭소를 터트리고 어떨 때는 열을 올리고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배를 잡고 웃거나 큰 소리로 떠들며 얘기를 하면 교양은 없어보일지 몰라도 마음은 후련해 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나의 행동을 많이 자제를 해야 하다보니 이곳에서의 근무는 은근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 노는 토.일요일에 근무를 하다보니 피로가 점점 쌓이는 기분이다.
무거운 공기와 불규칙적인 근무조건이 좀 힘들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아직 적응중인가보다.
선배가 한 말이 있다.
"급여는 나의 일에 대한 댓가가 아니고 스트레스에 대한 댓가다."
그렇다. 내가 받는 이 스트레스는 내 급여의 댓가이고, 내 스트레스의 댓가가 매 월 받는 급여인 것이다. 내 몫이고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밖은 참으로 따스한 봄날이다.
하얀 목련꽃이 흐드러지게 펴있다. 아침 출근 때 그 목련꽃잎이 떨어져 바닥이 하얀 종이를 흩뿌려놓은 듯 했다. 그런데 그것을 당직자가 깨끗이 쓸고 계셨다. 잠시 한 나절 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무가지 위에 달린 꽃도 이쁘지만 바닥위에 떨어지 흰 꽃잎도 나름 아름다웠다.
하긴 목련꽃잎은 빨리 시들기도 한다. 떨어진 목련꽃잎은 금새 말라서 흡사 쓰레기처럼 퇴색한 볼썽 사나운 색으로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날 나는 사각형의 공기무거운 스마트정보실에서 하루를 꼬박 보내고 있다.
백발의 노신사가 한 쪽 몸이 불편하게 걸으시며 살짝 미소를 머금고 지금 간다며 인사를 하고 나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