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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달과 풀 Jun 22. 2024

소소한 자유로움


전라도 여행중

점심을 든든히 먹은 내 눈에 들어온 식당옆 가게의 짚신 한켤레!

퐁당 사랑에 빠져버렸다.  어찌나 이쁘던지..  짚신 신어봐도 되는지 여쭙고 내 발을 그 짚신에 넣어보니 크다.  가게 사장님께 내 발에 맞는 짚신도 있는지 여쭤보았고 가게 주인이 있다고 말씀하시며 가게에 장뜩 쌓여진 물품들 사이 좁은 길로 들어가셨다 나오는 사장님의 두 손에는 조금 작은 짚신이 들려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신어보았다.

짚신은 발목부분을 끈으로 돌려 예쁘게 묶을 수 있게 되어있었다.  내느낌에는 짚신으로 만든 발레슈즈같은 우아한 느낌이랄까?

가게 주인은 그 짚신을 신을 때는 물을 조금 뿌려야 한다며 스프레이를 가져와서 짚신에다가 분무기로 물을 조금 뿌렸다.  그리고 나는 조금 촉촉한 그 짚신에 발을 넣고 발목을 짚신끝으로 한바퀴 빙 돌려서 앞쪽에 이쁘게 묶었다. 와우~~~~~  세상 아름다운 신발이다.

그 짚신은 짚으로 만든 것이 아니고 안동에서 생산된 무엇으로 만들었다고 했는데 재료 이름은 잊어버렸다. ㅠㅠ 치매!

여하튼 나는 내가 신고 갔던 신발은 가게 주인에게 검정 비닐봉지를 하나 얻어서 그곳에 넣고는 어깨에 매고 털레털레 즐겁게 그 가게를 나왔다. 그렇지!  여행이란 새로운 도전이고 경험이지!

짚신 하나에 나는 신이났다. 룰루랄라~

아무 것도 신지 않은 느낌의 그 짚신을 신고 시장골목을 빠져나와서 전주 한옥마을로 향했다. 

그날은 전주 한옥마을에서 한복을 빌려입고 돌아다니기로 했는데 같이 간 두 친구가 한복을 고르는데 우아하고 기품있는 한복을 골랐다.  나 역시 무난한 한복을 고르다가 영 뭔가 성에 차지 않아하던 차에 눈에 들어온 새빨간 한복 웃저고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지! 바로 저거지.' 난 처음 고른 하얀 저고리를 벗어던지고 그 새빨간 저고리를 입고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한복가게 주인에게 요청한 내용은 '엄청 최대한 야하게 꾸며주세요'.였다.

무슨 마음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것이 좋을 것 같았다.  어차피 기분을 내려고 하려한 것인데 점잖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하여 나는 빨간 저고리에 까만 치마 그리고 어우동 모자를 삐딱하게 쓰게 되었다.

그 모습에 내가 산 짚신을 신으니 절로 신이 났다.  셋중 둘은 기품있고 우아하게 입고 나는 세상 요란하게 한복을 차려입고 길거리에 나서서 사진도 찍고 길거리 음식도 사먹고, 그리고 우리 보고 사진을 같이 찍자는 덴마크에서 온 외국인과 함께 사진도 함께 찰칵 찍어주기도 했다.

어우동 한복이 내게 그리 어울렸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름 기분을 업 시켜주는 데는 한 몫했다.  사진을 신나게 찍고 난 감상평은 나는 튀는데 두 사람은 흡사 혼례하는 양가 혼주같다는 것이었다.  한 친구가 자기도 나처럼 튀게 입었어야 하는데.. 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튀지는 않았으나 둘 다 우아한 모습이었고 아름다웠다.  정통 한복은 아니었지만 한복이었고 반나절 기분을 내기에는 충분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친구는 내게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했다.  "왜?"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니 자기같으면 절대로 짚신을 신고 거리를 활보하는 짓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것 같다고 .....  "아!"

짚신 하나 신고 걸었을 뿐인데 ....... 그게 뭐라고.....

이번 주 밸리댄스를 하러 갔다.  사년 전쯤 내 직장에 이십대 신규 후배가 밸리댄스를 배운다며 자랑을 하길래 내가 호기심에 좀 춰보라고 했더니 사무실에서 온 몸을 꿈틀대며 몇 가지 자세를 선보였었다.  당시 계장이던 나는 그  직원의 몸동작들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았고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나도 갈래'하며 신규 후배님을 따라 그 학원에 갔었다. 

학원에서 그 신규직원은 춤을 잘 췄다.   학원 원장님이 내게 몸이 주인 말을 잘 듣는다며 칭찬을 해주었고, 이 나이에도 칭찬은 기분이 좋았고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사년전 몇 달을 배웠었다.

그러다 다른 곳에 발령이 나서 학원엘 가지 못했는데 올해 초 집근처로 다시 발령이 나면서 배워야지 했던게 시간이 나지 않아 못가다가 육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가게 되었다.

오랜만에 음악에 맞춰서 온몸을 뒤틀고 꿈틀거리며 궁둥이를 신나게 흔들어대니 세상 즐거웠다. 

신나게 한 시간가량 춤을 추니 강사자격증을 따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간도 없고 여건도 허락칠 않겠지만 할 수 있으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두 번째 간 날 댄스 학원 원장님이 무대에 공연반을 하려는데 하겠냐는 제의를 해온 것이다. '와우~~~~'  '마스크 쓰고 누군지 모르게 하면 하지요' 했더니 화장으로 다 커버된다고 한다.  그 말에 나는 그만 "해요"를 외쳐대고 말았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항상 재미나고 신이 난다. 더구나 그 일들이 내 업무와 연관이 없이 동떨어지면 더 신선하고 재미가 난다.  이렇게 재미난 일들이 많은데 사람들은 왜 늘 어제, 한달전, 일년전, 십년전과 똑 같은 일들을 하면서 지루하게 사는지......?

세상 내가 경험하지 못하고 배우지 못한 다양한 것들이 많은데 그런 것들을 경험해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냥 이 세상을 살기는 너무 지루하지 않은가?  처음 댄스학원에 갔을 때는 온 몸을 가리고 춤을 췄지만 지금은 과감하게 배를 훤히 드러내고 배꼽이 보이게 바지를 내려입고 신나게 흔드는 내 몸을 전면 거울을 보며 감상한다.  스스로 평가를 내린다. "아직 뭐 봐줄만 하네!'  즐겁게 춤을 추면서 평소에 쓰지 않던 나의 몸들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목을 돌리고, 어깨를 돌리고, 허리를 돌리고, 기마자세로 다리 근육을 탄탄하게 하고 그리고 음악에 맞추어 몸을 움직이면 힐링이 된다.

밤 8시 30분 집으로 돌아오는 내 기분은 즐거움에 가볍다.

어쩌면 친구의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그러나 고리타분한 것 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  사람들은 어떤 틀에 같혀서 살고 있다. 그 틀은 남이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내가 볼 때 그 틀은 스스로 만든 것이다.   보이지 않은 틀을 만들고 그 틀속에 감옥처럼 갇혀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만든 틀이 분명히 있다.  그리고 그 틀 속에서 나는 갖혀서 살고 있다.

그 틀이란 다른 사람들의 이목이 될 수도 있고, 도덕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내 나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틀을 깰 수 있으면 소소하게 깨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틀을 깰 때 소소한 자유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어제와 같은 오늘 한달 전과 같은 오늘 일년전 십년전과 같은 오늘을 살아야 할 필요가 있는가?  이 생이 다시 없을 수도 있는데 모든 일을 시도해볼 수는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많은 경험들을 할 수 있게 내게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도 좋지 않은가?

세상은 넓고 재미난 일들을 많다.  늙어서 무덤 들어갈 때 이것도 해볼껄 저것도 해볼 껄 하지 말고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한 가지쯤 해보길 권하고 싶다. 

내가 만든 감옥의 틀을 스스로 나와서 다양한 시도와 경험을 해보길.  모든 새로운 경험은 새로운 느낌을 주고 배움을 준다. 몸건강 정신건강에도 좋다.   겨우 춤 하나 배우는 것밖에 없지만 이리 잘난체는 길다. ㅎㅎ  신이 나서 헛말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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