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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돈 주고 샀어요.

히피 스타일 펌

by 도이

구름을 돈 주고 사서 머리에 얹었어요.


늘 다니던 미용실이 못마땅했다.

매 달 흰머리가 자라나 뿌리염색을 하는데, 어느 날 사 만원 하던 염색비용이 계속 올라가더니 육만원까지 올랐다. 그리고 그 미용실에 발을 끊은 이유가 지역사랑카드로 결제하는데 육만원에다 수수료를 팔천원을 더 달라는 것이었다.

"아니 무슨 수수료를 팔천원이나 받아요?"

볼멘소리를 했는데, 미용실 원장님이 지역사랑카드는 수수료를 내야 한다며 꼭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다음 한 번 더 가기는 했는데, 집에 와서 머리를 스스로 감는 조건으로 삼만원만 내라고 했으나, 내 돈 주고 눈치 보는 것 같아 마음이 개운치 않아 더 이상 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어느 날 큰 딸아이가 머리를 이쁘게 커트해 왔기에 어디서 했는지 물어보니 남산 아래 'hair cafe feel '

그래서 작년부터 그 미용실을 다니기 시작했다. 여자들이 그렇지만 몇십 년 다닌 미용실을 바꾸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용기 내서 그 새 미용실을 가서 세팅파마를 했다. 머리를 하고 나는 많은 실망을 했다. 머리가 흡사 질 나쁜 수세미같이 엉망이 되었었다. 미용실 원장맘에는 들었는지 이쁘다며 칭찬을 했었다. 어떻게 그 망친 머리로 일 년을 버텼는데, 이제 일 년이 지나 다시 생머리가 많이 자라 나와서 파마를 하려고 했는데 한번 돌아선 마음에 예전 미용실로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일 년 전 내 머리를 망친 그 새 미용실을 갔는데 이번에는 세팅파마를 안 하니 괜찮겠거니 하는 맘으로 갔다.

일반 펌으로 머리를 했다.

미용실 원장은 대충 묶은 화장 안 한 맨 얼굴이다. 그렇다고 생머리가 젊은이처럼 찰랑거리는 것도 아니고, 검은 염색머리로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고, 얼굴도 전혀 화장끼가 없는데 깨끗한 얼굴이 아니다. 흡사 인디언 원주민이 연상된다.

그렇거나 말거나 내 머리만 잘하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머리를 맡겼다. 사진을 보여주며

"이런 히피펌 하고 싶어요."

"오! 히피펌요? 이쁘지요." 하며 원장이 다른 히피펌 사진을 보여준다. 내가 원하는 사진은 아니었으나 같은 히피펌이니

"네~"했다.

그게 나의 실수였다.

매사 대충 살펴보고 하는 습관이 굳이 따지지 않고 머리를 맡겨두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내 맘대로 이쁘게 될 것이라며 믿었다.

원장님은 시사에 관심이 많은지 미국, 태국 뉴스에서 본 이야기들을 많이도 얘기했다. 그리곤 내게 향수 두 개를 가져와서 냄새를 맡아보라고 권해서 하나를 골랐더니, 그 냄새는 남자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향수라며, 남성들이 좋아하는 여자 향수라며 심심찮게 얘기를 해준다.

저번에 방문했을 때는 처음 만난 내게 이혼한 이야기, 혼자 살아온 이야기, 어느 미용실 원장님의 연애사 등등 세상이야기를 많이도 들려주시더니 이번엔 또 내가 잘 모르는 다른 나라 이야기들을 해주시니 심심치 않아서 좋았다.

머리에 중화제를 뿌리고 하는 동안은 나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기도 했다.

머리를 다 하고 내 머리에 무언가를 잔뜩 발랐다. 그 찐득함이 싫어서 집에 오자말자 샤워와 함께 다시 머리를 감아버렸다. 그리고 거울 앞에 선 나는 깜짝 놀랐다.

둥실둥실 뭉게구름을 내 머리 위에 얹어놓은 모양이었다. 머리칼이 힘이 없어서 그런가?

오늘 아침 출근을 했다.

뭉게구름 머리를 머리에 이고 직장 대장님 출장 배웅하고, 화단의 꽃을 만지작거리고 있자니

"계장님 머리 하셨나 봐요?"

하는 소리가 들려 두리번거리다 올려보니 이층에서 타과 직원이 나를 보며 인사를 한다.

"네~~~ 어제 머리 했어요."

점심 먹고 화장실에 들어갔더니 다른 과 계장이 내게 또 묻는다

"머리 하셨네요?"

"네. 구름을 사서 얹었어요."


빨리 이 뭉게구름이 질이 나서 구름이 아니라 이쁜 웨이브가 있는 우아한 머리가 되길 바라본다.

다음엔 예전 미용실에 가서 세팅파마를 다시 해야겠다.

역시! 미용실은 바꾸는 게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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