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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좀 해주면......

화초를 키우려면 좋아하지 말고 사랑 좀 해주면 좋겠다.

by 도이

화초를 좋아하지 말고 사랑 좀 해주면...

화초를 볼모처럼 잡아놓고 고문하지 말고 사랑 좀 해주면...


사무실에 인사이동이 있고, 새로운 사람이 오면 꼭 화초들이 배달되어 온다.

보내주는 사람들은 좋은 맘으로 보내는데

문제는 볼모로 잡혀온 화초들이 제대로 돌봄을 받지도 못하고 고생하다가 시들시들 죽어가는 것이다.

최근 과장님 앞으로 배달온 난초가 귀하게도 꽃봉오리를 맺었다. 그걸 보고 나는 과장님께 그 난초가 있는 곳은 바람이 없어 잘 살지 못할 것 같으니 밖에 복도에 두는 것이 좋지 않겠는지 말했었다.

그리고 잊었는데, 일주일쯤 지나 우연히 그 난초를 보니 맺은 꽃봉오리는 피지도 못하고 새까맣게 시들고 있었다.

그리고 관장님 사무실에는 이쁜 다육이가 있는데 이파리가 하트모양이다. 그게 시들시들하게 죽어가고 있어 내 사무실에 들여와서 좀 생생해졌다. 관장님이 그 화초를 선물 받은 것이라 다시 가져가셨다. 그리고 오늘 아침 관장실 안에서 거의 다 죽어가서 복도에 내놓은 것을 보았다. 볼모생활이 지쳐서 이파리가 다 떨어지고, 겨우 몇 개 붙어서 달랑거리고 있었다.

화초나 반려동물이나 제대로 성질을 알지 못하고 좋아하기만 해서 집안에 가둬놓고 죽게 하는 것은 어떨 땐 생명경시현상이라 여겨지기도 했다.

내가 옆에 두고 보고 싶어도 그 생명이 내 옆에서 제대로 살 수 없다면 멀리 두고 잘 사는 것을 지켜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느 드라마에서 보면 '사랑하니까 보내주는 것이다.' 그것을 동식물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옆에 두고 보고 싶어도, 공기, 햇볕, 바람이 맞지 않으면 내 옆이 아닌 그 생명에게 적합한 곳으로 보내주는 것이 오래 보고 즐거운 일이지 않은가 싶다.

지금 과장님의 난초 이파리는 나날이 시들어가서 바스락거리고 있고, 관장님 다육이는 거의 죽기 직전이다.

내 옆이 아니라 남옆에서 더 잘 살 수 있다면 사람도 보내주고,

풀도 보내주고

동물도 보내주고

하는 것이 더 아름다운 선택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사랑을 하려면 제대로 된 방법으로 사랑을 해야 하는 것이 이 때문인 것 같다.

사랑하되 놓아줄 줄 아는 것!

자녀도 다 크면 놓아줘야 되고,

내가 있어 내 사랑이 상처 입고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없다면, 놓아줘야 하는 것이다.

참 어려운 일이다.

내 품에서 놓아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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