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서 비와호까지
왜 은각사가 아니라 남선사와 철학의 길을 묶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부득이 나 역시 따로 쓴다.
별도로 언급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유명한 장소라서 사진이라도 나열해본다. 위치는 앞의 은각사에 자세히 소개했기 때문에 다시 쓰지 않는다. 은각사를 들어가기 위해 필수로 거쳐야 하는 곳이다.
주로 벚꽃나무라서 봄에 걸어야 아름다운 곳인데 가을도 역시 아름답다. 눈이 쌓여도 아름다운 곳이고. 그렇지만 유명세에 비해 실물로 봤을 때 가장 실망한 곳이기도 하다. 일본 여행은 4월이 최고이고, 11월이 가장 별로인 듯하다. 실제로 비행기값도 11월이 가장 저렴한 것으로 안다.
처음에 '철학의 길'은 별도의 이름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1890년(메이지 23년)에 비와코 소수(疏水, 관개나 급수, 선운이나 전기발전을 위해서 수로를 만들어 보내는 것을 말한다)의 관리영 도로였다. 처음에 잔디가 심어져있는 정도의 길이었고, 점점 통행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메이지 시대에는 문인들이 많이 산다고 하여 '문인의 길(文人の道)'이라 불렸다.
그 뒤 교토 대학의 철학자 니시노 키타로와 타나베, 타나베 하지메(田辺元, 1885~1962)자주 다녔다 하여 '철학의 좁은 길(哲学の小径)', '산책의 길', '사색의 길'로 불려지다가 1972년에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지금의 "철학의 길"이 되었다.
일본의 10대 길도 아니고 100개 중의 하나라니 역시나 이름값만큼의 가치는 덜하다. 그저 마케팅 기술에 혀를 내두를 뿐이다. 산만한 중국 관광객들 때문에 전혀 사색이나 철학을 할 수 없다. 은각사를 가기 위함이 아니라면 일부러 철학의 길만 보기 위해 오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
다른 곳으로 나가기 위해서 왔던 길을 돌아와야 했는데, 버스 정류장 뒤에 교토의 카레우동 가게가 있었다.
중간 휴식시간을 마치고 다음 저녁 오픈 시간이 30분 가량 남아 있었는데, 너무 추워서 미리 들어가 있고 싶어 머리를 들이밀었더니 들어오면 안된단다. 다시 천천히 철학의 길을 한 바퀴 돌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아무 감흥이 없다.
다시 들어가니 내 큰 카메라를 보고 처음엔 기자로 알았는지 궁금해하더니 한국 관광객인 것을 알고, 아까 기다리게 한 것이 미안했는지 아니면 이런 홍보성 글을 유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서비스라며 유부초밥을 줬다.
카레우동은 감칠맛이 나며, 단순한 카레가 아닌 그전까지 먹어본 적 없는 새로운 요리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독특했다. 오히려 중식에 가까울 정도. 마땅히 은각사 주변에 괜찮은 식당이 없기도 하고 나름 방송에도 소개된 집이라 시간이 되면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정성이 가득한 카레우동이다. 유부초밥은 비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