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미하일 브루벨, "자화상"

by 룡하

(자화상을 보고 쓴 시입니다. 시와 자화상을 같이 보시길 바랍니다.)



악마


신이 창조한 첫 여자인 릴리트

악마 루시퍼의 아이를 낳았네


악마란 우리의 육체와 감각

우리의 감정, 의지, 판단이니


악마와 키스하는 순간 공주의

영혼이 빠져나가 하늘로 갔듯


홀연히 일어나 뱀이 몸을 감듯

우리를 방해하고 교란시키네


악마를 물리쳐 휘말리지 않으면

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구나



미하일 브루벨 자화상, 1905년, 골판지에 종이, 수채화, 목탄, 백색 도료, 파스텔, 러시아 박물관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최초의 상징주의자이며 아르누보 예술의 최고 정점을 이룬 화가 미하일 브루벨(1856-1910)은 러시아 모더니즘 발전에 원동력이 된 작가다.


예술의 자율성을 추구하고 회화의 내용, 기법, 역할 자체를 기존 시각과 다르게 본 브루벨은 세계 추상 미술의 뿌리가 된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이 탄생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언컨대 브루벨이 없었다면 우리가 좋아하는 샤갈, 말레비치, 칸딘스키의 모더니즘은 탄생하지못했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붓 대신 나이프


브루벨의 새로운 도전은 터치에서부터 시작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19세기 러시아 미술은 '시대상의 반영'이라는 커다란 과업을 안고 있었기에 서사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사실적 표현 기법, 즉 매끈하고 깔끔한 붓터치가 중요했다. 하지만 브루벨은 기존의 회화 질서를 완전히 깨버린다.


먼저 붓이 아닌 나이프 같은 걸로 꾹꾹 누른 듯한 불규칙한 터치를 사용, 그림 표면이 마치 큐빅을 박아놓은 결정체 같은 느낌을 주도록 채색했다. 상당히 역동적이고 강렬하며 입체적이다.


하지만 브루벨이 처음 작품을 발표했을 당시 혹평을 면치 못했다. 사람들은 ‘괴물 같은 그림’ 이라 평하고 브루벨을 ‘끔찍한 그림을 그리는 데카당스 지도자’라 비난했다. 그의 작품이 러시아 화단에서 이해되기 시작하는 데 만도 7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기존의 틀을 깨고 거장으로 자리한다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이다.


브루벨은 화가로서의 여정은, 쉽게 인정받지 못하던 한 예술가의 독창성이 시간을 견디고 결국에는 러시아 미술사의 진보 즉 발전의 변곡점이 되는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브루벨의 이런 천재적 도전으로 인해 드디어 러시아 화단은 한 세기를 풍미했던 사실주의 화풍에서 과감히 탈피하고 모더니즘을 향해 화려하게 첫발을 내딛게 된다.


신비로운 보라색


특히 사물을 깨진 거울 조각처럼 여러 면으로 나눠서 그린 브루벨의 기법은, 훗날 러시아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사물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추상작업으로 나아가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다. 그의 기하학적인 형태 분석, 강렬한 색채를 통한 감정 표현, 그리고 형상 너머의 본질을 탐구하는 태도는 20세기 러시아 아방가르드를 선도한 말레비치(Malevich), 라리오노프(Larionov), 곤차로바(Goncharova), 로드첸코(Rodchenko), 샤갈(Chagall)등 모더니즘 회화 거장들에게 직접적인 영감을 주었다. 로드첸코가 브루벨의 드로잉을 따라 그리려 애썼다는 이야기나 샤갈이 브루벨의 신비로운 보라색, 푸른색에 매료되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브루벨의 예술 세계는 시기별로 1880년대, 1890년대, 1900년대로 구분할 수 있다. 1880년대 브루벨은 예술 아카데미에 입학한 후 1884년 미술 사학자 프라코프의 주도로 키예프 키릴 성당의 12세기 모자이크 벽화의 복원 작업에 초청을 받는다. 이때, 브루벨은 러시아 이콘, 모자이크화 그리고 베네치아에 있는 산마르코 성당의 초기 르네상스 화가들의 표현 등을 깊이 연구했다. 이때 '영혼의 표현'이라는 주제에 몰두했다. 즉, 예술가로서 가장 큰 내면적 성장을 이루는 시기였다.


마침내 '악마' 시리즈


1890년대에 들어서며 드디어 브루벨은 대표 아이콘 ‘악마’ 시리즈를 시작하게 되는데 남성이면서도 여성이며, 천사의 모습을 하고도 악마의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아르누보의 전형적인 인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


브루벨의 '악마' 시리즈는 초기 혹평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최고의 예술 후원자 마몬토프는 ‘천재의 매혹적인 교향곡’ 이라 극찬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브루벨은 마몬토프의 영지 아브라함체보에 머물며 수많은 모자이크화를 탄생시켰고, 1905년 모스크바 메트로폴 호텔 벽면을 장식하는 ‘프린세사 그료자 – 꿈의 공주’ 작업에 착수했다. 또 이 시기 '위대한 작가' 미하일 레르몬토프(1814~1841) 시 <악마>의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에 참여하게 된다.


드디어 마몬토프의 적극적인 후원에 힘입어 유명세를 얻은 브루벨이지만, 1901년 <상처입은 악마>, 1904년 <여섯 날개의 세라핌>등 여러 작품을 그리던 중 정신분열증이 심화된 후 1910년 세상을 달리한다.


출처 : 김희은, "악마로 추락한 '천사', 절대고독 보다 더한 고통 ①", 더칼럼니스트, 2025.08.30, https://www.thecolumnist.kr/news/articleView.html?idxno=4020


궁금하지 않으세요? 악마는 처음에 어떻게 생겨났을까? 유대 신화는 여러모로 구약 성경과 다릅니다. 유대 신화에 따르면 인류 최초의 여성은 이브가 아니라 릴리트라고 돼 있습니다. 이브를 창조하기 전에 릴리트를 먼저 창조했다고 합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아담의 가부장적인 태도에 질려버린 릴리트는 에덴동산을 떠납니다. 성경에는 에덴동산의 지리적 배경이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의 상류쯤이라고 돼 있습니다.


에덴동산을 떠난 릴리트는 메소포아미아 문화권에서도 아주 남쪽으로 내려갑니다. 그리고 홍해 근처의 동굴에서 뜻밖의 상대를 만납니다. 다름 아닌 루시퍼입니다. 요즘은 넷플릭스에도 ‘루시퍼’라는 제목의 미국 드라마가 있더군요. 루시퍼는 악마의 우두머리입니다.


여기서 잠깐, 악마와 천사는 문학이나 대중문화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대상입니다. 그럼 악마는 처음에 어떻게 생겨난 걸까요? 이걸 알려면 천사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먼저 알아야 합니다. 기독교는 하느님(하나님)이 천사를 창조했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천사는 영적인 존재입니다. 영은 있지만 사람처럼 육체를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


어쨌든 ‘천사’는 그리스어로 ‘엥겔로스’라고 부릅니다. ‘하느님의 심부름꾼’이란 뜻입니다. 그래서 천사를 ‘신의 메신저’라고도 부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심부름을 하던 천사들 중 일부가 욕망을 품게 됩니다. 어떤 욕망일까요? “나도 하느님처럼 되고 싶다”는 욕망입니다. 신처럼 전지전능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욕망입니다. 어찌 보면 일부 천사에게 일종의 에고가 생겨난 게 아닐까요.


사람이 선악과를 먹고서 ‘하느님 나라’로부터 멀어졌듯이, 욕망을 품은 천사도 그랬습니다. 이들 천사 무리도 ‘하느님 나라’로부터 멀어졌습니다. 어찌 보면 천사든 사람이든 마찬가지네요. 욕망을 먹고서 에고가 자라면, 어김없이 ‘하느님 나라의 속성’ ‘신의 속성’으로부터 멀어지고 맙니다.


이렇게 변심한 천사의 무리가 악마가 됐습니다. 변심한 천사들의 대장, 그 천사장이 다름 아닌 루시퍼입니다. 릴리트는 이 루시퍼를 만나서 연인 사이가 됩니다. 그리고 자식들을 낳습니다. 그 자식이 누구일까요? 악마의 자식을 낳았으니, 악마를 낳은 겁니다. 가부장적인 부계 중심의 고대 유대 사회에서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여성 릴리트는 결국 ‘악의 생산 기지’로 전락하고 맙니다. 악녀의 이미지가 릴리트에게 덧씌워지는 겁니다.


출처 : 백성호, 정희윤, "[백성호의 현문우답] 인류 첫 여인 매혹시킨 루시퍼, 그 악마는 원래 천사였다", 중앙일보, 2020.06.01,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791075


브루벨은 수많은 악마를 그렸다. 하늘을 나는 악마, 추락한 악마, 계곡을 내려다보는 악마, 악마의 얼굴…. 하나 같이 수려한 용모의 젊은이가 우울하고 외로운 모습으로 보인다. 도대체 레르몬토프는 ‘악마’라는 서사시에 뭐라고 썼길래 저 화가는 저렇게 잘생긴 악마에 빠졌을까?


래르몬토프의 ‘악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름다운 타마라 공주가 어느 날 약혼자와 행복하게 춤을 추고 있었다.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악마가 이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고 공주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날 밤 공주의 방에는 악마가 나타난다.

‘공주님, 저는 악마입니다. 저는 공주님을 사랑하니 저를 사랑해 주세요. 저는 온 세상의 어떤 것도 다 해드릴 능력이 있습니다. 공주님의 약혼자는 제가 죽였습니다.’

경악과 공포에 질린 공주에게 악마는 매일 찾아와 구애했다. 진저리를 치던 공주는 잘생긴 악마가 진정성을 가지고 구애를 하는데 상처받은 영혼을 느끼면서 점점 마음을 열게 된다. 악마와 첫 키스를 하는 순간 공주의 영혼은 몸에서 빠져나가고 흰 천사가 공주의 영혼을 하늘로 데려간다. 악마도 어쩔 수 없는 악마의 키스는 죽음의 키스였던 것이다. 절규하고 비탄에 빠진 악마는 또 다시, 영원히 고독한 존재가 된다”

이 시는 낭만시대 많은 화가에게 영감을 불어 넣었고 그 중 브루벨의 그림이 가장 인상적이어서 장원으로 뽑을 만하다.


출처 : 한성구, "그림 속의 삶 ⑦ : 악마의 얼굴", 의사신문, 2025.02.28, http://www.doctors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231436


“도대체 악마란 무엇입니까?” 〈상윳따니까야〉에는 제자 라다비구가 스승 석가모니 부처님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에 부처님은 “악마란, 우리의 육체이고, 우리의 감각이고, 우리의 감정·의지·판단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자신을 방해하고 교란시키고 불안에 놓이게 한다, 그것이 바로 악마”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수행할 때마다 일어나는 작용들입니다. 어느덧 홀연히 일어나 뱀이 몸을 감듯 부지불식간에 우리를 꼼짝 못하게 교란시키고 있는 ‘오온(五蘊)의 작용’입니다.


그렇다면, 악마를 어떻게 물리칠 것인가.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악마의 작용을 볼 수 있다면 그것이 정관(正觀)이다. 즉, 올바른 관찰이다!” 악마의 작용, 그 기·승·전·결을 놓치지 않고 보아야 휘말리지 않습니다. 그러면 그것이 무상(無常)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도 이렇게 휘말릴 때, “내게는 믿음, 노력, 지혜가 있다”라고 정진의 요소들을 스스로 일깨웠습니다.


순식간의 휘어 감는 작용에 속지 않고, 그것을 ‘보는 마음’ 또는 ‘아는 마음’을 일깨우는 것. 이것을 빨리어로 ‘삿띠(sati)’라고 하고 ‘알아차림’ 또는 ’마음챙김’이라고 합니다. 간화선에서는 무엇이 오든 “이뭣꼬”라고 화두를 들고 있으라고 합니다. 이들은 모두 ‘지금 이 순간’ 지혜의 마음을 챙기는 것입니다. 내가 ‘오온’이 되지 않고. ‘오온을 대상시하여’ 그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오온과 분리가 일어납니다. 이렇게 알아차리는 마음을 일깨워 그것에 적적성성하게 머무르는 것, 이것이 악마를 물리치는 방법입니다.


초기 경전류에는 악마 또는 마왕을 존재 본능적 욕망으로 까마(애욕), 아라띠(혐오), 꿉삐빠사(기갈), 땅하(갈애), 티나밋다(혼침수면), 비루(공포), 위찌낏차(의혹), 막카탐바(위선과 오만)의 8가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내가 있다’라는 어리석은 착각인 ‘근본무명(根本無明)’에서 비롯되는 집착의 현상들입니다. 존재한다고 착각하면서 존재는 존재를 위해 맹목적으로 일하기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악마는 나를 존재토록 구성하는 요소들입니다. 세세생생 윤회의 바탕에 있는 요소들입니다. 그런데 이것의 성격은 무상(無常)합니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공(空)하다는 것을 알면 해탈이고, 본질적으로 유(有)라고 착각하면 고(苦)입니다. 무명(無明)에서 시작된 존재는 무명(無明)이기에 돌아갈 곳을 모릅니다. 그리고 이 무명은 자신 넘어 있는 깨달음의 세계를 모릅니다. ‘아상(我相)으로서의 무명’과 ‘이것을 유지하려는 집착들’이 수행을 방해하는 악마였습니다. 결국 악마라는 존재는 ‘이 몸과 그것을 유지하려는 욕망’이었습니다.


이 같이 초기 불전류 속의 마왕에 대한 설명은 대체로 ‘존재 본능적 현상과 욕망’으로 해설됩니다. 반면, 대승 불전류 속의 마왕이 등장하는 대목을 보면, 어마어마한 대 전접이 벌어지는 형국으로 이야기가 비유됩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생애를 서사시(敍事詩)의 방식으로 기술한 최초 경전인 〈붓다차리타(佛所行讚)〉와 이것보다 더 오래된 산스크리트어 전기인 〈랄리타비스타라(方廣大莊嚴經)〉를 보면, ‘마왕’과의 싸움이 큰 규모의 전쟁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즉, 신화적 구성을 가지고 전개되는데, 선(善)의 진영과 악(惡)의 진영이 극적인 대비를 이루고 이에 대한 영웅적 물리침이 칭송됩니다. 석가모니 부처님 깨달음의 순간을 영웅적 대서사시와 같은 극적인 세팅으로 풀어낸 것은, 아마도 고대 인도 베다시대 문학의 영향이 아닌가 사료됩니다.


〈붓다차리타〉에서는 마왕을 ‘오욕의 자재천왕(五欲自在王)’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해탈을 방해하는 마왕의 정체가 ‘오욕(五欲)’임을 알 수 있다. 오욕은 재물욕·성욕·식욕·명예욕·수면욕 등의 인간의 마음에 일어나는 주된 욕망을 말합니다. 이러한 오욕이 맹목적으로 스스로 존재하기에 ‘오욕자재’라고 합니다.


반면, 깨달음의 상태는 관(觀)이 자재(自在)한다고 해서 ‘관자재(觀自在)’라고 합니다. 〈반야심경〉의 첫 구절에 나오는 ‘관자재(觀自在)’보살이라는 명칭은 깨어있는 마음, 반야지혜의 마음이 자유 자재로운 보살이라는 뜻입니다. 결국, ‘오욕’이 ‘자재’하느냐, ‘관’이 ‘자재’하느냐의 싸움입니다.


출처 : 강소연, "나 자신 번뇌·감정이 곧 ‘마왕’", 현대불교, 2017.12.01, https://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94186


부처님은 깊은 명상을 통해 이 세상에 영원불멸한 것은 존재하지 않음을 꿰뚫어 보았다. 이 깨달음을 통해 제법무아(諸法無我)를 설하며 모든 것은 무상하므로 불멸하는 자아(自我)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르쳤다. 대신 부처님은 사람들에게 ‘오온(五蘊)’의 가르침을 설파했다.


오온은 상호의존적인 요소들이 서로 합쳐진 집합체를 말한다. 오온을 현대어로 풀어서 말하면 ‘다섯 덩어리’ 혹은 ‘다섯 개의 집합체’ 정도가 될 것이다. 오온의 온(蘊)은 산스크리트어 스칸다(skandha)의 한역(漢譯)으로 ‘집합’, ‘무리’ 등을 의미한다. 이 다섯 집합체란 색온(色蘊)ㆍ수온(受蘊)ㆍ상온(想蘊)ㆍ행온(行蘊)ㆍ식온(識蘊)을 가리키며 줄여서 통상 색ㆍ수ㆍ상ㆍ행ㆍ식이라고 부른다.

이 다섯 집합체인 오온은 물질의 집합을 나타내는 색온과 정신의 집합을 나타내는 수온ㆍ상온ㆍ행온ㆍ식온 이렇게 두 부류로 나뉜다.


먼저 물질을 나타내는 물질의 집합체 (1) 색온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넓은 의미로는 일체의 물질을 총칭하는 말로 쓰이며, 좁은 의미로는 물질의 일부분을 가리키는 뜻으로 쓰인다. 즉 인간의 몸이 넓은 의미의 색온이라면 인간의 몸을 이루고 있는 뼈 치아 피부 혈액 머리카락 등은 좁은 의미의 색온이라는 뜻이다. 또 전통적으로 ‘변괴(變壞)’, ‘질애(質碍)’ 등으로도 해석하는데, 변괴란 물질이 변화 파괴되는 것을 말하고, 질애란 물질이 각각 일정한 공간을 점거해 서로 장애를 주며 동일한 공간에 있을 수 없는 것을 뜻한다.


(2) 수온은 느낌에 관한 것으로 유쾌, 불쾌 또는 그 어느 쪽도 아닌 중립적 느낌을 의식하는 것이다. 이를 자세히 나누면 정신적인 쾌, 불쾌의 느낌과 육체적인 쾌, 불쾌의 느낌이 있고, 양쪽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느낌의 작용이 있다.


(3) 상온은 무엇인가를 인식하는 지각 작용의 집합체이다. 상(想)은 심상(心像)을 취하는 취상작용(取像作用)이라 하여 현대어로 바꿔 말하면 개념이나 표상을 만드는 작용을 의미한다. 가령 ‘붉은 꽃’ 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붉은 색깔과 꽃이라는 식물에 대한 개념과 형상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와 같은 작용들이 모여 형성된 것이 상온이다.


(4) 행온의 행(行)은 세상이 끊임없이 변하고 흐른다는 무상천류(無常遷流)의 뜻으로, 사물이나 어떤 작용이 드러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하지만 행을 설명하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따르는 부분도 있다. 오온의 행에 대한 설명이 초기불교와 부파불교에서 상이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여기서 모두 다룰 수는 없지만, 공통의 견해를 뽑아내면 다음과 같다. 행온의 행은 행작(行作)의 의미로 마음의 작용을 뜻한다.

오온 중 색을 제외한 수ㆍ상ㆍ행ㆍ식이 모두 마음의 작용인데, 이 넷 중에서 수ㆍ상ㆍ식 세 가지 작용 뺀 나머지 마음작용이 행에 해당한다. 행온에 포함된 마음의 작용은 주의환기작용[作意], 감각기관과 대상의 접촉작

용[觸], 의사작용[思], 정신통일[定], 잊지 않는 것[念], 지적작용[慧] 등이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5) 식온의 식(識)은 ‘나누어 아는 것’이란 뜻이다. 즉 분별, 판단, 인식하는 주체로서의 마음을 가리키며 이러한 인식이 모여 식온을 이루게 된다. 이는 인식작용을 가리키며, 이 점에서 식은 모든 정신 활동을 총괄하는 마음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식은 삼과(三科)의 십팔계(十八界)에서 자세하게 다루기로 한다.


오온의 각 요소는 끊임없이 흐르는 강과도 같다. 그래서 무상하고 고정불변의 실체를 갖고 있지 않는 것이다. 이 가르침을 견지하고 명상의 주제로 삼아 내면의 정신세계와 바깥 현실세계의 사물을 통찰하는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출처 : 주성원, "오온, 끊임없이 흐르는 江과 같아 무상함 알아야", 현대불교, 2012.07.16, https://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72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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