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 "그림이론"
(영화의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 분들은 영화를 먼저 보신 후에 글을 읽기를 권장해 드립니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는 나로 하여금 비트겐슈타인의 그림이론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가본 곳 없고, 해본 것 없고, 특별한 경험도 없는 한 남자가 사라진 표지 사진을 찾아 처음으로 수많은 모험을 경험하며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출처 : 이상헌, "[테마가 있는 영화]‘새해’를 맞는 자세: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동아사이언스, 2017.01.08,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15800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가본 곳 없고, 해본 것 없고, 특별한 경험도 없는 한 남자가 사라진 표지 사진을 찾아 처음으로 수많은 모험을 경험하며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비트겐슈타인은 수학적 구조를 토대로 언어의 본성과 한계를 밝혀내고자 노력했다. 언어에 관한 이런 연구는 그의 전기 철학에 속하며, 『논고』를 통해 기술되었다. 비트겐슈타인은(Wittgenstein, L., 1921/2022, p.15) “이 책(논고)은 철학적 문제들을 다루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들을 문제로 제기함이 우리의 언어 논리에 대한 오해에 기인한다는 것을 –내가 믿기에는- 보여주고 있다. [...] 말해질 수 있는 것은 명료하게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우리들은 침묵해야 한다.”라고 『논고』의 머리말에서 자신의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기존 철학의 문제점은 언어에서 온다고 생각했고, 언어의 한계를 설정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지난 2000년간 철학적 문제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답을 언어로 물었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논고』는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 즉 말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기술하였고, 그 외에 “7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하여 침묵해야 한다.(Wittgenstein, L., 1921/2022, p.129)”고 『논고』의 마지막 구절에서 말했다.
『논고』는 1부터 7까지 번호를 붙여 명제와 그에 대한 설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본 연구에 필요한 유의미한 내용을 인용해서 분석하도록 하겠다.
“1 세계는 일어나는 모든 것이다.
1.1 세계는 사실들의 총체이지, 사물들의 총체가 아니다.
2 일어나는 것, 즉 사실은 사태들의 존립이다.
2.01 사태는 대상들(실물들, 사물들)의 결합이다.
2.031 사태 속에서 대상들은 특정한 방식으로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
2.032 사태 속에서 대상들이 연관되어 있는 방식이 사태의 구조이다.
2.034 사실의 구조는 사태들의 구조들로 이루어진다.
2.04 존립하는 사태들의 총체가 세계이다.
2.06 사태들의 존립과 비존립이 현실이다.
2.1 우리는 그림들에서 사실들을 파악한다.
2.12 그림은 현실의 모형이다.
2.18 모든 그림이, 그 형식이 어떠하건, 아무튼 현실을 –올바르게 또는 그르게- 모사할 수 있기 위해 현실과 공유하는 것은 논리적 형식, 즉 현실의 형식이다.
2.19 논리적 그림은 세계를 모사할 수 있다.
2.2 그림은 모사된 것과 모사의 논리적 형식을 공유한다.
2.201 그림은 사태들의 존립과 비존립의 가능성을 묘사함으로써 현실을 모사한다.
3 사실들의 논리적 그림이 사고이다.
3.001 “어떤 한 사태가 생각될 수 있다”가 뜻하는 것은, 우리는 그 사태에 관해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3.01 참된 사고들의 총체는 세계의 그림이다”(Wittgenstein, L., 1921/2022, p.19-28).
위에 인용한 내용 중에 1~2.06(번)은 세계의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세계는 실제 현실을 의미한다. 세계를 구성한 것은 ‘사실’, ‘대상(사물)’, ‘사태’이다. 각각의 사물들이 서로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의 총체가 세계이다. <Figure 1>을 예로 들면, 사과, 해골, 테이블은 각각 대상(사물)이고, ‘빨간’, ‘하얗고 둥근’, ‘위에’, ‘있다’는 사물들의 사태이다. 사물과 사물의 사태가 더해진 모든 상황이 사실이고, ‘하얗고 둥근 테이블 위에 빨간 사과와 해골이 있다’는 사실이 일어난(있는) 실제가 세계이다. 이때 세계를 언어로 묘사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은 사태이다. 사태는 사물의 상태이기도 하고 사물 간의 관계이기도 하다. ‘빨간’ 사과는 사과라는 사물의 상태이고, 해골 ‘옆에’ 테이블 ‘위에’는 다른 사물과의 관계가 된다. 사물은 ‘사과가 있다, 없다’에 관한 단순히 존재의 문제라면, 사태는 ‘어떻게’ 존재하느냐의 문제이다. 해골이 무섭게 존재하느냐, 사과가 맛있게 존재하느냐의 문제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무서운 해골’이나 ‘맛있는 사과’는 참과 거짓을 밝힐 수 없기 때문에 철학적 언어로 사용될 수 없다.
비트겐슈타인은 명제가 될 수 있는 것을 그림(이론)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위에 인용문 중에 2.1~3.001(번)은 모사된 그림이 세계와 대응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나열했다. 그는 왜 철학적 언어의 제한을 두기 위해 서술한 저서에서 그림을 언급한 것일까? 이는 그림을 예로 들어 언어를 설명하기 위해서고, 그림으로 모사될 수 없는 것은 (철학에서) 언어로 사용하면 안된다는 의미이다. 앞서 예로든 ‘무서운 해골’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 ‘무서운’은 세계와 대응하는 논리적 형식이 없기 때문에 그림으로 표현될 수 없다. 비트겐슈타인의 그림이론은 언어적 표현을 그림에 비유한 것인지 실제 그림을 말하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연구자는 전자로 판단되지만, 어떤 경우든지 세계와의 대응 관계를 분석하는 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언어와 그림은 기호이고 어떤 것을 대입해도 그의 이론은 성립되기 때문이다.
비트겐슈타인이 언어와 그림에서 중요하게 여긴 것은 세계와의 대응관계이다. 언어와 그림이 참과 거짓을 밝힐 수 있는 형식으로 세계를 묘사했는지가 철학적 언어사용의 기준이 된다.
2.2. 그림이론과 사진
예술의 많은 분야 중에 비트겐슈타인이 말하고 있는 세계를 가장 잘 모사할 수 있는 매체는 사진이다.
출처 : 비트겐슈타인의 그림이론과 유형학 사진의 대응 관계 연구 - 베른트 베허와 힐라 베허의 사진을 중심으로 -
위 출처의 논문에 따르면 예술의 많은 분야 중에 비트겐슈타인이 말하고 있는 세계를 가장 잘 모사할 수 있는 매체는 사진이라고 한다.
나중에 내가 직접 찍은 사진(세계를 가장 잘 모사할 수 있는 매체)을 올리는 글을 연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