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파란수련"

태양신

by 룡하

연꽃의 사촌격인 수련이 국화인 나라는 이집트, 카메룬, 캄보디아까지 합쳐 연꽃·수련이 국화인 나라는 7군데 이상이다. 물에 둥둥 떠 있는 수련과 달리 연 잎은 물을 튕겨내는 특성이 있다. 커다란 연 잎에 어느 정도 물이 차면 밖으로 물을 떨어뜨린다. 흙탕물에 잎이 더럽혀지지 않는다.


출처 : 정충신, "'무명(無明) 깨치는 태양을 낳는 꽃’…4개국 國花 연꽃[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문화일보, 2023.07.29, https://www.munhwa.com/article/11374975


고대 이집트인들이 귀하게 여겼던 파란수련도 나일강 저지대 혹은 정원의 연못 속에서 아마도 이러한 모습으로 여름 내내 꽃을 피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집트 사람들은 왜 파란수련을 좋아했을까? 파란수련의 의미를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집트 신화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특히 태양의 도시를 뜻하는 헬리오폴리스 창세 신화에 따르면, 원래 물과 어둠으로 덮여 있던 세계에 태양신이 등장하는데, 고대 이집트인들은 그 태양신이 바로 파란수련의 꽃 속에 깃들여 있다고 여겼다. 케프리(Khepri), 라(Ra) 혹은 아툼(Atum)으로 불리는 그 신은 태초의 물에서 솟아오른 파란수련의 꽃에서 새벽마다 새롭게 태어나 세상을 밝히고 밤이면 다시 꽃 속으로 숨는다고 알려져 있다. 태양신의 젊은 버전인 네페르템은 세계의 창조 당시 파란수련에서 나왔으며, 동트기 전 가장 강렬한 꽃의 향기는 바로 그 신의 존재를 의미한다고 믿어졌다. 그래서 네페르템은 아름다움의 신, 향기의 신, 치유의 신 등으로 불린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행운의 상징으로 네페르템의 작은 조각상을 지니고 다녔다.


출처 : 박원순, "<박원순의 지식카페>아침에 열리고 저녁에 닫히는 파란수련, 태양신 상징… 영적 의식때 쓰여", 문화일보, 2021.02.15, https://www.munhwa.com/article/11227048





처 : 황병하. (2015). 2014년 이집트 헌법의 이슬람관련 주요 내용 분석 - 정치권력구조와 힘의 균형을 중심으로-. 한국중동학회논총, 35(3), 99-142.



파란수련은

아침에 피고

저녁에 닫힌다.


그리고

다시 열린다.


고대 이집트에서 이 꽃은
태양의 재생, 생명 순환,

죽음 이후의 부활을 의미했으며,
나일강 문명 전체를 관통하는 신성 식물이었다.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존엄은 단순히 ‘인간답게 산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그들은 죽음 이후에도

존엄이 이어진다고 믿었다.


수련의 개폐 운동 역시

끝이 없다.


열림과 닫힘,
삶과 죽음,
낮과 밤.


이 반복은

장식이 아니라

세계관이었다.


죽음 이후에도 피어오르는 빛,

존엄의 오래된 기억.


이 닫힘은 끝이 아니라
내일 새벽을 위한 준비라는 것을.


패배 속에서도, 침묵 속에서도,

다음 날 빛을 향해 다시 열릴 힘.


이 땅의 존엄은 강함이 아니라,

사라져도 다시 피어나는 힘이다.


이 땅의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존엄은 결과가 아니라

삶의 태도라는 것을.


존엄은

이렇게 생겨났다.


파란수련은
이 신념의 식물적 형상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권리’란

정지된 상태가 아니었다.


삶은
사후에도 이어지고,
혼은 다시 태어나며,
질서는 복원될 수 있었다.


육체는 사라지지만
영혼은 빛 속에서

다시 피어난다고 여겼다.


파란수련이 밤마다 사라졌다가
동틀 무렵 다시 피는 것처럼.


빛을 향해 매일 되살아나는 그 꽃은

고대인들에게 ‘영혼의 부활’과 ‘존엄한 생명’을

상징해온 오래된 표식이었다.


이집트 헌법은
국가가 개인의 기본적 자유와

존엄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종교적 신념의 자유,

표현의 자유,

인간다운 삶에 대한 권리 등.


이 땅의 존엄 개념은

서구적 인권 담론보다 오래된,

문명보다 깊은 곳에서 피어난 가르침이었다.


이집트 헌법 속에 담겨 있는

“인간의 존엄은 침해할 수 없다”는 선언이

얼마나 오래된 철학 위에 서 있는지 알 수 있다.


존엄은 신에게 주어진 것도,

왕이 보장하는 것도 아니라

스스로 지키는 빛이라는 것을.


모든 이집트인, 그리고 세계시민들에게

파란수련은 무한히 지속되는

닫히지 않는 반복을 통해

존엄이 끝이 없음을 알려준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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