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한길

호접몽

by 김진호

이국형


새 한 마리 하늘로 날아오르고

나는 여행을 떠난다


설산을 오르고

사막을 걷기도 하다가

푸른 강물을 만났다


여행자 숙소에서

나이만큼 걸러 낸 여행의 감흥을

안부엽서에 적어 부쳤다


어림셈으로

닷새간의 짧은 여행 끝에

돌아와 마주한 일상은

차가운 반전의 날을 세우지만

존재 증명 따위로

핏대를 세울 이유가 없다


’그 동안 즐거웠습니다’

머뭇대며 인사말을 고민했지만

사치인 듯 싶어 생략했다


새가 땅으로 내려앉고

나는 허둥대던 잠에서 깨어났다

벌거벗은 몸이 끝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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