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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호 Sep 25. 2017

비명

제 동 환 주 종

세대의 돌림자에 세워 준

수 목 화 토 금

이름의 척추다.

물 나무 불 흙 쇠금

나무가 불에 타서

흙이 되고

흙이 굳어져 돌이 되고

돌은 물에 부서진다.

돌을 바스라 뜨리는

유강한 물을 빨아들여

나무가 서고

세상 한편 세월 한 자락 

피의 유전을 호명하는

이름의 부수에 오행을 새기고

나 살다 가노라.

빛과 바람

이행 같은 허공에 흩어지는

혼백의 대답처럼 두고 가는 

비문에 새겨진 이름이여

내 껍데기 여기 묻히고

나 살다 갔노라.


- 증조부 이장 후, 불경의 송구심으로 흙집의 문패들 세워 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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