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남도 송광사나 갈까나
새침한 애수의 오지랖
밤꿀처럼 쓰달게 더덕더덕 묻히고
송광사나 갈까나
사랑하는 이름
염불의 겁으로 외우는 까닭
풍경소리처럼 땡그랑 울리며
하늘길 들꽃따라 화사처럼 가르며
송광사나 갈까나
못내 다하지 못한 가슴
절길 무릇 꽃으로 비껴 서서
바람의 빈 터 사마귀처럼 씹으며
바루 가득 넋두리나 채우고
사랑의 언약
미리 시주나 할까나
끝내
그리워서 못 살겠다는 변명
가을을
핑계 삼아 볼까나
아무런 대꾸 없이 깊어지는 그리움
먼 사랑 하나 머리 깎으러
남도 사백 리 꽃길 따라
송광사나 갈까나
- 송광사에 가면 녹두전을 먹어들 보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