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밭에서

by 김진호

1. 유혹

저 둥글고 붉은 승리를 보라

가지 부러질 듯 주렁 거리는 절정

탐스러운 유혹의 근성이여


2. 이면

아주 천천히 향의 끝을 쫒으면

비린내가 숨어 난다

놈들도 몸이 으깨질 때면

누구도 알 수 없는 아픔에

슬쩍 저항하는 것이다

아주 살며시 코끝 갖다 대면

붉고 초록한 비린내

속살 바스러지며

달고 새콤하고 찌륵한 감각으로

여름내 달구어졌던

속즙의 이면을 드러내는 것이다


3. 그리움

두 눈 시리게 푸른 날

옛사람 하나라도

전갈 없이 불쑥 찾아가

빨간 사과 하나 세월처럼 내밀고

달콤한 가슴 비리도록 부비고 싶다

가을이 오면



- 수박 비린내는 직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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