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선

아들이 새벽에 보내온 짧은 詩를 읽고

너도 모르게 너 안에 숨겨진 또 다른 너를 만나게 될지도 몰라.

by 김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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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아들은 운동을 나갔고

아빠는 이불 속에서 코를 골며 세상과 단절된 평화를 누리고 있었지.

그러다 아침 출근길, 카톡을 열어보니

어라? 새벽에 사진과 함께 짧은 글을 보내왔더구나.

그 순간, 잠이 확 깨더라. 그리고 마음속엔 참 많은 생각이 스쳤지.


아빠도 너처럼 어렸을 때, 책을 참 많이 읽었고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했단다.

그래서 “시인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더니

주변 어른들이 한마디씩 보태셨지.

"이놈아, 글 써서 밥은 먹고 살겠냐?"


지금 생각하면, 그 말이 꼭 밥그릇에 시를 말아먹는 소리 같더라.

그때 누군가가 “글을 쓰는 직업은 다양하고 멋진 게 많단다”라고

말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뭐, 1980년대엔 그런 말보다

“좋은 대학가라”가 더 인기 있었던 시대였지.


그래서 말인데,

아들이 글을 쓰는 모습이 아빠는 참 좋다.

세상을 바라보는 너의 시선,

그 마음을 글로 남긴다는 건

너만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일이란다.


꾸준히 쓰다 보면,

너도 모르게 너 안에 숨겨진 또 다른 너를 만나게 될지도 몰라.

그건 마치, 글 속에 숨어 있는 보물찾기 같지.


앞으로도 종종 너의 글을 아빠에게 보내줘.

아빠는 그럴 때마다

출근길이 마치 시집을 읽는 산책처럼 느껴질 것 같아.

그리고… 아빠는 너무너무 행복할 거야.


- 아빠의 답글. -


아직 못다 쓴 글


원고지를 펴고

첫 줄엔 나에게 인사했다.

두 번째 줄엔

잊쳐진 당신께 안부를 물었다.


세 번째 줄,

말 대신

침묵이 앉았다.


쓰려 해도

떠오르지 않는 문장들.

남은 건

낡은 원고지 한 장뿐.


#아빠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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