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한길

서리꽃

by 김진호

김선웅


밤새 피웠습니다.

발 아래로

아침 햇살에 녹아 없어질 그런 꽃이지만

여명을 떨고 다니는 그 님을 위하여

이렇게 피었답니다.


사랑하는 이의 맘을 밤새 그리다 지쳐

가냘프고 여리게 만들고 말았답니다.

하지만 꿈길 거니는 당신을 찾을 길이 없어

눕고 서고 기대어 비친 그림자 뒤로

이렇게 피었답니다.


못다 한 사랑을 가슴 서리게 아파하며

피웠답니다.

한순간 지나가는 님을 보려

어둠 가르고 냉기 보다듬으며

이 새벽녘에야 그리어놨답니다.


오늘 여명 따라 가는 길가에

방긋 미소 머금고 님을 내내

기다리다 지쳐 녹아 버렸기에

오늘 또 피워놓아야 할 것 같답니다


서리꽃 지기 전에 님은 오실런지…


—2004.2.16. 밤새 지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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