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철
내 가진 그리움의 한켠
거가 화엄산가 싶어
각황전 단청 희끄무레한 자태로움이
나무들 등걸 축축한 이끼로 번지고
사람들 드러내며 웃는 잇몸이 다 푸른가 싶고
내디딘 진창에도 하늘이 깊다
오락가락하던 장맛비 잠시 처마에 모여 쉬는 동안
산자락 자욱이 안개를 빨아들이며 품어 내며
계곡 물소리 산정을 향해 흰 포말로 불려놓고
사사자삼층석탑 돌아 돌계단을 가파르게 내려오던 사람
환한 데 없다
명부전 앞 고양이 한 마리 꼬리를 곧추세워 멀어지는 풍경 뒤로
빠끔히 방문을 열어 보는 소리…
비를 피해 든 처마 가만 앉아 있자니
비에 갇힌 단청 속 거기가 감옥인가, 감옥 든 거기가 화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