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괜찮은 이유
아쉽게 끝나버린 올해 첫 도전은 공모전이었다.
원고지 700장가량의 소설을 목표로 하는 소설 공모전으로 마감이 2월 말이었다. 공모전을 알게 된 건 1월 초, 당시 나는 작업 중인 작품이 있었고 절반 분량을 쓴 상황이었다. 나름 준비된 시작이니 2월 말까지는 충분히 끝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내 글쓰기 속도가 더디기도 했고, 귀신같이 사건사고들이 터지며 글 쓰는 일을 방해했다. 세상이 억지 부리는 기분이었다. 그 결과 마감 하루 전 간신히 초고를 끝냈다. 그것도 처음 계획한 이야기틀의 기준이었고, 쓰면서 추가된 플롯은 손도 못 댔으니 초고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셈이다. 누더기가 돼버린 작품을 품은 채 첫 도전을 마무리했다.
포기하고 나니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글 쓰는 걸 아는 주변인들에 공모전준비를 알렸다. 조금이라도 응원받으며 힘을 얻고 싶었고,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마음을 다잡아주기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작품 준비조차 못했으니 허세만 부린 꼴이었다. 괜히 큰소리쳐서 너무 부끄러웠다. 난생처음으로 내가 뭐 해보겠다 객기 부려봤는데 능력이 미치진 못했나 보다.
그래도 나 스스로가 이번 실패에 대한 좌절보다 나아가야 할 개선점에 더 신경 쓰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자기혐오와 우울에 빠졌을 텐데 스스로를 추스르고 다시 일어선 건 나름 대견스러운 점이었다. 오히려 너무 아무렇지 않다 보니 남 일처럼 느껴졌다.
끝난 건 끝난 거고 이제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은 실패를 되새기며 다음 공모전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 집중하기 바쁜 와중에도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나름의 첫 도전을 기념하기 위해서고, 또 하나는 브런치에 올릴 소재 중 이만한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다음엔 더 잘하겠지. 그래도 실패하면 어쩔 수 없다. 굳이 바라는 점이 있다면 실패하더라도 괜찮으니 그때도 딱 이번만큼만 아팠으면 좋겠다.
계속 도전할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