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는 생각들
"사람들 만나고 뭐가 가장 좋았어?"
파라다이스 같았던 작은 골방을 벗어나 여러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하며 가장 좋았던 점은 바로 다른 이의 장점을 보고 배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사람을 가장 많이 만나는 때가 직장이었고, 그 외 사람을 만나도 가까이 사는 부모님이었다.
이렇게 만나는 사람이 제한적이다 보니 그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면도 한정되었다. 그럼에도 좁은 대인관계를 넓히려 하진 않았다. 귀찮기도 했고, 상처받기도 싫었으니까. 그래서 스스로 우물 안의 개구리를 자처하고 살았다.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처음 느꼈던 건 '난 너무 어리구나'였다. 다른 사람들 만나다 보니 새삼 배울 점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입는 옷, 그들의 행동, 말투, 손짓까지 주고받는 대화 하나까지 내게는 전부 배울 점으로 다가왔다.
걔 중 인상 깊은 몇몇 분들을 이야기하자면. 먼저 A씨. 이 분은 행동력이 매우 좋은 사람이다. 보통 사람들은 어떤 일을 계획할 때 고려해야 할 문제점들을 떠올리며 행동에 주저하고, 일을 회피하려 한다. 하지만 a씨는 행동하는 데 있어 주저함이 없다. 제 생각과 맞고 해야 할 일이라면 부딪치는데 망설이지 않는다. 선택을 앞두고 우왕좌왕하는 나였기에 정말 멋져 보였다.
B와 C씨는 내성적이지만 넓은 세상을 항유하는 사람이다. 이 두 분의 공통점은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난 이 사람들이 나처럼 좀 내향적일 뿐 아니라 자신의 세상 안에서 깊이 파고드는 고독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내 착각이었다. 두 사람과 대화하다 보면 전혀 이미지와 맞지 않는 와일드하고 활동적인 일을 취미 삼고, 나아가 전문성을 쌓아가고 있었다.
마냥 내 세상에 갇혀 살면서 경험하기를 주저했던 나와 다른 모습이었다. 필요하다면 성향과 맞지 않는 부분이라도 배우는데 망설이지 않는 그들의 모습은 어릴 적 봐왔던 어른들의 성숙함마저 느껴진다. 두 분에 비하면 난 여전히 어린아이인 것이다.
D와 E씨는 어떤 말도 성숙하고, 정중하며 아름답게 다가오는 단아한 말을 하는 분들이다.
한 분은 나보다 나이가 많고, 한 분은 어린 분이다. 그럼에도 두 분의 말을 들으면 난 한없이 아이가 되어버린다. 무례한 말을 하진 않지만 가끔 당황하여 엉뚱한 말을 하기도 하는데 두 분은 어떤 말을 해도 그 반응이 지나치지 않고, 흔들림 없이 말을 받아주신다.
힘든 업무로 인해 피로할 때에도 그분들의 말이 감정적으로 다가오는 것 없었다. 반면 나는 쉽게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항상 조리 있게 말하는 두 사람을 보며 나의 말이 어땠는지 반성하게 된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으니 모임이 끝나고 나면 항상 즐겁고 설레었다. 부족함에 자괴감도 들지만 내가 다른 이들의 장점을 하나씩 찾아 배워가는 일이 너무 즐거움이 더 컸다.
가끔 이렇게 사람들을 관찰하는 게 변태 같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덕분에 매일이 즐거운 이유가 더 늘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