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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르세데스 Oct 25. 2021

결혼생활을 잘하고 싶을 때

《이혼하고 싶은 그녀들의 진짜 속마음》 《결혼 뒤에 오는 것들》을 읽고

 내가 생각한 결혼은 이게 아닌데     


  서른두 살에 결혼해서 삼 개월 만에 임신하고 다음 해에 첫 아이를 출산했다. 그리고 일 년 반 만에 둘째 아이가 생겼다. 결혼, 출산, 육아에 많은 에너지를 쏟는 사이 나의 삼십 대가 훌쩍 지나간 셈이다.     


  친언니를 비롯해 주변에 육아 동지가 없었다면 나는 이 굴레를 수월하게 지나왔다고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과정은 그 어떤 일보다 행복하고 감동을 자아내는 일이지만 그만큼 힘들고 버겁고 어려웠다. 그런데 그보다 더 어려운 건 ‘부부’라는 이름으로 묶인 남편과 함께 결혼생활의 주파수를 맞추는 일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결혼은 이게 아닌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생각하는 중에 블로그 이웃의 책 후기를 보았다. 제목부터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혼하고 싶은 그녀들의 진짜 속마음》 이었다. 그녀들은 결혼생활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고 생각할까? 곧장 서점으로 달려갔다. 책을 어느 정도 읽기 시작하자 결혼에도 ‘계획’이 필요하다는 문장을 만났다. 아, 나는‘행복한 가정설계’에 대한 고민을 애초부터 하지 않았구나! 행복해질 방법을 생각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에 옮겨야 하는구나, 깨달았다.        


  



부모님으로부터 적당한 거리를 두고 독립하기   

  

  “한국 남편들이 생각하는 가정과 여성들이 생각하는 가정의 구성원이 다르다고 하며 남편은 부모를 자신의 가족 구성원에 넣고 아내는 부모에게서 독립해 남편과 아이까지를 가족으로 생각하기에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25쪽)”고 말하는 저자의 주장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부부의 결혼은 부모님과 같이 타던 배에서 내린 두 남녀가 새로운 배로 항해를 시작하는 것’이라는 비유에 밑줄을 그었다. 많은 부부가 결혼생활을 힘들어 한다. 고부갈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시가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지 못하고 의존하는 남편 때문에 힘들어 하기도 한다. 반대로 아내가 외가에 너무 의존하여 남편이 아빠로서 육아와 살림에 동참할 기회를 얻지 못하기도 한다.      



결혼해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마음의 평수를 넓히기   

   

  “건물을 지을 때 터를 잡는 기초공사가 중요하다. 결혼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또한 사는 집의 평수가 아닌,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마음의 평수를 넓히려는 기초공사다. 집은 줄여서 살 수도 있지만 마음만큼은 넓은 평수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231쪽)” 는 문장이 유독 마음에 와닿았다.      


  내 남편은 가장의 무게감과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돈을 벌어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남다르게 강한 데다 ‘집 장만’에 대한 욕구도 강하다. 결혼 8년 차에 비로소 빚이 들어간 내 집을 마련하면서 남편도 전과 다르게 좀 편안해졌다.      


  저자의 문장을 보며 남편이 떠올랐고 정작 우리 가정에 중요한 것은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주고 진실되게 소통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즉, 집의 평수보다 ‘마음의 평수’를 넉넉히 넓혀서 서로 ‘저 사람 때문에 내가 피해를 입었어’가 아닌 ‘당신 덕분에 내가 행복한 가정생활을 이루고 있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에서도 언급하듯이 부부가 서로의 언어를 익히고 서로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저자는 “있는 그대로 내 삶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행동하자. 그리고 남편 마음속에 있는, 자라지 않은 아이를 키워 내 뜻에 맞게 살아가자. 그러려면 내가 먼저 내 마음의 아이를 키워야 한다. 어른이 되지 못한 마음의 아이는 여전히 쉽게 상처받고 쉽게 아프다. 내가 먼저 건강한 마음의 어른으로 성장해야 한다.(128쪽)”라고 말한다. 내 안의 내면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일은 결혼생활에서도 무척 중요한 일이다.      

  ‘나를 알고 이해하기’, ‘친정 부모님 이해하기’, ‘결혼생활 잘하기’, ‘육아 잘하기’, ‘올바른 나만의 가치관 세우기’, ‘내면의 상처 마주하기’ 등.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내면의 상처를 잘 다독이고 자신을 건강하게 세우고 나로서 당당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내 안의 목소리에 힘을 싣기 위해선 나를 잘 단련시키고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주어진 역할과 의무에 지친 결혼생활     


  정다원 작가가 부부관계 전문가로서 결혼생활의 방향을 제시해주고 해결책을 제시해줬다면 ‘결혼 후에 오는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는 방법’에 여러 사례와 함께 내밀한 부분을 진솔하게 밝히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작가를 만났다. 바로 《결혼 뒤에 오는 것들》 을 쓴 영주 작가다.      



  정다원 작가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계획서’를 세우고 부부만의 배를 타고 항해할 준비를 하라고 한다면, 영주 작가는 ‘상대를 잃을 준비’를 하라고 한다. ‘남편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립된 아내’로 살 것을 말하는 듯하다. 또한, 저자는 결혼생활을 위해 가장 먼저 우선시해야 할 과제로 ‘자신들만의 견고한 울타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했다. 부부가 되면 공유할 부분에서는 진솔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지만 각자 독립된 인격체로 자신이 아끼는 것과 공간은 유지되고 존중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육아라는 큰 산을 마주하게 되면, 각자 쉴 수 있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사이좋은 부부라도 늘 함께 있음으로 인해서 에너지가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영주 작가의 말처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의존하다가 서로를 망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한다.    

  

  “여자라서 해야만 하는 일들 때문에 주체적인 자신으로 살 수 없었다. 예전에 우리 집에는 집주인이 없었다. 손님 같은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집안일을 해야만 하는 여자가 있을 뿐이었다. 주부로서 밥하고 살림을 해왔지만, 주어진 일들을 습관처럼 기계적으로 해왔을 뿐이었다. 집안일이 싫고, 일하기도 전에 피곤해졌다.(88쪽)”라는 문장을 읽으며 너무 공감 가는 이야기라 가슴이 먹먹했다.      


  나도 꼭 해야 하는 것들만 하루하루 쳐내다 보면 무기력함을 종종 느꼈다. 지금도 시간을 쪼개가며 끊임없이 읽고 쓰면서 지칠 때는 ‘의무’만 감당해도 될 것을 왜 굳이 성장하고 변화한다고 애를 쓰고 있나 싶을 때도 간혹 있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오늘도 아내, 엄마만이 아닌 ‘온전한 나’로 산 것 같아 뿌듯하다.      



상대를 받아들여야 비로소 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다 

    

  남편과 싸우면서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당신과 살면서 내 민낯을 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선 볼 수 없었던 내 모습. 감추고 싶은 추악한 모습까지 보이게 하는 이유가 뭘까? 마치 내가 바닥까지 내려가길 바라는 것처럼.” 부부관계가 그런 것 같다. 연인 사이에서는 도통 볼 수 없었던 추악한 모습, 민낯, 치부를 다 드러내는 관계.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부모도 남편도 아닌 내 두 손에 달렸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상황을 변화시킬 힘도 내게 있었다.(173쪽)" 

  저자의 문체에 한 여성으로서의 당당함이 묻어났다. 결혼의 희망을 말하고 싶었다는 저자가 무겁고 불행한 결혼이었지만,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내가 무엇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며 어떻게 살 것인지는 나의 선택이라는 것을 경험으로부터 이야기해 주고자 함이 그 마음 그대로 깊이 전해짐을 느낀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내 자신을 알아가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통해 삶을 내 방식대로, 내가 이끄는 대로 바꿔가고 싶어 하는 나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두 여성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내 결혼생활을 돌아보며 내가 무엇 때문에 남편과의 관계에서 답답하고 억울하고 섭섭했는지 조명할 수 있어 뜻깊었다. 이제 내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내 상황이 어떤지 알았으니 남편과 소통을 잘해서 원만한 부부로 거듭나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앞에서 언급한 대로 적당한 거리를 지킨 채 마음의 평수를 늘리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하면 될 것이다. 《게리 토마스의 행복한 결혼학교》에서 언급한 대로 배우자를 소중히 여기면 훌륭한 가정생활을 이뤄갈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는 “배우자를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가꾸면 결혼 생활이 관계적, 정서적, 영적으로는 물론 신체적으로도 격상된다. 관계의 목표 설정이 달라지고, 결혼 생활을 보는 각도도 완전히 달라진다. 소중히 여김은 내면의 실체로 시작되는 듯 보이지만 언제나 행동으로 나타난다.(25쪽)”라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배우자를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겸비하면 여러모로 결혼생활이 윤택해진다고 말하면서 “소중히 여김이란 마음을 들여 상대를 주목하고, 진가를 알아주고, 존중하고, 아껴 준다는 뜻이라고 한다.”(36쪽) 좀 더 구체적으로는 “힘든 일에는 더불어 공감해 주고, 잘된 일에는 열심히 축하해 주라”(88쪽)고 말한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힘들 때나 함께 할 것을 약속합니까?”      

  결혼식장 주례 때 주례사의 말이 위의 문장에 모두 압축된 듯하다. 문득 남편과의 연애 시절이 떠오른다. 남편을 내가 배우자로 선택했던 이유 중 한 가지가 내 말을 잘 들어주고 반응을 잘해주는 것이었다. 지금은 서로 상대의 말을 귓등으로 듣는다고 푸념하지만 백 세 인생 함께 살아갈 동반자로서 힘들 때는 공감해 주고 기쁜 일에는 풍성한 반응으로 기뻐해 줘야 할 것이다.      


  책을 읽고 기록하며 성장하는 과정 중에 있지만, 여전히 ‘결혼생활’에서는 늘 부족함을 느낀다. 먼저 남편을 소중히 여기면 되는데 늘 서로의 노력의 크기를 저울질하며 아쉬운 점만 나열하기 바쁘다. 사람의 말과 글에는 실로 놀라운 힘이 있다고 한다. 앞으로 글 속에 다짐을 담은 만큼 나의 노력을 게을리하는 건 어렵게 됐다. 결혼 전부터 염두에 두었던 것, ‘아이들에게 다정한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가장 어려운 이 과제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지금부터 불굴의 의지를 다지고 사랑을 실천하리라 마음먹어 본다.


                

《이혼하고 싶은 그녀들의 속마음》, 정다원, 푸른숲, 2019

《결혼 뒤에 오는 것들》, 영주, 이다북스, 2020




* 사진출처

Doğukan Benli 님의 사진, 출처: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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