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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르세데스 Sep 13. 2021

책을 읽고 기록하는    나만의 온전한 시간

프롤로그

영감을 많이 받았던 책을 깊이 있게 읽고 서평을 나누고자 합니다. 엄마로서 산지 8년차되는데 결혼과 동시에 출산, 육아를 하면서 아주 힘들었던 순간에 책을 만났습니다. 위로받고 살에 대한 의지를 불러일으키고자 읽었던 책들이 저를 변화시키고 자존감이 낮았던 저를 일으켜 세워 오롯이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저를 변화시킨 책을 소개하고 저의 삶을 책 속의 문장에 기대어 나누고 싶습니다.





책을 읽고 기록하면서

엄마에서 나로 주도적인 삶을 살기 시작했다        

  


결혼 전까지 삼십 여 년을 특별히 일희일비하지 않고 무난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주도적으로 산 게 아니라 흐름에 이끌려 살아 온건지도 모른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바람에 날리고, 파도가 출렁이면 출렁이는 대로 파도를 타고 떠밀려오듯 살아왔다. 내 안에는 느낌표도 물음표도 없었다. 그냥 인생에 화살표만 있었다. 흐름에 맡긴 채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 뿐이었다. 20대엔 대학을 다니고 졸업해서 선배의 소개로 일을 하다가 공부를 잠시하고 20대 후반 쫓기는 마음으로 취업을 했다. 그러다가 30대 초반엔 배우자감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그게 내 삶이었다. 내 인생에서 항상 난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조연 역할만 해왔다. 나이에 따른 발달과업을 이루는 데 목적을 두고 살았다 싶을 정도로 심심하고 재미없이 살아왔다. 그렇게 살아온 나에게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 무엇을 좇아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질문은 없었다. 살아가는 목적과 방향도 정하지 않은 채 막연히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돈에 쪼들리지 않으며 아이는 둘 정도 낳아 잘 키우는 평범한 삶을 살기를 원했다.



그러한 삶이 결혼, 그리고 육아와 함께 한꺼번에 바뀌어 버렸다. 어딜 가도 있는 듯 없는 듯 튀지 않게 조용히 살던 내가 육아라는 거대한 산 앞에서 작은 일에도 일희일비하며 감정을 드러내고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더없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결혼 후 알게 된 남편은 겉모습과는 달리 뼛속까지 가부장적인 사람이었는데 부모가 될 준비도 없이 임신과 출산, 육아의 과정에 급작스럽게 놓이게 되자 역할의 갈등이 생기게 되었다. 뒤늦게 서야 남편에게 내 기준에 맞게 행동해 달라고 요구하거나 고충을 토로하며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육아만 해도 삶이 스펙타클 해졌는데 의지하던 친정 가족과도 소원해지는 일들까지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말 삶이 힘들어졌다. 내 삶에서 나의 존재는 없는 것 같았고, 자존감은 바닥을 뚫고 들어갔으며 우울감이 치솟았다. 결혼생활에도 회의가 깊어 졌고 자유로운 삶에 대한 갈증이 높아졌다. 감정조절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가족을 비롯한 타인과의 관계도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의 삶은 없이 겨우 아이들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키우는 데만 에너지를 쏟으며 지냈다. 그러다가 도저히 이렇게만 살다간 내 삶에서 난 계속 누군가의 삶에 배경처럼만 있을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하루에도 여러 번 오락가락, 널을 뛰는 내 기분을 잠재우고 좀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아이 어린이집 근처의 도서관 지붕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무엇에 홀리듯 도서관에 들어서게 되었다. 이후에도 큰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나면 작은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근처 도서관으로 자연스레 발길을 옮겼다.

막 큰 아이가 4살이 되고 고집도 세지고 자기주장도 강해지면서 돌보기 힘들어질 때라 ‘남자아이 잘 키우기’, ‘아이 감정 읽기’ 등 육아서 위주의 책을 먼저 펼쳤다. 뭔가 알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책장이 술술 넘어갔고 둘째 아이조차 낮잠을 잘 자주어 한두 시간 조용히 책 속에 빠질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책 읽기는 점점 속도가 붙기 시작했고 책 읽기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동안 복잡한 나의 감정도 차분해졌고 어느새 몰입하는 즐거움도 느끼고 있었다. 책 읽을 시간조차 없다고 여겼던 숨 막힌 삶에서 뜻하지 않게 빈 시간을 발견했고 한 권, 두 권 책이 늘어날 때마다 잠시나마 나로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들과 한 공간에 있을 때는 쉬는 시간조차 쉬고 있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건만 책을 읽다 보면 아이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내 시간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육아서로 시작한 책 읽기는 점점 내가 관심 있는 분야로 확장되었다. 에세이, 자기계발서, 인문서 등을 읽으며 그제야 비로소 ‘나 다운 삶,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 나의 삶의 가치와 방향성’ 등을 생각하게 됐고 나를 억눌러 왔던 결혼과 육아, 내 삶에 관한 생각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잿빛 일색이던 내 생각에 서서히 오색 빛이 물들기 시작했다. 책 속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막연히 ‘나는 피해자야.’라고 여겼던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감정이 ‘내가 나밖에 몰랐구나. 나의 어두운 얼굴만 보는 가족들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변화했다. 낮아졌던 자존감도 높아졌고 삶에도 다양한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 오랫동안 가슴에 붙잡아 두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책을 읽은 느낌을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주옥 같은 문장들을 더욱 내 가슴에 새기고 곱씹으며 나의 삶도 더불어 되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건 단순히 서평을 쓰는 것 이상이었다. 저자의 문장을 내 삶에 대입해보고 그로부터 삶의 의미를 찾아 나가는, 저자의 문장을 철저하게 내 안에서 녹여내고 재창조해가는 과정이었다.     



이 책은 남에게 이끌리듯 시간이 흐르는 대로 목적 없이 살아왔던 내가 결혼 그리고 육아의 과정에서 입은 마음의 상처를 책을 읽고 기록하면서 치유해나간 과정을 정리한 글이다. 30여 년을 소심하게 살아왔던 내가 책을 통해 나를 발견하며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무엇보다 고무적이었던 것은 그동안 여러 사람에게 휘둘리고 흔들리며 살아왔던 내 삶을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모두가 책을 읽고 기록을 남김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값진 성과이다.

이 책을 쓰면서 엄마로 살아온 7년간의 내 삶이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그러한 내 삶의 변화를 보면서 난 내 이야기를 다른 엄마들과 나누고 싶었다. 비록 같은 삶은 아닐지라도 엄마라는 이름표 안에 갇혀 지금도 어렵게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엄마들이 많음을 잘 알고 있다. 내가 지나온 삶은 곧 다른 엄마들의 삶이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세상에는 사람들 각자의 개성과 강점이 있고 그 나름대로 쓰임새가 다를진대 이 세상의 모든 엄마는 단지 엄마라는 이름 아래 그 모든 것들을 희생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한 엄마들에게 난 내가 겪은 변화를 들려주고 그들도 나와 같은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라고 얘기해주고 싶었다. 나와 같은 처지를 겪고 있는 엄마들에게, 자신만의 틀을 깨고 세상 밖으로 용기 내 나오고 싶은 청년들에게 독서와 기록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다.



나는 독서와 기록이란 방법으로 내 삶을 계속 들여다보는 노력을 했다. 독자분들도 삶에서 자신을 돌보고 성장시킬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을 찾아보길 바란다. 물론 그 동력이 나와 같다면 더욱더 반가울 것 같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며 자신만의 컨디션과 속도로 가치 있는 것을 좇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변화되어 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하고 소심했던 엄마인 나도 이미 많은 것이 변화됨을 느끼고 내가 생각한 방향대로 삶이 바뀌고 있는 걸 보면 다른 엄마들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다른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여긴다. 특히, 강원임 작가의 《엄마의 책모임》 이란 책 속의 문장을 인용해서 독서와 기록하는 삶으로 넘어오라고 설득하고 싶다.

이번에는 어느 세상 속으로 나를 끌고 가 어떤 감각을 깨워 삶을 풍요롭게 해줄 민감함을 선사해줄지 기대한다.” (166쪽)는 작가의 말처럼 실제로 평면 같았던 삶이 입체적인 모습으로 변화되고 잠자고 있던 나의 모든 감각을 일깨워 삶을 다채롭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자, 우선 끌리는 책을 먼저 집어 들자. 내 삶이 조금이라도 내 의지와 마음대로 바뀌길 원한다면, 내 삶이 지금보다 조금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이 되길 바란다면 지금 당장 시작하자. 시간이 나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싶은 열망이 생긴다면 시간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이 책을 집어 든 당신이 ‘책을 읽고 기록하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의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 사진 출처

https://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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