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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댄 Dec 02. 2020

더 테이블, 음료는 사람을 닮는다

네이버 영화 ‘더테이블’ 포스터

김종관 2017.


음료는 사람을 닮는다. Ep.1 오전.

그만 일어나자는 유진의 말에 창석은 아쉽다고 말했다. 유진이 "나도"라고 답했다. 그들의 아쉬움은 결이 다른 아쉬움이었을 것이다. 그는 스타와 더 오래 같이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어 아쉬웠고, 그녀는 자신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이 남자가 참 아쉬웠을 것이다.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유진 앞, 맥주를 들이키는 창석은 관객의 입장에서도 너무나 아쉬운 남자였다. Ep.2 오후 두 시.

테이블 위 유진과 창석의 흔적은 어느새 깨끗하게 닦였다. 대신 두 잔의 커피와 초콜릿 무스케이크가 올려졌다. 하룻밤 사랑 후 다시 만난 경진과 민호 사이에는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표정이 좋지 않은 경진. 말없이 여행을 떠나고는 사진도 한 장 보내주지 않은 민호가 원망스러웠던 탓이다. 그는 정말 애매한 관계에 내내 불안에 떤 그녀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일까.


사실 민호는 여행 내내 그녀를 생각했다. 체코에서는 손목시계를 보고, 독일에서는 카메라를 보고 그녀를 생각했다. "보이는 대로 사고 싶어서요"라는 민호의 말의 속뜻은 어쩌면 이것일지도 모른다. "보이는 대로 (경진 씨가) 보고 싶어서요. Ep.3 오후 다섯 시.

나무 테이블은 사기 결혼을 위해 만난 은희와 숙자를 위한 비밀 모의의 장이 된다. 사기극을 위해 다정한 모녀 사이가 돼야 하는 그들. 테이블 위에는 라떼 두 잔이 나란히 놓여 있다. 어쩐지 닮은 분위기의 두 사람은 커피 취향마저 비슷하다. 진실처럼 무겁게 담겨 있던 라떼를 깔끔하게 마시고  둘은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Ep.4 오후 아홉 시.

살짝 흐트러져도 좋을 시간이다. 부슬부슬한 밤비와 잘 어울리는 혜경과 운철의 방문을 마지막으로 주인은 마감 준비를 한다. 카페는 오늘도 피고 저문다. 어제처럼. 아마 내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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