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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댄 Mar 18. 2021

문득 뭉클해질 봄


계절의 이름은 그 계절을 닮았다. 가만히 부르기만 해도 그 시기만의 감각들이 선명해진다. 예컨대, 겨울은 이름도 차분하고 힘겹다. 그래서 겨울- 하고 소리를 내면 덩달아 마음도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겨울. 겨울. 되뇔수록 속에서 쓸쓸한 바람이 인다.


나는 네 계절 중에서 유독 봄을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


봄은 겨울 같지 않다. 몇 번이고 부르고 싶은 이름을 가졌다.​​​


 봄, 봄, 봄. ​​


 봄!

​​​

 소리를 뱉을 때마다 새싹이 돋는다.

 잔뜩 오므린 주둥이를 닮은 꽃봉오리가 피어난다.

​​​

 봄 같은 사람이고 싶다. 내 이름 불러 주는 이를 감싸는 사랑스러운 봄볕이 되고 싶다. 잠시 눈 좀 붙이도록 지친 그의 얼굴을 몰래 쓸어 주고 싶다. 계절이 떠나갈 때조차 심드렁한 이들이 있다. 가엾고 원망스러운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어느 날 문득 뭉클해질 이름이고 싶다.

​​

 내 속에도 봄마다 새로이 벚꽃도 피고 목련도 피면 좋겠다. 개나리와 유채도. 그러다 언젠가 넓은 꽃밭이 되었으면. 봄이 지나도 늘 봄 같은 사람이면


- 2017년 3월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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