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내 이야기를 하면서 목소리가 컸던 날은 반갑다
카페나 식당에서 주문을 할 때 자주 “네? 잘 안 들려요”라는 말을 듣는다. 나는 양껏 소리를 냈다고 생각하는데 작았나 보다. 필요한 자리에서는 나는 내용물이 거의 없어 몸이 투명해진 케첩 병을 짜듯 목소리를 키운다.
가끔 수월하게 재밌게 푼푼하게 소리가 나오는 날도 있는데 이는 비범한 날이다. 특히 남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를 하면서 목소리가 컸던 날은 집에 오는 길 내내 반갑다. 아직 죽지 않은 어떤 인간을 만나고 온 기분이다. 살아있는 데다 내가 아닌 인간 중에 내 목을 부드럽게 마사지하는 존재를 만나면 마음이 속절없이 간다.
그런가 하면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내 하던 일을 멈추고 불편했던 적이 여러 번. 왜 저 사람은 저렇게 목소리가 날카롭게 날아올까 짜증이 난다. 소리를 듣고 냄에 있어 나는 지나치다.
대화를 비집고 내 소리를 섞는 것도 힘들다. 3명 이상의 단체와는 보통 고요하게 웃는다. 온라인 채팅은 소리가 아니라 조금 더 잘 끼어든다.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래러 책을 들었다가 문밖 소리를 째려본 지 수 분. 에어팟을 끼고 노래를 덮고 내 별스러움의 원천에 대해 생각한다. 귀다.
아 스트레스를 받으면 귓구멍을 박박 긁는 버릇도 있다. 짜증을 퍼내듯이 먼지를 털듯이 삭삭.
요새는 양쪽 귀가 모두 상처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