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리댄 May 17. 2022

예민함의 원천

특히 내 이야기를 하면서 목소리가 컸던 날은 반갑다

카페나 식당에서 주문을   자주 “?   들려요라는 말을 듣는다. 나는 양껏 소리를 냈다고 생각하는데 작았나 보다.  필요한 자리에서는 나는 내용물이 거의 없어 몸이 투명해진 케첩 병을 짜듯 목소리를 키운다.


가끔 수월하게 재밌게 푼푼하게 소리가 나오는 날도 있는데 이는 비범한 날이다. 특히 남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를 하면서 목소리가 컸던 날은 집에 오는 길 내내 반갑다. 아직 죽지 않은 어떤 인간을 만나고 온 기분이다. 살아있는 데다 내가 아닌 인간 중에 내 목을 부드럽게 마사지하는 존재를 만나면 마음이 속절없이 간다.


그런가 하면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내 하던 일을 멈추고 불편했던 적이 여러 번. 왜 저 사람은 저렇게 목소리가 날카롭게 날아올까 짜증이 난다. 소리를 듣고 냄에 있어 나는 지나치다.


대화를 비집고 내 소리를 섞는 것도 힘들다. 3명 이상의 단체와는 보통 고요하게 웃는다. 온라인 채팅은 소리가 아니라 조금 더 잘 끼어든다.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래러 책을 들었다가 문밖 소리를 째려본 지 수 분. 에어팟을 끼고 노래를 덮고 내 별스러움의 원천에 대해 생각한다. 귀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귓구멍을 박박 긁는 버릇도 있다. 짜증을 퍼내듯이 먼지를 털듯이 삭삭.


요새는 양쪽 귀가 모두 상처밭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귀를 침범하는 일도 언짢구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