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적인 남자, 예민한 남편, 온순한 사위
나는 감성적인 성격이었다.
딱히 느끼진 못했지만 살면서 점차 깨닫게 되었다.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괜스레 마음이 설레며 문구점에서 멜로디카드나 각종 예쁜 카드를 모았고 방에 불을 끄고 반짝거리는 트리를 바라보며 감상에 빠지곤 했다. 여행에 대한 지나친 낭만도 품고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모든 모습을 감성적으로 연결 짓고 그런 글이나 사진을 무척 좋아했다. ‘추억’이란 단어가 좋았고 손편지 쓰는 걸 재미있어했다.
꽉 막힌 답답한 공간에 갇혀 있으면 오면 온몸이 가려우면서 아토피 증상이 일어났다. 나는 몸도 마음도 예민한 사람이었다.
결혼을 하고 아내가 예민하다고 말해주었다.
“넌 왜 이렇게 예민해?” 라며 결혼 후 처음 알았다고 한다.
농사를 배우고 짓기 위해 처갓집으로 향했고 온순한 사위가 되어 모든 상황에 부딪혔다.
농업인 상담을 해주신 주민센터 직원분이 이렇게 말했다.
“귀농하신다는 건 다른 나라 이민 가서 사는 것과 똑같아요.”
“모든 게 다르고 낯설고 생각했던 이상의 경험을 하실 거예요.”
“장인어른의 농사를 그대로 이어갈 능력을 길렀다 해도 앞으론 거기에 자기만의 플러스를 만들어야 할 거예요.”
“농사도 사업이고 창업이고 경영이에요.”
나는 내 마음도 농사도 경영해야 했다.
대한민국 우리 집에서 낯선 처갓집으로 이민을 결정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