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놀고, 먹고, 쓰고

4. 우리 집, 김해

by 하현태



새터 때가 기억난다. 지도에 우리 동네 맛집을 채우고, 함께 소개하며 첫인사를 나눴다. 김해. 2019년 전후로 가야와 함께 자주 언급되어 그런가, 생각보다 아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부산 옆’은 꼭 덧붙여야 했지만 말이다.


“김해 오세요. 숙식 제공.”


방학만 다가오면 동기들에게 입버릇처럼 했던 이야기다. 비행기로 1시간, 기차로 3시간, 차로 5시간 언저리. 이렇게만 말하면 오기 거북하니, 꼭 ‘부산 올 때 같이 들러,’라는 말을 덧붙였다. 열과 성을 다한 홍보는 은근히 효과적이었다. 지금까지 C, Y, L, M과 Z, 그리고 A와 H가 찾아왔었다.


2020년 7월 31일, 부산 만덕에 살던 C가 가장 먼저 김해에 왔다. 왕십리가 아닌 곳에서 만난 동기는 생각보다 더 반가웠다. 신세계백화점 옆 버스 터미널에서 만나 장유로 데려왔다. 자주 가던 피자집을 거쳐 좋아서 하는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떨었다. 그는 조용한 김해가 좋았고, 나는 찾아와준 그가 고마웠다.

두 번째는 2020년 9월 19일. 연세대로 가버린 Y였다. 역시나 터미널에서 만났고, 이번에는 돈까스 가게와 좋아서 하는 카페를 들렀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써야 하는 건 불편했지만, 그런 것 따위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 우리는 웃으며 맨얼굴을 마주 보았다. 사진을 찾아보니 당시 『그림자의 빛과 어둠』이 나왔었다. 새삼 시간이 참 빠르구나, 싶다.


2021년 1월 21일. C가 또 찾아왔다. 입대 전이라고 염색으로 멋을 부린 C는 그럼에도 마냥 귀엽게만 느껴졌다. 백화점에서 밥을 먹고, 스타벅스에 앉아 잠깐 수다를 떨었다. 그 와중에 패딩에 구멍이 나 바느질을 한 건 아직도 웃기다.

얼마 지나지 않은 2021년 2월 8일. L이 왔다. 부산에 있는 동창 집에 들렀다 돌아가는 길에 왔다고 한다. 카카오톡 저장 이름이 ‘-술-’인 만큼, 점심에 만났건만 기어코 맥주를 마시고 떠났다. 전날에 많이 마셔 힘들다더니, 아무튼 참 여러모로 대단하다.

또, 또 시간은 흘러 2021년 6월 30일부터 7월 1일. M이 찾아와 하루를 묵었다. 첫 숙박 손님이었다. 김해의 자랑 뒷고기로 시작해서 좋아서 하는 카페, 율하천을 따라 집으로 돌아왔다. 야식으로는 M이 선물로 가져온 와인과 함께 피자를 먹었다. 집에 들인 첫 동기인 만큼 정말 고맙고, 또 반가웠다.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를 돌아보려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아직도 생각난다.


2022년 1월 16일. Z가 찾아왔다. 해운대에 숙소를 잡은 그녀는 가는 길에 잠깐 김해에 들렀다. 원체 카페를 좋아하지 않는 성격 덕에 우리는 닭갈비를 먹고 집으로 들어와 잠깐 수다를 떨었다. 엄마가 옛날 앨범을 가져온 바람에 민소매 차림의 사진도 보여줬다. 이때부터 급속도로 친해진 우린, 이후 제주도와 일본까지 함께 다녔다.

2022년 7월 26일부터 27일. 두 번째 숙박 손님인 선배 A가 왔다. 뒷고기와 좋아서 하는 카페, 그리고 율하천이라는 하현태식 김해 풀코스 이후, 여느 20대 남자들이 그렇듯 게임으로 밤을 지새웠다. 다음 날 고등학교 동창인 M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당시 자투리 책 프로젝트, 이후 『싱싱한 생각을 팝니다』가 된, 겸 좋아하는 친구들을 인사시켜 주기 위한 자리였다. 느린 99년생과 친구인 00년생, 그리고 그냥 98년생의 첫 만남이었다. 둘은 생각보다 빠르게 친해졌고, 덕분에 이후 프로젝트 역시 대성공이었다.


2023년 5월 19일, 선배 H가 왔다. H를 떠올리면 선명해지는 기억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개강총회 뒤풀이의 술집이고 다른 하나는 답사 때다. 일 자로 늘어진 테이블이었는데, 우리 테이블에는 남자만, 심지어 낯을 가리고 조용한, 다섯이었다. 그중 막내인 Y가 말을 걸었다지만, 그럼에도 참 조용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테이블의 경계가 희미해질 때쯤, H가 찾아왔다. 자세히는 생각나지 않는다, 워낙 술도 약한데 막걸리도 처음이었으니. 그렇게 나름의 첫인사를 나누었다. 두 번째는 답사, 어느 해수욕장이었다. 모래사장 위에서 구경만 하던 내게 H가 찾아와 사진을 찍었던 게 기억난다. 참 별것 아닌데, 그때의 나에게는 그때의 친절이 전부였나 보다.

여하튼, H는 부산에서 지하철을 타고 넘어와 아웃백에서 간단한, 맥주 한 잔을 곁들인, 저녁을 먹었다. 이것 역시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의 기능이 아니었다면 H가 왔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하나, 반갑고 행복했던 감정만은 여전하다.

마지막은 2023년 7월 24일부터 25일까지, 딱 1년 뒤에 A가 한 번 더 집에서 묵었다. 이번에 그는 직접 운전해서 집으로 곧장 찾아왔다. 웃긴 건 그때 사진이 딱 2장인데, 하나는 유희왕에서 롤토체스로 바뀐 모니터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좋아서 하는 카페의 사진이다.


김해! 서울에 비하면 초라하고 조용한 동네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동기들에게 김해를 홍보하는 이유는 딱 하나, 그런 조용함 때문이다. 더군다나 동기들 역시 글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평화로움을 더욱이 소개해 주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찾아온 모두가 김해에 반했다는 후기를 남기고 떠났다.


졸업하고 2년째인 2025년. 날이 갈수록 만나지 못한 동기가 더 많아지고 있다. 그 사이 서울에 간 적도 많지만, 꼭 김해에 오라는 말도 덧붙인다. 하나라도 많은 이와 나의 세상을 나누고 싶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를 사귀고 나면 꼭 “집에 놀러 와!”를 혀끝에 달고 살았다. 생각해 보니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에게 나의 전부를 기꺼이 내보이는. 무엇 하나라도 나누고파 하는. 나는, 그런 사람이다.


김해는 그런 마음이 축약된 동네이다. 그래서 오늘도 동기들에게 김해를 홍보한다. 더 많은 친구에게, 나의 마음을 나누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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