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분 카레

by 하현태



우리 전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그는 하던 일을 멈추고 질문하는 나를 돌아봤다 오랫동안 나를 바라보더니 빙글 돌아갔다


별일이네 그런 걸 다 묻고


그는 하던 일을 계속하며 질문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오히려 그가 반가웠다


그렇지 그런 거겠지


그가 키보드와 활발하게 대화 이어갈 때 나는 그의 등만 바라볼 뿐이다 키보드와 잠깐씩 시선 마주칠 때 키보드는 웃었다 기계음 사이에서 분명히 웃는 소리 들렸다 나는 거기에서 질투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다녀올게 늦을 거야 선반에 삼 분 카레 있으니까 데워 먹어 꼭 먹어


대답은 키보드가 대신했다 그는 바빴다 현관도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활짝 열려서 풍경에 떠밀리고 찬 바람 들이닥칠 때 키보드가 나를 재촉했다 그는 조금도 돌아보지 않았다


뭐라고


문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던 것 같은데 그가 돌아온 것 같았는데 그렇다고 현관을 다시 열어 무슨 말 했어 재차 물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랬더니 키보드가 딸그락 화내면 어떡하지 아니 그랬는데 그들이 아무 반응도 없으면 어떡하지 그럴 바에 그냥 착각하며 갈 길 가는 게 마음 놓이지 않을까


나는 두 손과 오른쪽 귀와 가슴을 차갑기만 한 철제 뒤의 너희에게 할애했다 분명 날 찾을 거야 분명 키보드는 그에게 실망하고 다시는 웃지 못할 거야 그래 그렇게 우리는 예전처럼


돌아와 본 건 마트의 그것과 같은 삼 분 카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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