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눈

by 하현태



바다를 한 꺼풀 벗겨내면 두꺼운 겨울 투정 한 번


엄마는 그 소리를 품에 안고 살아서

공주처럼 보라색 꽃을 연모한다


뚜렷하던 시야에 비눗방울 옮을 때 소복하게 쌓아둔 사랑 따위 차츰 시끄럽다


거품은 껍질이 연하고 얇아서 연명할 수 없는 야윈 몸으로 돋아 숨 하나의 서늘함에도 무너지고 만다


한숨이 취급하는 것들 하나 둘 아니라

유통된 상자 열고파도 칼 가위 따위 없어

파도 아래서 유유히 눅눅함 유지한다


그런 날카로움을 혀 아래에 두고 살라 그러던데

뭉뚱그린 얼굴로 뭉뚝 그런 대답만


겨울 껍질 벗겨내면 눈도 눈 닮은 벚꽃도 소복하다


3월은 쌓아둔 물건이 볼록해질 정도로 많아

차마 버릴 수 없어 다 끌어안고 하품


이른 봄과 늦은 겨울 사이 꽃망울에 눈꽃 화사할 때

여름에게 달려가 초록을 꿔오고 싶다


처음부터 나는 더움을 싫어했는데

어느 날부터 8월을 기다렸다


꿔온 초록 다 풀어헤치고

웃는 얼굴로 소리 지르고 싶었다


보릿자루가 취급하는 것 딱 하나라

유통된 감정도 그것 하나라


벗겨낸 한 꺼풀에는 비눗방울 옮아서


뭉뚱그린 얼굴 문득 섬세해진다

눈 닮은 벚꽃 밟혀 손상 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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