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사랑할 뻔했다

by 하현태



검지와 중지 사이 담배는 하얗게 질려 초라하게 떨어지고 연기는 희미해질 걸 알면서도 상승하고

습관처럼 가져다 댄 입술은 삐쩍 말랐다 새끼손가락으로 긁어낼 수 있을 정도로


다른 손에는 잘근잘근 이 나간 종이컵 인사한다

밑바닥에 구멍을 뚫으면 더 아래로 갈 수 있구나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 어른의 도리질은 철없지만 무엇보다 이해할 수 있는 것

손바닥으로 짓눌러도 물 흐를 틈은 꼭 있듯


바짓가랑이에서도 사랑은 피어올라

아차 담뱃재


의심과 착각은 유사해 마치

기가 찬다는 듯 찬 혀처럼


그러니까 처마에서 간신히 떨어지는 가을 소나기 같은 거나 뚫어져라 보고 있겠지


한심하니?

조금

어쩌고 싶니?

그러게


문장부호는 글을 구별하기 쉽게 만든다더라

말도 그렇잖아 뒷부분을 올리면 실망 내리면 권태

일자로 주욱 스치면?

사랑이겠지


코로 뱉는 숨소리가 우리 사이에 가득해질 때 비는 그쳤고 꽁초는 떨어졌고

이거구나

이게 사랑이었구나


혼잣말에 속아 흐느낀 시간은 너무 늦었었다


오늘도 사랑은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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