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갈 때가 되니 더 좋아
여섯째 날은 대한항공의 귀국행 비행기 알람으로 시작되었다. 무엇보다 조식 핫초코가 내일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여행을 마무리하는 느낌으로 큰 일정 없이 호텔 근처를 돌아다녔다. 대영박물관도, 오가는 길에 보기만 했던 공원에도 들렀다. 마무리는 늘 아쉽다.
조식을 먹은 우린 대영박물관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쏟아지는 비를 우의로 간신히 막아내며 정문에 도착하니, 오픈까지 시간이 조금 남았다. 그런데도 입장을 위한 줄이 건물을 휘감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참 지루했을 텐데, 대영박물관에서의 대기는 즐거웠다. 철제문이 열리고, 차분히 줄어드는 인파에 섞여 들어오는 매 순간이 설렜다. 대영박물관 입구의 계단 바로 옆에는 리프트가 하나 있다. 문을 여닫는 것부터, 오르내리는 것까지 전부 수동이다. 처음에는 문이 잘 잠기지 않아 허둥댔다. 그때 뒷짐을 지고 있던 직원분이 다가와 차분히 설명해주셨다. 덕분에 마지막까지 편하게 관람을 시작할 수 있었다.
영국까지 왔는데, 에프터눈 티 세트를 놓칠 수 있겠는가. 리버티 백화점에서 차는 한 잔 마셨지만, 3층 트레이에 올려진 빵은 아직이었다. 그렇다고 다른 식당을 가려 하니 거리가 애매하고, 무엇보다 비가 와서 쉽지 않았다. 다행히 전날 밤 박물관에서도 판매 중이란 소식을 보았기에 입장하자마자 레스토랑에 예약을 걸었다. 입장까지 두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여 여유롭고 설레는 마음으로 관람을 시작했다.
매일 찾아가도 매일 새롭다. 이날은 아시안 관부터 보기 시작했다. 커다란 그림 액자가 있는 조용한 공간이었는데, 그림 바로 앞에 의자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의자에 관람객 한 분이 가만히 앉아 그림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그 분마저 작품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졌다. 이른 아침, 박물관에 찾아와 멍하니 작품을 관람하는 삶. 나는 이곳에서 또 다른 꿈을 갖게 되었다. 한국관도 있었다. 규모는 조금 작았는데, 커다란 불상이 하나 있어 조금 놀랐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니 어느덧 입장 시간이었다. 인파를 헤엄쳐 입장한 우린 삼 층짜리 세트와 에스프레소 한 잔을 주문했다. 층을 이룬 초록색 그릇과 에스프레소 컵이 무척 아름다웠다. 딱 하나 문제 아닌 문제가 있었다면, 에프터눈 티 세트에는 차가 포함되지 않는단 사실이었다. 물론 상관은 없었지만 말이다.
가장 아래층은 샌드위치, 중간은 스콘, 꼭대기는 케이크였다. 샌드위치와 스콘도 적당했는데, 케이크가 정말 맛있었다. 그런데 긴장을 해서인지 배가 조금 아프기 시작했다. 마침 안내해주셨던 직원이 지나가기에 화장실 다녀올 테니 가만히 둬 달라고 부탁했다. 직원의 대답을 들은 나는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사람이 정말 많았다. 장애인 화장실에 일반인이 들어갈 정도로 말이다.
기우였던 화장실 소식을 뒤로 하고 한층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자리로 돌아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야. 테이블이 깨끗했다. 상황을 파악하려 잠깐 눈치를 보던 중 아까 그 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이마를 탁 짚고 “아!!” 하는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봤다. 이 분위기가 정말 미드 같아 웃겼다.
그는 진짜 진짜 미안하다며 새로운 세트로 다시 준다고 하셨다. 우린 대부분 다 먹은 상태였기에 꼭대기 층과 커피만 부탁했다. 직원은 사과를 거듭하며 얼른 가져오겠다며 사라지셨다. 잠시 후, 4종류의 디저트 한 쌍과 커피 한 잔을 가져다주셨다. 총 8개의 빵과 커피가 생긴 우린 새로운 마음으로 식사를 마무리했다. 특히 초콜릿 무스가 올라간 딸기 머핀이 정말 맛있었다. 행복한 마음으로 계산을 위해 직원을 불렀다. 그런데 영수증을 받아 보니 할 때 10% 할인뿐 아니라 커피는 무료라는 말을 들었다. 조금 당황했지만, 직원의 얼굴에 미안함이 덕지덕지 붙어 있어 감사하게 받기로 했다. 역시 영국은 신사의 나라였다. 근데 이제 정신은 좀 많이 없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마지막 케이크까지 다 먹고 나오니 비가 오고 있었다. 흐리멍덩한 하늘을 배경 삼아 건물들이 더욱 빛났다. 특히 대영박물관 지붕의 조각상들은 너무나 운치 있게 보였다. 흐린 하늘과 두꺼운 콘크리트가 이렇게나 잘 어울리는 나라. 영국은 모든 때와 장소가 예술 그 자체인 곳이었다.
호텔로 돌아오던 길, 오가며 탐내던 공원 카페에서 잠깐 시간을 보냈다. 이탈리안 카페였는데, 입구서부터 친절이 넘치는 곳이었다. 안쪽의 넓은 자리로 안내받은 우린 젤라또 아이스크림과 핫초코를 주문했다. 특히 핫초코가 인상 깊었다. 흔히 아는 달콤한 맛이 아닌, 약간 불고기 같은 맛이 신기했다. 역시 원조는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맛을 음미하고 있으니 근처 테이블이 소란스럽다. 조금 있으니 커다란 촛불이 피어올랐고, 익숙한 멜로디의 박수가 들려왔다. 이탈리아어의 생일 축하 노래였다. 직원 중 한 명이 휴대폰을 머리 위로 들어 동영상을 찍었고, 카페에 있던 모두가 같은 목소리로 아무개의 생일을 축하했다.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었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에, 우리도 함께였다.
파티는 해산되었지만, 여운은 끊기지 않았다. 비 오는 풍경, 이탈리안 핫초코, 아무개의 생일 파티. 다가오는 끝을 애써 외면하며 지금의 감상에 젖어 글을 쓰기 바빴다.
그렇게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마감 시간 30분 전이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나무 포크로 먹는 신라면도 이게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더 맛있었다.
일곱째 날. 에그 스크럼블, 베이컨, 소시지, 그리고 핫초코. 이 조식도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더 맛있게 느껴졌다.
짐을 정리하고, 로비에 앉아 우버를 기다렸다. 원래는 지하철을 타려 했는데, 올 때 우버를 타니 너무 편했다. 더군다나 날도 흐린데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해야 하나 싶었다. 다행히 비는 그쳤다. 내심 왕창 쏟아져서 비행기가 연기되길 바랐는데, 아쉬웠다.
갈 때가 되니 소방 훈련도 하고, 도로 공사도 끝이 났다. 새로워진 검정 아스팔트로 공원의 큰 나무를 구경하며 우버를 기다리니 웬 기사님이 먼저 말을 걸어주셨다. 점잖은 신사분이셨는데, 화장실이 급해서 내렸다고 한다. 택시를 기다리냐고 물으셔서 그렇다고 하니, 쿨한 작별 인사와 함께 헤어졌다. 멋지고 웃긴 분이었다.
위치도 방도, 무엇보다 직원이 너무나 친절했던 ‘TAVISTOCK HOTEL’ 혹시 영국에 방문할 예정이라면, 이곳을 정말 정말 추천한다.
그렇게 공항 호텔로 향했다. 밤이라 못 봤던 런던의 도로를 새로운 마음으로 눈에 담았다. 나무도 건물도 사람도. 한 조각도 남김없이 마음에 담아왔다. 그렇게 도착, 했는데 기사님이 4번 게이트에 내려주셨다. 도착지를 호텔로 하면 본인이 공항 팁을 못 받는다는 게 이유였다. 마지막까지 파란만장하다.
공항과 호텔은 2층에서 연결되어 있었다. 물론 웬 터널 같은 곳을 꽤 걸어야 했지만, 아무튼 연결은 되어 있었다. 호텔은 약간 제주도 수련회 숙소 느낌이었다. 실내인데 층고가 굉장히 높고, 창문이 덕지덕지 보이는. 라운지에서 잠깐 시간을 보내다 체크인을 마쳤다. 방은 아담했다. 그리고 티비 모니터에 내 이름이 적혀있었다. 뜬금없는 곳에서 내 이름을 보니 새삼 놀라웠다.
짐을 풀고 공항에서 피자를 먹었다. 맛은 기대할 것 없이 그냥 공항 음식이었다. 어머니는 마지막 날이라 맥주를 마셨고, 난 콜라로 참았다.
방에 앉아 배경음 삼아 티비로 영국 방송을 틀어두고 아이패드로 LCK를 봤다. 그런데 마지막을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 저녁으로는 호텔 식당에서 스테이크를 하나 먹었다. 고기도 고기지만, 함께 주는 감자튀김이 정말 맛있었다. 물론 함께 준 샐러드는 맥주 안주로 어머니가 다 드셨고 말이다.
여덟 번째 날이 밝았다. 아침 9시 비행기였기에 왔을 때처럼 밤을 꼬박 새웠다. 그 탓에 속이 좋지 않아 조식을 먹지 못했다. 오렌지 주스와 작은 소시지, 그리고 구운 토마토와 이상한 콩 요리였는데, 안 먹어서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면세점에서 도비 구경을 하고, 점심도 먹었다. 무려 와플과 치킨을 한 접시에 주는 요리였다. 말도 안 되는 조합에 당장 주문했다. 맛은, 맛은 말이다. 정말 맛있었다. 달콤한 와플과 더 달콤한 디핑 소스가 짭짤한 치킨과 정말 잘 어울렸다. 이날이 플랫화이트데이라 해서 플랫화이트도 주문했다. 마지막까지 실망 없는 한 끼였다.
쇼핑을 마치고 파리행 비행기에 오르니 또 비가 오고 있었다. 내심 결항을 바랐지만 때맞춰 이륙했고, 기내식으로 빵 한 조각과 뚜껑이 신기한 생수를 받았다. 1시간 남짓이 지나 프랑스에 도착하니 어김없이 외교부의 문자 세례가 시작되었다. 폭력 시위, 여행객 주의 요망, 영사콜센터 번호. 프랑스는 대체 어떤 곳인지 더욱 궁금해졌다.
아무튼 애증의 샤르드골 공항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런던에서 확실하게 휠체어에 대한 의사를 표현했기에 마지막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어김없이 공항 휠체어가 먼저 왔다. 나는 “아뇨! 잠시만요!!”라며 시간을 벌었다. 조금 더 있으니 정말 다행히 내 휠체어가 왔다. 갈 때는 성공해서 다행이었다.
기차를 타고 터미널을 옮겼다. 하지만 게이트가 맨 끝에 있기도 했고, 곧장 안내받았기에 면세점 구경은 또 못했다. 참, 뭔가 한끗이 아쉽다.
한국행이라 그런지 한국인 직원이 계셨다. 그런데 런던에서 파리 올 때 직원이 도와줬냔다. 아뇨? 라 했더니 직원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일단 기다리라 해서 조금 더 기다렸다. 그랬더니 직원 둘이 오더니 이것저것 이야기해주셨다. 그리고 비행기에 태워줬다. 근데 내 휠체어도 비행기에 태웠다. 짐칸이 아니라, 진짜 그냥 비행기에 함께 말이다. 이건 또 무슨 경험인가 싶어 웃겼다. 아무래도 직원분께 올 때의 이야기를 한 건 옳은 선택이었나 보다.
모쪼록 기내는 넓었고, 특히 프랑스 국기 색의 조명이 아름다웠다. 창가에는 불어를 쓰는 여성분이 앉으셨고, 우린 그 옆에 나란히 앉았다. 면세 기록하는 종이 나눠줄 때, 우리는 다 써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런데 승무원이 내가 외국인인 줄 알고 또 주셨다. 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여성분과 종이를 번갈아 보았다. 그분께 “이거 당신 것 아닌가요?” 했더니 직원과 불어로 대화한다. 잠시 뒤 나에게 영어로 한국인이냐 묻는다. 나는 긍정하며 옆은 우리 엄마라고 하니 그때가 되어서야 “아하!” 하고 종이를 가져가셨다. 이게 뭐지 싶었다.
조금 있으니 기내식이 나왔다. 파스타와 빵, 치즈와 초콜릿, 그리고 작은 와인 한 병. 파스타가 참 난해했다. 난도질한 면과 그 위로 불평등하게 올라간 소스. 숟가락으로 떠먹는 파스타는 처음이었다. 맛은 딱 냉동 파스타 맛이었다. 와인을 한 잔도 마시지 못한 게 조금 아쉬웠다.
식사를 마치고 넷플릭스와 게임을 번갈아 하던 중, 자리가 좁아지기 시작했다. 그렇다. 올 때도 앞자리 외국인이 등받이를 아주 끝까지 눕혀놓고 혼자만 편하게 갔다. 그 옆자리의 한국인은 웹툰 화산귀환을 보며 똑같이 혼자만 편하게 갔다. 왜 같은 돈을 주고 더 좁은 자리에 앉아 가야 했는지 여전히 모르겠다.
짜증은 났지만 잠도 잘 왔다. 그런데도 6시간이나 남았다. 멍하니 유튜브를 보다가 문득 창문을 보았는데,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아래는 검고, 위는 푸르다. 그 경계는 희다.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중간 자리에서는 잘 안 나와 포기했다. 그랬더니 옆자리 여성분이 카메라를 달란다. 그리고 몇 장을 찍어주셨다.
검고, 붉고, 희고, 푸르다, 검다. 아래서부터 이와 같은 순서로 반짝이는 하늘과 땅의 경계를 영영 잊지 못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니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더 있으니 빨간 구슬 하나가 천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중심으로 점점 주황과 노랑이 강해졌다. 고비 사막 위였다.
한순간의 장관을 끝으로 다시 게임에 빠졌다. 앵그리 버드와 구슬 쏘기를 전부 클리어했고, 테트리스는 기내에서 6등을 했다. 감격의 인증샷을 찍으니 마지막 기내식이 나왔다. 빵 2개와 잼, 푸딩, 토스트 하나, 유산균과 오렌지 주스. 토스트에 햄과 치즈만 들어 있던 걸로 기억한다. 매우 행복했다.
내리기 직전에서야 화장실 셀카를 까먹은 게 떠올라 부랴부랴 챙겨 들어갔다. 양치와 사진을 끝내고 자리에 앉으니 인천이 다가오고 있었다. ‘가까이 오지 마라!’를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르겠다. 인천은 그렇게 비행기와 하나가 되었고, 기내는 다시 프랑스 국기 색으로 반짝였다. 에어프랑스 로고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으니 내리란다.
인천공항은 너무 넓다. 진짜, 무진장 넓다. 지칠 대로 지친 우린 잠깐의 언쟁을 끝으로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물론 영국 음식, 맛있었다. 하지만 한국의 얼큰한 짬뽕을 한 입 먹으니 그냥 일주일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식사를 마친 우린 공항 철도를 타고 김포로 향했다. 발권을 마치니 이륙까지 6시간 넘게 남았다. 그런데도 체크인을 마치자마자 안으로 들어가려 하니 보는 직원마다 “아니 안에 볼 것도 없는데 벌써 가시게요???”라며 매우 놀라셨다. 그렇다. 원래 계획은 더 현대를 구경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너무 피곤했다.
결국 김포공항 오셜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김포공항에 올 때마다 마시는데, 올 때마다 맛있다. 자리에 앉아 마지막 날의 기념품을 정리했다. 여행 내내 눈에 밟혔던 패딩턴 인형을 하나 샀고, 조말론 향수도 하나 샀다. 면세점에 있던 향을 종류별로 전부 시향하고, 직원분에게 베스트셀러를 물었다.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하셨는데, 유럽계 언어에 섞인 영어라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하나를 찍었다. 찍고 보니 “여성적인 것과 남성적인 것이 있다.”라 물은 것 같다. 다행히? 여성적인 것을 추천해달라 하였고, 덕분에 달콤한 과일 향이 나는 것을 추천받았다. 남성적인 건 담배 냄새랑 술 냄새밖에 안 나 싫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아, 면세점에서 밴드도 하나 샀다. 마침 손가락에 상처가 나서 하나를 썼다.
그렇게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를 6시간이 지나 비행기에 올랐다. 마침 기내에 듄 1기가 있어서 보면서 가기 위해 틀었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김해였다. 휠체어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퍼스트클래스에 한 번 앉아 봤다. 확실히 넓고 좋았다.
다음 날. 나는 13시간을 잤다. 1시가 되어서야 겨우 일어나 거실에 기념품들을 쫙 깔아뒀다. 차와 핫초코, 책, 공책, 인형, 초콜릿, 향수, 박물관과 미술관의 안내 책자, 신문, 영수증. 정말 다양하고도 많았다. 특히 핫초코는 쓴맛이 나는 전통 핫초코 맛이라 좋았다. 그날 저녁은 한식 중의 한식 뿌링클을 먹었고, 후식으로 에어프랑스의 일 처리 능력을 먹었다. 여행을 끝내고 한 달이 지나서야, 각종 영수증과 병원 서류 등을 몇 번이고 요구하고 나서야 돈을 돌려받았다. 아주 최고다.
유튜브에 여행 브이로그를 올려 보라고 해서 이것저것 동영상도 찍어두었다. 근데 엄두가 나지 않아 미루고 미루다 올해가 되어서야 올렸다. 편집도 재밌었고, 무엇보다 사진을 돌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흔히 아는 영국의 두 가지 악명. 맛없는 음식, 그리고 흐린 날씨. 하지만 음식부터 날씨까지, 무엇 하나 빠짐없이 최고였다.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비가 조금씩 내렸으니 말이다. 또한 한국인도 이날에 마주친 모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나의 영국은 청명한 하늘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영국식 영어와 함께였다. 휠체어 문제만 없었다면 티 없이 완벽했을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