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노예인가?
2025년 7월 16일, 수요일, 비가 내릴 듯 흐린 새벽.
지금 시각은 오전 2시 22분, 세상이 가장 깊은 잠에 빠져들어야 할 시간이지만 나는 또렷한 정신으로 깨어있다.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것은 내 손에 들린 작은 화면뿐. 이 네모난 창이 오늘 밤에도 어김없이 나를 잠 못 드는 유령으로 만들었구나. 피로에 잠긴 눈을 깜빡이며, 나는 나의 죄를, 나의 어리석음을 고백하려 한다.
알고리즘의 심연과 시간 도둑
모든 것의 시작은 아주 사소한 유혹이었다. 그저 ‘잠깐만’이라는 자기기만으로 시작된 여정은 의식의 흐름을 따라 나를 어김없이 푸른색 로켓 아이콘으로 인도했다. 나는 무언가를 구매하려는 명확한 목적의식을 지닌 소비자가 아니었다. 그저 끝없이 펼쳐지는 상품의 강을 표류하는, 목적지 없는 영혼에 가까웠다. 스크롤 한 번에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반짝이는 후기와 할인율은 나의 도파민을 교묘하게 자극했다. 그렇게 1분이 10분이 되고, 한 시간이 두 시간을 잡아먹는 동안, 나는 현실의 시간을 도둑맞았다. 사야 할 물건도 없으면서 나는 왜 그토록이나 필사적으로 화면을 탐닉했을까.
그곳엔 책임져야 할 나의 인생 대신, 손쉬운 쾌락과 대리만족만이 존재했기 때문이겠지. 유튜브 쇼츠의 1분 남짓한 영상들은 나의 집중력을 잘게 조각내 버렸고, 나는 더 이상 길고 깊은 호흡으로 무언가를 해낼 힘을 잃어버렸다.
공허한 ‘내일’이라는 약속과 쿠팡노예의 자각
“이제 그만!”
마침내 심연에서 빠져나와 시계를 확인한 순간, 나를 덮치는 것은 극심한 후회와 자기혐오의 파도였다. 낭비된 시간의 폐허 속에서 나는 또다시 내일의 나에게 모든 짐을 떠넘기는 비겁한 계약을 준비한다. ‘내일부터는 저녁 약속도 취소하고, 배달 음식도 끊고, 쿠팡 앱은 삭제할 거야.’ 하지만 수백 번 반복된 이 맹세가 얼마나 허약한지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내일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나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생존했을까? 나의 ‘내일’은 오늘의 나태함을 용서해 주는 편리한 면죄부일 뿐이다.
문득 섬광 같은 깨달음이 뇌리를 스친다. 나는 나의 행복을 위해 노동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플랫폼의 배를 불리기 위해 돈을 버는 하수인이 아닐까. 나의 시간과 노동력을 바쳐 번 돈을 다시 그들의 시스템에 쏟아붓고, 망가진 몸과 마음을 이끌고 다음 날 또다시 일터로 향하는 삶. 나는 ‘쿠팡노예’였다. 자신과의 약속조차 단 한 번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는 의지박약의 ‘멍청이’였다. 나는 대체 누구인데 이토록 나를 통제하지 못하는가.
나를 위한, 나에게 부여하는 숙제
이제는 변명과 자책의 고리를 끊어낼 시간이다. 이 일기장이 나의 감시자이자 증인이 되기를 바라며, 미루는 습관을 교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과제를 스스로에게 부여한다. 이것은 처벌이 아닌, 나를 구원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다. 제발, 정신 차리자.
과제 1 _ 디지털 통금 시간 설정
• 밤 11시 이후에는 스마트폰을 침실 밖에 두거나 전원을 완전히 종료한다. 아날로그 알람시계를 구매할 것.
과제 2: ‘15분 지연의 법칙’ 실행
• 쿠팡, 유튜브 앱을 열고 싶은 충동이 들 때, 무조건 타이머를 15분 설정하고 다른 행동(책 한 페이지 읽기, 스트레칭, 설거지)을 먼저 수행한다. 즉각적인 욕구를 지연시키는 훈련이다.
과제 2 _ 목적 있는 계획 수립
• 잠들기 전, 내일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3가지를 구체적으로 적는다. ‘열심히 살기’ 같은 추상적인 목표가 아닌, ‘오후 3시까지 보고서 초안 완성’과 같이 명확한 과업을 설정하여 하루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과제 4 _ 실패 기록 및 분석
• 또다시 약속을 어겼을 경우, ‘나는 쓰레기야’라고 자책하는 대신 ‘왜 그랬을까? 어떤 감정 상태에서 앱을 열었는가?’를 객관적으로 기록한다. 실패는 데이터다. 나를 이해하기 위한 소중한 자료로 활용한다.
내일 아침, 나는 여전히 고된 노동자의 삶을 살겠지만, 적어도 어제의 노예는 아닐 것이다. 이 숙제들이 나를 완전한 자유인으로 만들어주리라 확신할 순 없지만, 끊어진 주체성의 끈을 다시 이어 붙이는 첫 번째 매듭이 되어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