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전화 받거나 하기를 싫어할까.

두려움의 그림자

by 유별희

왜 나는 전화 벨소리만 들어도 온몸이 경직되는걸까. 모르는 번호든, 익숙한 이름이 뜨든, 수화기를 드는 행위 자체가 거대한 장벽처럼 느껴진다. 마치 낯선 곳으로 떠밀리는 듯한 기분, 이 알 수 없는 압박감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화장품 물류센터 단기 아르바이트에서 만났던 조장님의 전화가 오늘 또 다시 걸려왔다. 헤어진지 벌써 3주도 넘게 지난는데 말이다. 침실에 휴대폰을 두고 저녁 식사를 하고 돌아오니, 부재중 알림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다시 걸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지난번에도 그냥 넘겨버린 터라 마음 한구석이 내내 불편하다. 죄송스러운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단순히 통화가 불편하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들이 얽혀있다. 무엇보다, 상대방과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크다. 할말이 없어 침묵이 흐르는 어색함, 그 정적이 나를 짓누르는 듯하다. 만약 상대방이 어떤 부탁이라도 한다면, 그것을 거절하기가 미안해서 어찌할 바를 모를 것 같다. 이러한 부담감은 전화라는 매체를 더욱 기피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실제로 만나서 대화할 때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유독 전화 통화에서만 이런 심리적 제약이 따른다.


나의 이러한 특성을 단순히 '문제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내 삶의 궤적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어린 시절 중학교에서는 따돌림을 경험했고, 사회에 나와서도 한 두 명의 친구가 있긴 있었지만 그마저도 인연이 끊겨 지금은 혼자다.


내 휴대폰이 울리는 일은 거의 없기에, 사실 통화라는 행위 자체가 내게는 매우 낯선 경험이다. 문자를 통한 소통이 훨씬 편안하고 익숙하다. 그래서 항상 내 핸드폰은 진동조차 아닌 무음 모드로 설정되어있고, 카카오톡 알림음도 꺼둔 상태다.


전화가 오면 심장이 덜컥 내려않는 듯한 겁부터 나는 것은, 아마 이런 오랜 습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잘하고, 대화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은 아닌데, 전화는 영영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진다.


조장님은 왜 계속 전화를 거는 걸까? 단기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상사였으니 당연히 잘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맞춰줬을 뿐인데, 혹시 나를 좋게 본 것일까? 그분께 악감정은 전혀 없다. 그렇다고 사적으로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도 없다고! 이러한 엇갈린 감정 속에서, 나의 이런 면모가 솔직히 싫다.


남편은 옆에서 '그냥 받아봐'라고 쉽게 말하지만 그 말이 해결책이 될 수 는 없다. 머릿속으로는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걸어야지'하고 나 자신과 약속하지만 막상 다음 날이 오면 또다시 내 계획이 무산되버린다. 이런 내가 스스로도 답답하고, 마음속이 늘 찝찝하다. 나도 내 속 마음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인 것 같다. 전화 통화에 대한 이 심리적 족쇄는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마치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숙제처럼, 나를 맴도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헤매는 밤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모르는 번호로부터 시작된 지옥 같았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