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딜레마
아침부터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함께 일하며 가까워졌던 동료 한 명 때문에 온종일 기분이 가라앉았다. 어찌하여 자꾸만 무례한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친절하게 대해주면 줄 수록 내가 우습고 만만해 보이는 것일까? 매번 도를 넘는 언행을 접할 때마다 내 안에서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혹 나의 낮은 자존감이 사소한 일에도 격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일까 자문해 보지만, 그 친구의 행동은 분명 선을 넘고 있었다. 내가 무슨 의견이라도 내면 주제넘게 끼어들고, 다른 사람들앞에서 나를 깎아내리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참지 못하고 아침에 그 동료에게 따져 물었다.
그리고 나는 원래 혼자 식사하는 편인데, 그 친구가 언니라 부르며 살갑게 굴어 어쩌다 보니 함께 어울리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친해졌다고 해야 할까. 매번 무례한 태도를 취할 때마다 따끔하게 제지하지 못하는 내게도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니 이런 똥파리들이 나를 하찮게 여기고 함부로 대하는 것이리라.
그럴 때마다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겉으로는 당당하고쿨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이처럼 수많은 잡념에 시달리며 스트레스가 나의 하루를 망쳐버린다. 이제 이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화장품 공장조차 나가기 싫어졌다.
예기치 못한 변화, 그리고 다시 찾아온 고민
오늘 아침에는 정말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현재 내가 소속된 조의 반장님이 그만두게 되었고, 그로 인해 우리 조 자체가 해체된다는 것이다.
오전에는 담당 주임님이 오셔서 원래 5조였던 우리 동료들이 각기 다른 조로 흩어지게 될 것이라고 알려주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미 익숙해진 구성원들과 헤어져 또 다른 조에 적응해야 한다니… 정말이지 할 말이 없었다. 물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라는 말처럼,내가 원치 않는 조에 배정된다면 그때는 정말 떠나야 할 때가 온 것일까?
올해 3월 초부터 일하며 나름 정이 많이 들었고, 몸과 마음이 모두 익숙해진 일터였다. 그런데 점점 주변 사람들이 바뀌어가고, 이렇게 난관에 부딪히니 심란하다. 점심시간에는 아침에 선을 넘었던 그 동료가 다시 아양을 떨며 내게 슬며시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보니 또 측은지심이 들어 다시 곁을 내주었지만… 이젠 이 회사에서의 모든 것이 싫증 나기 시작했다.
벗어날 수 없는 과거의 습관
결국 나는 나의 오랜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또다시 갈림길에 섰다. 나는 예전부터 어떤 회사든, 공동체든 한 곳에 오래도록 머물지 못하는 버릇이 있었다. 많이 고쳐지고 변화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금 나의 옛 습성이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다. 아, 모르겠다. 나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여기서 또 그만둔다면 정말 낙오자로 낙인찍힐 것 같은기분에 당장 그만두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계속 다니기는 싫고… 내일도 회사 출근 신청을 해둔 상태인데, 출근할 생각을 하니 끔찍하고 지옥 같다.
과연 이 어려움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만약 그만두더라도, 온전한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이유가 생겨 떠나고 싶다. 이렇게 내면의 갈등으로 인해, 혹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스스로 그만둔다면, 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지속해나가지 못할 것이다. 회사 안에서의 스트레스, 갈등, 복잡한 인간관계, 그리고 나 스스로의 '착한 척' 콤플렉스,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바보 같은 모습. 모든 것이 나를 짓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