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고 나서야 알았다
한때 나는 무엇이든 자신만만했다.
어느 단체에서든, 어떤 일을 맡든
앞에 서는 게 두렵지 않았다.
목소리에 힘이 있었고,
내 판단을 믿었다.
그 시절의 나는
지금의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사람이다.
건강이 흔들리면서
일을 내려놓게 됐다.
일을 내려놓으니 돈이 줄었고,
돈이 줄으니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접어야 했다.
모든 게 연쇄작용이었다.
그런데 가장 아팠던 건
그것들을 잃은 게 아니었다.
잃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쪼그라들었다는 것이다.
예전엔 당연하게 했던 말들이
입 안에서 머뭇거리기 시작했고,
앞에 서는 게 조금씩 무서워졌다.
상실은
가진 것을 빼앗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조금씩 낯설게 만드는 것이었다.
활기차게 움직이고 싶은데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 날들.
멈춤이 아니라 일시정지였으면 좋겠다고
혼자 중얼거려 본다.
마음은 여전히 충만한데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그 충만함이 조금씩 시무룩해져 간다.
환절기 몸살 같은 이 상실에서
뛰쳐나오고 싶다.
쪼그라든 게 아니라 익어가는 중이라고,
잠시 멈춤이라고
우겨보고 싶은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