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기록, 나의 새벽 루틴
나는 왜 이 시간 깨어있는가
나는 오늘이라는 하루를 다 쓰지 못해서, 아직 문장 하나가 남아서
이 시간에 깨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불면은 생각의 연장선이다.
눈을 감으면 낮 동안 흘려보낸 표정들이,
그 안에 담긴 말의 온도들이 다시 떠오른다.
하루를 정리하지 못한 나는
자주 이 시간에 깨어 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마음들이
이 시간에만 솔직해진다.
낮의 나보다 진짜 ‘나’에 가까운 존재,
그건 새벽의 나다.
새벽 두 시쯤, 결국 나는 거실로 나온다.
불 꺼진 집 안, 자고 있는 남편이
깨지 않도록 살그머니 거실의 불을 켰다.
행여나 불빛이 안방으로 새어 들어갈까 봐
제일 작은 조명으로 바꾸고 소파에 앉는다.
짜다 만 스웨터의 포근함을 손끝으로 느끼며
바늘을 들어 코를 잡고, 실을 걸어 올린다.
뜨개질은 참 묘하다.
아무 말 없이도 엉켰던 생각의 매듭이 하나씩 풀린다
누군가는 잠들기 위해 눈을 감지만
나는 생각의 잔향이 사라질 때까지,
마음의 문장을 다 써 내려갈 때까지,
오늘도 이 시간에 깨어 있다.
거실의 불을 끄고 방으로 들어와 눕는다
"이제 자야지"
방 한편 어둠 속에서 얼핏 보이는 나의 기타
"곧 너도 내가 많이 안아줄게
요즘은 뜨다 만 스웨터도 조금씩 뜰 수 있을 만큼
나의 고장 난 왼손도 좋아지고 있어 가까운 미래에 기타도 칠 수 있을 거야
조금만 기다려줘"
포근한 이불속에서
새벽이 살짝 나를 품는다